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뛴 2016 노동시장 결산] 고령층 ① ‘빈곤의 길’ 시작 돼…고용은 늘었지만 저임금 서비스업 집중
강이슬 기자 | 기사작성 : 2016-12-08 16:55   (기사수정: 2016-12-23 12:30)
2,236 views
N
▲ 한국맥도날드는 실제 맥도날드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출연하는 TV광고를 최근 선보였다. 이 가운데 청년 직원과 고령층 직원이 함께 어울리는 장면이 나오고 있다. 2016년 이처럼 고령층의 고용증가가 계속되고 있으며, 고용증가폭도 확대됐다. ⓒ맥도날드 광고 캡처
 
뉴스투데이, 발로 뛴 2016 노동시장 결산

올해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불황과 실업의 공포를 더욱 강하게 경험해야 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5일 발표한 '2016 노동시장 평가와 2017년 고용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최고치를 경신했고, 여성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저임금 서비스 직종에 편중됐습니다.
 
고령층(55~79세) 취업자 수도 증가했으나 연륜과 기술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저임금 단순노무 직종에 집중됐습니다. 퇴직자, 취업 실패자 등에게 최후의 보루라고 볼 수 있는 자영업은 수익률 악화로 인해 붕괴 조짐을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내년 전망은 더 암울합니다. 실업률은 올해 3.7%보다 0.2%포인트 상승한 3.9%로 1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뉴스투데이는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를 토대로  기자들이 노동시장 현장을 발로 뛰어 파악한 냉혹한 현실을 담아  ‘2016 한국 노동시장 결산’ 시리즈를 보도합니다. 이 시리즈는 ‘청년층 노동시장’, ‘고령층 노동시장’, ‘여성 노동시장’, ‘자영업체 경영상황’ 등의 4개 항목으로 나뉘어 진행됩니다. 이 시리즈가 정부 및 정치권이 고용난 해결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작은 보탬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중견 건설회사 부장 출신 정 모씨, 재취업 실패기 
 
#1.박모 (61)씨는 지난 8월부터 4개월째 서울 시내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전에는 헬스장 전단지를 나눠주는 아르바이트를 10개월 간 했다. 밖에서 일하다 보니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워 힘들었다. 또 비가 오는 날에는 일을 할 수가 없어 받는 돈도 일정하지 못했다. 
 
그에 비한다면 패스트푸드점 일은 만족스럽다.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것이 처음엔 부끄럽기도 했지만, 전단지 알바를 하던 때를 생각하면 시원하고 따뜻한 실내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 고맙다. 오래오래 이 유니폼을 입고 일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2. 그러나 고령층 취업자들이 모두 '안분지족'의 도를 깨닫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해 새 일자리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신의 경력과 기술을 살리지 못하고 단순노무직에 재취업해야 하는 게 한국의 고령층이 직면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회사 부장으로 일했던 정철상(가명. 59)씨는 정년 퇴직 후 일손을 놓고 쉬었다. 저축한 돈도 있고, 아파트도 한 채 소유해 생활이 가능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초조해졌다. 정 씨는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게 두려웠다"면서 "다시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몰려왔다"고 말했다. 

정 씨는 과거 건설회사 재직 시 관계가 좋았던 지인을 통해 서울 시내 모 아파트의 관리사무소 직원으로 들어갔다. 재취업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비정규직 박봉이면서 주변의 시선이 차가웠다. 아파트 주민들이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공연한 자격지심이라고 자위하면서 열심히 일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사단이 벌어졌다. 저녁 6시부터 시작되는 야간 당직이 걸린 날이었다. 당직 날에는 할 일이 많다. 관리사무소 직원이라고 관리사무소만 지키고 있으면 되는 게 아니었다. 소장은  저녁 6시부터 2시간 동안 아파트 순찰을 돌라고 지시했다. 

정 씨는 그 지시를 충실하게 이행했다. 순찰 도중에 휴대폰 벨이 울렸다. 통화버튼을 누른 순간 화가 난 아파트 주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뿔싸, 그날 아파트 세미나실을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사용하기로 예약했던 주민이었다. 정 씨가 깜박 잊고 세미나실을 열어놓지 않고 순찰을 돌러 나왔던 것이다. 

정 씨는 세미나실로 달려가 문을 열어줬다. 거기서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평소의 자존심이 화근이었다. 정 씨는 그 주민에게 "뭐하러 이 시간에 세미나실을 사용해요?"라고 퉁명스럽게 따졌다. 이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었다. 서로 상대방에게 '갑질'하지 말라면서 싸웠다. 

결과는 참담했다. 바늘방석 같았던 시간이 열흘 쯤 지났다. 관리사무소장이 '해고통보'를 했다. 이유는 '주민들과의 불화'였다. 정 씨는 지금 실업상태이다. 후회가 막급이다. 재취업에 성공한다면 과거의 자존심을 결코 내세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고령층 생산가능인구 전체의 28.6%,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은 53.9%
 
물론 고령층(55~79세)의 일자리는 경비, 청소에 국한돼 있지 않다. 2016년에 고령층 일자리가 다양화되면서 고령층의 고용증가세는 지속됐고, 고용증가폭도 확대됐다. 
 

▲ 고령층 생산가능인구 증감·취업자 증감·고용률 추이 ⓒ한국노동연구원


한국노동연구원의 ‘고령층 노동시장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고령층의 생산가능인구는 전년동평균대비 55만 4000명이 증가한 1242만 5000명이다. 이는 전체 생산가능인구의 28.6%에 달하는 만큼 고령층이 중요한 노동인력이 됐다.
 
