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 이야기](3) 채용시험 합격 후 입사준비는 어떻게?

김희철 칼럼리스트 입력 : 2016.12.29 12:33 |   수정 : 2016.12.2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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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사 입교 후 생도들은 승마수업을 받는다. 오른쪽은 필자의 육사 1차합격 통지서 ⓒ육군사관학교/김희철



(뉴스투데이=김희철 칼럼리스트)


요즘 세태, 취업에 성공한 '화려한 백수'는 과로사(死)한다?


필자가 육군사관학교 합격 후 보냈던 한 달 정도의 준비기간은 지금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만큼 보람있는 시간을 보냈다. 요즘 젊은이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그들이 원하던 기업의 공채시험 합격자 발표가 있은 뒤 입사하기 전까지 어떻게 보냈는지를 조사해보았다.
취준생 중에 취업이 확정된 화려한 “백수는 과로사 한다.”는 말이 꼭 맞았다. 주로 같이 취업 준비를 했던 친구들을 만나 축하와 위로주를 마셨다고 한다.

혹, 이미 취업한 친구와는 점심시간에 만나 취업 후 노하우를 듣다가 저녁에는 시험에 탈락한 친구를 위로하기 위한 자리로 매일 계속이었다. 특히 점심미팅 후 저녁까지 짜투리 시간이 애매해 찜질방, 영화관 등으로 시간을 때운 후 저녁모임에 참석하고 다음날 아침에는 숙취가 남아 고생하였다가 점심미팅에 또 나가는 일정을 반복하다보니 화려한 백수의 과로사(死) 위기를 느꼈다고 한다.


사관학교 합격자 발표는 조간신문에 게재되다.

필자는 1977년 1월 6일(목요일) 조간신문에 합격자명단을 보았다. 하루 전날 TV에는 육사·공사 수석 합격자 발표는 있었지만 병무청에도 합격자 명단은 없었다. 밤새 잠을 설치면서 새벽5시, 6시 라디오 뉴스를 틀어도 명단은 발표되지 않았다.

헌데, 아침밥을 먹으려고 준비하는 때 하숙집 주인 아주머니가 방문을 두드리며 부산말투로 말씀하셨다.

“희철아, 니 합격했데이...”라며 한국일보를 들고 오셨다.

신문을 펼쳐보니 주인 아저씨가 내 이름에 파란볼펜으로 네모를 그려 넣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부모님과 친지들의 기대서렸던 얼굴들이 스쳐갔다. 또 1차 필기시험 전날 학교 운동장 스탠드로 불러내어 큰 엿을 주면서 합격을 기원했던 고3짝꿍 친구 일성이 얼굴도 떠올랐다.

그런데 걱정이 또 생겼다. 선생님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약속을 못 지킨 학생이 '수제자' 되다

담임선생님이 육사시험 응시를 허락하실 때 조건을 서울대학교 미술대 원서를 내고 응시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당연히 대학 입시원서를 들고 학교로 향했다. 교실에 모여 있던 동창들은 모두 축하를 해주었다. 하지만 대입시험의 지옥 속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선생님과의 약속보다는 합격한 육사에 들어가 그 “험난한 정의의 길”을 가고 싶었다.

헌데 교실에 들어오신 담임선생님(故이경은)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당해년도 입시에서 가장 먼저 성과를 올린 필자에게 “오, 수제자 왔어!…” 하시면서 육사응시 전 약속했던 것을 잠깐 잊어버리시고 즐거워하시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학입시원서를 몰래 꾸겨서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선생님과 약속을 어긴 학생이 졸지에 “수제자”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 필자는 육사합격 후 교회선생님의 조언으로 세브란스병원 재활원에서 지체부자유아동들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병동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가장 보람 있고 유익한 입사 준비는 무엇인가?

음주가무보다는 봉사활동과 사전지식 구축에 힘써야


그해 1월 31일(월요일)이 육사에 입교하는 날이고 그때부터 4주 동안 기초군사훈련(신병교육)을 받는다는 통지가 왔다. 합격자 발표 후 입교까지는 25일간의 시간이 있었다.

요즈음 기업에서도 채용발표 후 짧게는 3일에서 약 한달 가까이 입사준비기간이 있다.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입사 후 적응시간을 단축시키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저력을 키우며,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필자는 교회선생님께 조언을 구했다. 교회선생님은 사회공헌 봉사활동을 추천해 주셨고 세브란스병원 재활원까지 동행하여 수간호사를 소개시켜주셨다.

그때부터 지체부자유아동들이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병동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전신마비가 되어 손발은 따로 놀아 걷지 못하고 굴러다니면서도 항상 다른 곳을 보고 웃는 이성우가 내가 도와줄 대상으로 지정되었다.

물리치료 받을 때 보좌를 하며 책을 읽어주고, 식사시간에 밥을 먹여주고, 세수도 시켜주며 같이 놀아주는 것을 통해 그들이 위로를 받는 것보다는 오히려 내 자신에 안식과 보람이 차고 넘치며 엔돌핀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줌을 싸고 옷에 똥을 지릴 때에는 직접 갈아입혀야 한다. 처음에는 속이 불편해 구역질을 느꼈으나 하루 이틀이 지나자 능숙해진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앞으로 사관학교에 입교하여 어떤 힘든 훈련을 받더라도 재활원 친구들을 생각하면 못할 것이 없을 것이라는 각오와 다짐을 하게 되었다. 사지가 멀쩡한 내 자신에 대해 신(神)께 감사드렸다.

요즘 취준생이 합격이 되면 그 즐거움에 입사 전까지 화려한 박수로 과로사 직전까지 간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다. 그런데 그 과로가 '음주가무'로 인한 것이 아니라 '사회공헌 봉사활동'과 입사할 회사의 정보를 미리 알고 '사전 지식'을 넓히는 기회로 삼을 때, 보람 있는 입사준비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즉 입사 준비 기간은 정신무장과 직무지식으로 사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다.


먼저 이겨놓고 싸운다

손자병법 군형(軍形) 편에 승병선승이후구전, 패병선전이후구승(勝兵先勝而後求戰, 敗兵先戰而後求勝)이라고 했다. 승리하는 군대는 먼저 이겨놓고 싸움을 구하고, 패배하는 군대는 먼저 싸움을 시작해놓고 나서 승리를 구하려고 한다는 뜻이다.

채용시험 합격 후 활용할 수 있는 입사준비기간은 그 회사원으로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다. 취준생으로 힘들게 버티다가 얻은 취업의 기회를 자신의 취약분야를 보완하기 위해 외국어공부, 체력단련, 혹은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정신무장 등을 한다면 반드시 성공하는 직장인이 될 것이다.

많은 취준생들에게 선승구전(先勝求戰)을 기대해본다. 끝.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 3군사령부 감찰참모
- 8군단사령부 참모장
- 육군훈련소 참모장
- 육군대학 교수부장
- 육군본부 정책실장
-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 (현)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12월


※편집자주 : 본 칼럼은 전문가의 특정 견해를 밝힌 내용으로 뉴스투데이의 편집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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