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뛴 2016 노동시장 결산] 자영업자: ‘가난한 사장님들’의 시대
이지우 기자 | 기사작성 : 2016-12-09 11:45   (기사수정: 2016-12-14 09:00)
3,183 views
N
뉴스투데이, 발로 뛴 2016 노동시장 결산
 
올해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불황과 실업의 공포를 더욱 강하게 경험해야 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5일 발표한 ‘2016 노동시장 평가와 2017년 고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최고치를 경신했고, 여성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저임금 서비스 직종에 편중됐습니다.
 
고령층(55~79세) 취업자 수도 증가했으나 연륜과 기술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저임금 단순노무 직종에 집중됐습니다. 퇴직자, 취업 실패자 등에게 최후의 보루라고 볼 수 있는 자영업은 수익률 악화로 인해 붕괴 조짐을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년 전망은 더 암울합니다. 실업률은 올해 3.7%보다 0.2%포인트 상승한 3.9%로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뉴스투데이는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를 토대로  기자들이 노동시장 현장을 발로 뛰어 파악한 냉혹한 현실을 담아  ‘2016 한국 노동시장 결산’ 시리즈를 보도합니다. 이 시리즈는 ‘청년층 노동시장’, ‘고령층 노동시장’, ‘여성 노동시장’, ‘자영업체 경영상황’ 등의 4개 항목으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이 시리즈가 정부 및 정치권이 고용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작은 보탬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편집자주>   
 
 



▲ 최근 우리나라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분위기지만 90%는 영세한 자영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이지우 기자]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31년 경력 홍보맨 이근태 씨, 프랜차이즈 치킨집 개업했지만 미래 불투명

40세 여성 이주희 씨,
떡볶이 집 열어 월 수익 300만원 올려 다행? 

#. 1985년부터 2016년 3월까지 약 31년 간 홍보팀에 근무한 이근태 씨(59·남)는 정년퇴직 후 동네에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열었다. 얼마 전 친척형이 3개월만에 음식점을 개업한 과정을 보고 퇴직금으로 지급된 약 7000만원을 들여 창업으로 뛰어든 것이다. 창업 준비 및 개업까지 3개월이 소요됐다.
 
이 씨는 “주변 친구들과 지인들 대부분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송년회에서 만난 이들도 대부분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고 실제로 올해 창업한 친구만 3명이었다. 환갑을 앞두고 친구들끼리 만나면 100세시대라지만 80세까지도 당장 뭐하고 어떻게 살아갈지가 불투명하다.

다른 회사에 취직을 하자니 우리로 인해 더 젊은 사람의 기회가 줄어들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점에서 창업은 자유롭고 우리같은 장년층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고 말했다.
 
#. 서울 지역에서 많은 대기업들이 위치한 지역인 강남역 부근에서 5평짜리 테이크아웃 전문 카페를 연 김나연 씨(40·여)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파트타임 알바생 2명과 같이 일을 한다.

커피머신과 관련 부자재 등이 전부로 김 씨와 알바생이 앉을 수 있는 공간 정도가 전부이다. 인근 기업 직장인을 대상으로 판매하고 있다. 김 씨는 “인근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많아 가격을 내리고 용량을 늘려야 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 공간은 줄이고 알바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 서울 노원구에서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이주희(42·가명)씨는 매달 순수익이 약 300만원이다. 스스로를 “월급쟁이 사장”이라고 부른다. 이 씨는 남편과 같이 운영하지만 평일과 주말 오후 알바생 각각 1명, 2명을 채용해 총 5명이서 일하고 있다. 월 매달 나가는 인건비, 재료비 등 각종 지출을 감안하면 남는 것은 일반 직장인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 씨는 “‘월급쟁이’를 벗어나기 위해 창업을 했지만 ‘월급쟁이 사장’이 됐다”면서도 "그래도 자영업하면서 이 정도만 유지해도 다행인 것은 잘 안다"고 인정했다.
 
 
사업 자금만 있으면 ‘사장님’되는 한국, ‘돈’ 되거나 ‘독’ 되거나
 
사상 최대의 실업난에 직면하면서 ‘창업’이 부상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자영업자’는 크게 늘고 있는 추세이다. 자영업자가 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장년층의 경우 수명은 늘지만 정년퇴직 연령은 제자리라 퇴직 후 30년 이상을 살아갈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청년층의 경우도 ‘출구없는 취업난’ 때문에 제2 대안책인 창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창업이 취업난과 실업난에 빠진 청년층과 장년층에게 매력적이다. ‘경제적 여윳돈’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것이 창업의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또 취업을 위한 ‘스펙’과 높은 경쟁률에서 살아남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이러한 창업 열기로 인해 오히려 한국 사회는 현재 심각한 자영업자 과잉상태에 빠지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현 경제상황 대비 자영업자 등의 비(非)임금근로자 비율이 2014년 기준 26.8%로 정상수준인 18.3%보다 약 9%가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현 경제상황에 비춰 볼 때 자영업시장은 ‘비정상적’으로 밀집된 것이다. ‘경제력’만 있다면 누구나 ‘사장님’이 된다는 것이 오히려 독(毒)이 되고 있는 시점인 것이다. 잘 되면 ‘돈’, 못 되면 ‘독’이 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자영업 시장’을 되짚어보고 정확한 진단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 각 업종의 규모별 비중. 도소매 및 음식·숙박이 49.9%를 차지한다. ⓒ한국노동연구원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하는 자영업의 49.9%가 서비스업 차지
 
