[김희철의 직업군인 이야기](5) 바보가 된 신입사원(Recruit) 인재들과 ‘직각식사’의 공통점
김희철 칼럼리스트 | 기사작성 : 2017-01-10 13:47   (기사수정: 2017-01-1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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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김희철)의 육군사관학교 입학식 날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갖고 있다 [사진=김희철]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니스트)


신입사원이 잔심부름에 익숙해지는 바보 인재가 되는 이유

100:1의 경쟁을 뚫고 입사한 신입사원(Recruit)들의 면면을 뜯어보면 '인재'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떠오를 정도로 참으로 놀랍다.
필자가 군인공제회에서 2년 동안 선발한 12명의 인재들은 모두 국내 회계사·세무사, 미 CFA, 영 ACCA, 국제 FRM, 증권분석사, 투자자산운용사, 건축기사, 도시계획사 등과 같은 자격증을 기본적으로 한 두개씩 갖고 있었다.

대학 졸업성적도 A급이다. 게다가 SKY대 출신이 4명, 시립대, 한양·홍익·중앙·경희대 등 수도권 대학과 기타 한동대, 영남대 등으로 지방대학교도 명문대이다. 한마디로 스펙, 학벌, 학점의 3박자를 빠짐없이 갖춘 인재들이다.

최종입사는 못했지만 예비합격자 4명도 SKY대 출신들이다. 물론 자격증은 모두 갖고 있었다.
그런데 산 너머 더 큰 산이 있다고 하듯이, 인재 신입사원들이 입사 후에 수행하는 업무를 살펴보면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 각 팀에 배치 받은 이 인재들은 적어도 6개월에서 1년까지는 바보가 된다.

그동안 쌓아 온 스팩은 발휘를 못하고 문서전달, 복사, 자료수집, 발표내용 기술 등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업무 관련 토론 시 한마디도 못하는 벙어리로 추락하고 만 것이다.

아무것도 못하고 잔심부름에 익숙한 바보 인재가 되어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그 인재들이 실제로는 바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대다수 직장에서 필요한  통과의례이다.



▲ [사진=김희철]

갓 입사한 인재들이 섯부른 판단으로 투자사업을 직접 주도하다가는 선배들이 앞서 겪었던 리스크(Risk)에 대응 못하고 큰 손실을 초래 할 우려가 있다. 때문에 선배들의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 단순 심부름을 하는 바보로 전락되는 견습생 과정을 겪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기본'을 제대로 익힌 신입사원들은 진정한 인재로 새로 태어나게 된다.


직각식사와 직각보행이 정말 필요한가?

육군사관학교에도 비슷한 풍경이 존재한다. 기초군사훈련(Beast Training)을 통과하고 정식으로 사관학교에 입교한 1학년 사관생도들은 1학기 중반까지는 직각식사와 직각보행을 하도록 통제한다.

TV예능프로에 부사관학교에서의 직각식사가 방영되자 불필요한 일종의 얼차려(기합)라며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한 사람도 많았다. 군 간부 초년생의 직각에 관한 개념은 신세대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는 당연히 비합리적인 교육통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관학교 입교 전까지 책상에 구부리고 앉아 공부하던 습관이 배어있는 일부 생도들에게 가슴과 허리를 곧게 펴는 자세는 쉽게 숙달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직각 보행과 직각 식사 행동은 육군사관학교에 입교한 인재들을 바보로 만드는 측면이 있다.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는 신입 생도는 직각보행을 요구받으면서 어떤 시간·장소에서 어떠한 언행을 하더라도 이것이 바른 것인지 맞는 것인지 판단을 못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바보가 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 (좌측)생도들의 직각식사와 (오른쪽)필자의 육군사관학교 1학년 때 직각보행 모습 [사진=김희철,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직각식사와 직각보행을 통해 항상 휘지 말고 꼿꼿한 심신(心身)을 견지하여 판단이 어려울 때에는 기본에 충실하여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원칙을 교육한다는 의미가 직각식사와 직각보행에는 담겨 있다. 

더욱이 직각식사와 직각보행은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요구되지 않고  정상적인 생활을 하도록 보장하므로 필요한 훈련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기본'이 바로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세수를 할 때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얼굴에 물을 묻혔는데 이를 이상히 여긴 사람들이 “아니 선생님 어찌 고개를 빳빳이 들고 세수를 하십니까? 그러면 옷이 다 젖지 않습니까?”라고 묻자 그는 “옷이 젖는 일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겠는가? 어디를 봐도 일본땅이니 다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을 따름이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렇다. 허리를 곧게 펴는 바른 자세와 머리를 비겁하게 조아리지 않는 마음가짐을 숙달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된다. 직각보행을 통해서 쉽게 지름길로 굽어서 가기보다는 직각과 직선으로 나아가는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가기 위한 마음자세를 갖기 위한 일련의 훈련 과정이라 생각한다.

본립도생(本立道生)이란 말이 있다.
‘기본이 바로서면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요즈음 정치·경제 상황도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개인과 집단의 이기적 판단이 앞서기 때문에 국민들의 지지를 못 받는다고 여겨진다. 위정자들이 꼭 귀담아 들어야 할 고사성어이다. 끝.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 3군사령부 감찰참모
- 8군단사령부 참모장
- 육군훈련소 참모장
- 육군대학 교수부장
- 육군본부 정책실장
-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 (현)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편집자주 : 본 칼럼은 전문가의 특정 견해를 밝힌 내용으로 뉴스투데이의 편집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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