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늦깎이 공무원 꿈 앗아간 ‘AI 과로사’와 잘못된 공무원 수급정책

강이슬 기자 입력 : 2016.12.30 15:22 |   수정 : 2017.02.24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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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살의 늦깎이 공무원, 초과근무 거듭하다 임용 1년만에 숨져


공무원 수급정책 재검토해 분야별로 채용 확대 및 감축 필요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라면을 끓이며 달걀을 풀까 말까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다.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달걀 가격이 두배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16일 충북 음성에서 시작된 AI는 12월 29일 기준 전국 591개 농가에서 2832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앞으로도 6개 농가 12만 마리가 살처분될 예정이다. 그 중 닭이 2423만 마리로 가장 많아 달걀 값이 치솟았다.
 
3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1월 16일 충북 음성에서 시작돼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히고 있는 AI 신고가 지난 28일 처음으로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드디어 AI 확산이 주춤해지는 건지, 반가운 소식이지만 한 공무원의 죽음이 겹쳐져 마냥 기뻐 할 수는 없었다.
  
AI 방역을 담당하던 경북 성주군청 농정과 9급공무원 정우영 주문관(40)이 심장 대동맥 박리로 지난 27일 거주하던 원룸에서 숨을 거뒀다. 정 주무관이 출근하지 않자 동료직원이 그의 원룸을 찾았다가 화장실에 쓰러진 정 주무관을 발견했다.
 
심장 대동맥 박리는 심장과 연결된 대동맥이 찢어져 생기는 질환으로, 급성일 경우 24시간 이내 사망률이 25%에 달한다. 보통 고혈압 등 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그러나 정 주무관은 평소 지병이 없었고 외부 침입 흔적이나 외상, 유서가 없는 것으로 비루어 보아 유족들과 동료들은 그가 과로사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사상 최대의 피해를 내고 있는 AI 피해를 줄이기 위해 농가에 투입된 정 주무관은 AI가 발생된 지난달 중순부터 매일 12시간 이상을 방역 업무에 매달렸다. 방역 현장에서 그는 2~3명으로 이뤄진 인부들의 소독 작업을 감독하고, 추운 날씨에 소독약 분사 시설이 동파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가금류 이동 차량을 살펴보는 일까지 도맡았다.
 
더군다나 농업직불제와 관련된 전산 처리 업무까지 겹쳐 지난달에는 42시간, 12월에는 45시간의 초과근무를 해야 했다.
 
숨지기 하루 전인 26일에도 그는 성주군 대가면 농산물유통센터에서 오후 10시까지 초과로 AI 거점소독 업무를 진행했다.
 
정 주무관은 늦깍이 공무원이었다. 그는 컴퓨터 관련 회사에 다니다 지난해 6월 경북지방공무원 공개경쟁시험일 치러 10월 공무원이 합격했다. 곧바로 11월 9급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이제 막 1년차에 접어들었던 정 주무관은 AI 파동의 희생자로 공무원의 꿈을 제대로 펴보지 못한채 숨을 거둬야 했다.
 
경북 공무원의 과로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겨울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는 방역 업무를 보다, 산불 예방 등 업무로 과로에 시달리다 공무원 3명이 2011년 과로사로 사망했다.
 
정 주무관이 합격한 지난해 경북지방공무원(일반행정)의 경쟁률은 13.9%였다. 6601명이 응시해 정 주무관을 포함 474명만이 합격했다. 지난 5월 기준 청년(15~29세) 취업준비생 65만 2000명 중 25만 6000명이 ‘일반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다. 가장 많은 취업준비생이 준비하는 시험이었다. 이는 1년 전보다 3만 5000명이 늘어난 역대 최고치다.
 
정 주무관처럼 공무원이 되기 위해 지금도 청년들은 청춘을 쏟으며 노력하고 있는데, 정작 정 주무관은 많은 업무를 감당하지 못해 건강하던 그의 목숨을 앗아갔다. 참 아이러니하다. 다행히 2017년 국가공무원 공채 채용 인원은 6023명으로 지난해 대비 12.1% 증가했다.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때에 한켠에선 ‘과로사’로 목숨을 잃는 비극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특히 정부의 공무원 수급정책이 잘못된 것인지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특정 분야의 공무원이 과로사한다면 그 분야의 선발을 늘려야 한다. 반대로 할 일이 없어 석·박사 과정을 다니는 공무원이 많은 분야는 과감한 인력감축이 단행돼야 한다. 그것이 억울한 과로사와 청년실업자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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