지난 5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2016 자영업체 경영상황'에 따르면 올해는 3, 4분기로 접어들면서 자영업자 증가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영업자는 감소했다.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큰 폭의 감소로 전체 비임금근로자 감소가 한동안 지속되다가 2016년 상반기 이후 자영업자 전체가 증가세로 전환됐다. 최근인 3분기의 경우 각각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1000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5만1000명 증가를 기록했다. '나홀로 사장님'의 급증이 자영업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10월까지 자영업자 수는 569만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2만4000명 불었다. 2012년 7월(19만6000명 증가)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늘었다.
 
그렇다면 어느 업종이 가장 많을까. 절반의 자영업이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소매업이 27.6%, 숙박·음식업이 22.3%로 서비스업 직종이 49.9%를 차지했다.
 
이외 택시와 택배 등인 운수업이 11.5%로 높았다. 그나마 제조업이 9.5%로 높았는데 이는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실직자로 내몰린 이들이 개인 능력을 살려 제조 관련 창업에 뛰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과학·기술업은 1.9%로 최하였다. 이를 통해 자영업자들이 창업 종목 선택에 있어 전문성은 상당히 떨어지는 것을 예측할 수 있다.
 

▲ 1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도록 마련된 식당 내부, 점심시간임에도 휑하다. [사진=이지우 기자]


창업 증가? 90%는 영세한 ‘나홀로 사장님’…가족과 함께 고군분투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특징은 ‘영세한 나홀로 사장님’이라는 점이다. 최근 나홀로족, 혼술, 혼밥과 같은 ‘개인’에 맞춰져가는 사회 현상이 창업전선에서 불고 있다. '나홀로 창업족'은 대부분 영세하다.
 
제조업, 전문·과학·기술, 보건·복지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가족 경영(정해진 급여 없이 가족들이 알음알음 도와주는 경우)의 비중이 50%를 넘는다. 도매·소매와 단체·수리·개인의 경우에 가족 경영이 2/3 이상을 차지한다. 숙박·음식은 가족경영 자영업체와 종사자 5인 미만 자영업체를 합하면 거의 90%에 이른다. 다시 말하면, 자영업체가 많은 주요 업종 대부분이 매우 영세한 실정인 것이다.
 
영세한 나홀로 창업이 많은 원인은 무엇일까. 이유는 대부분 ‘자영업이 좋아서’가 아니라 사실상 ‘자영업으로 내몰리는 사회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취업난과 실업난에 자영업으로 내몰리다보니 대출을 받아서라도 ‘개업’하는 것이다. 

물론 경제력이 약해 단 한명 직원도 둘 수 없는 처지이다. 가족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고군분투하는 게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의 평균적인 모습이다. 
 

▲ 영업이익률 분포 변화 그래프 ⓒ한국노동연구원


시장포화와 소비위축이 자영업 고사 원인…월급쟁이 사장님 5명 중 4명은 폐업이 현실
 
이렇게 사회는 취업난, 실업난으로 ‘창업’이라는 출구(?)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과연 ‘출구’가 될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다. 자영업체의 경영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순수익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순이익을 따졌을 때 결과적으로 이들은 명함만 ‘사장님’이었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의 영업이익률 분포가 모든 업종에서 왼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자영업체가 많은 도·소매와 숙박·음식의 이동 폭이 크다. 한국노동연구원 오상봉 연구위원은 “영업이익률의 분포가 왼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은 영업이익률이 낮은 자영업체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즉 자영업체의 경영 상황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원인은 포화된 자영업 시장 구조에 있다. 게다가 ‘수요기반의 지속적인 약화’도 병행되고 있다. 소득 대비 소비의 비중은 지난 9년간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소득 대비 비주거소비지출의 비중은 2015년에 50%에 가까운 수준까지 떨어졌다.

소득 대비 소비가 줄어든 것은 소득의 증가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여가비 및 비소비지출의 증가와 함께 주거관련 비용 증가때문으로 분석된다. 소득 대비 비주거소비지출의 비중 감소는 자영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지출할 수 있는 재원의 감소를 뜻한다.
 
결국 경제불황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니 서비스업이 2명 중 1명 꼴로 하고 있는 자영업자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것은 안타깝지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다면 영세한 ‘나홀로 창업족’의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10년(2005~2014년) 간 창업한 자영업자는 967만5760개로 집계됐다. 아울러 이 자영업자 중 799만309개는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과 폐업을 단순비교하면 자영업자의 생존률은 17.4%였다. 즉 10명이 창업할 경우 2명도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셈이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