이중 올해 고령층 취업자는 32만4000명 증가했다. 고령층의 고용률은 전년동평균대비 0.2%p 상승해 52.4%를 기록했다. 
 
세부연령별로는 50대 후반(0.3%p↑)과 65세~79세 고연령층(0.2%p↑)에서 고용률 상승을 견인했다. 2016년 50대 후반 인구증가폭은 둔화(전년동평균 대비 16만 4000명↑)했으나 취업자는 소폭 증가하면서 고용률은 상승했고, 65~79세 고연령층은 인구증가폭(8만 명)의 차이 만큼 거의 대부분이 취업자로 흡수되면서 고용률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60~64세 연령층의 인구증가폭은 확대된 반면 취업자는 인구증가폭에 못미치는 수준에 그쳐 고용률이 전년동평균대비 0.1%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 성재민 실장은 “최근 고용동향은 서비스업에서의 55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 증가가 서비스업을 포함한 전체 취업자 증가를 지탱하고 있는 형국이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노동연구원 김복순 전문위원은 “노동공급 측면에서 고령층의 적극적인 구직활동은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끌어올리고, 이들이 일자리를 얻음으로써 고용률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 60대 한 경비원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지키고 있다. ⓒ뉴스투데이



고령층 72세까지 일자리 원해…고령층 고용비율 높은 '역삼각형 고용피라미드' 구조 심화

앞으로도 고령층 고용은 증가할 전망이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참여 의지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6년 현재 53.9%로, 전년동평균대비 0.2% 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청년층이 급감하고 고령층이 증가하는 인구구조 때문만은 아니다. 고령층의 강력한 근로의지가 또 다른 변수이다. 한국의 고령층은 대부분 노후대비가 부실한 상태이다. 늙어도 일할 수밖에 없다. '일의 보람'이 아닌 '생계 수단'을 위해서 재취업을 거듭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김복순 전문위원은 "인구고령화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고령층의 비중과 역할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고령층의 61.2%가 장래 근로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들은 평균적으로 72세까지 근로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인구 피라미드' 뿐만 아니라 '고용 피라미드'도 청년층이 줄어들고 고령층 비율이 급증하는 '역삼각형' 구조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구직 사이트 알바몬에 따르면, 50대 이상 아르바이트 지원자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4년 20만2687명에서 지난해 33만5182명, 올해 45만9555명으로 꾸준히 늘었다고 밝혔다. 2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잡코리아가 지난달 14일 성인남녀 103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정년 이후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이 있다’고 대답한 비중은 82.1%에 달했다. 


질 낮은 노동시장, 청년층은 외면하고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고령층이 접수
 
고령층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단순 노무직 및 서비스직에 집중적으로 재취업하고 있음은 최근 통계청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통계청이 7일 발표한 ‘2015년 일자리행정통계 결과’에 따르면, 근속기간이 3년 미만인 일자리가 전체의 56.3%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년 이상 근속하는 '평생 직장'은 전체의 6%에 불과했다. 

장기 근속과 복지혜택 및 충분한 보수가 보장되는 평생 일자리는 소멸돼가고, 저임금 정규직,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등의 질이 낮은 일자리가 고용시장을 채워가는 중이라고 평가된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고령층의 일자리 증가 속도가 다른 세대에 비해 가팔랐다. 고령층인 60세 이상의 일자리는 1년 전보다 7.9% 포인트가 늘었다. 이에 비해 20대 일자리는 1.3% 포인트 증가했을 뿐이다. 30대 일자리는  -0.5%로 오히려 감소했다.

질낮은 일자리가 늘어나자, 20, 30대는 외면하는 반면에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한 고령층이 고용시장을 접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층, 간병인· 택배원·서비스 판매직 등 재취업 급증 현상

고령층이 선택하는 질 낮은 일자리의 종류에도 큰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령층의 일자리를 산업별로 보면, 10년 전에는 농림어업 도소매업 청소경비관련 직종을 중심으로 한 사업시설 및 사업지원서비스업의 비중이 높았다. 이러한 추세는 유지되고 있다. 2016년 1~10월 기준으로도 75.6%가 도소매업(18.6%), 운수업(12.3%), 음식․숙박업(12.7%), 사업관리․지원업(13.1%), 보건․복지업(9.0%), 단체․개인․수리업(9.9%)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요양시설, 복지관 등에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간병인 등의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고용이 크게 늘고 있다. 또 택배·화물차 운송 등이 포함된 운수업, 서비스·판매직을 중심으로 한 숙박음식점업의 비중이 확대됐다. 

고령층 간병인의 증가세는  '고령층내 양극화'의 심화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지표이다. 부유한 고령층은 간병인을 두고, 빈곤한 고령층은 간병인으로 일하는 사회 풍속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66세 여성 서모씨, 인공관절 수술후 3주간 60대 간병인 고용


#. 서 모(66세·여)씨는 연말에 인공관절 수술 일정을 잡은 상태이다. 수백만원대의 비용은 자녀들이 사이좋게 배분해서 지불하기로 돼 있다. 오랫동안 무릎이 좋지 않아서 시도 때도 없이 통증에 시달렸다. 산택도 마음껏하지 못했다. 

요즘에는 마음이 들떠있다. 수술과 재활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산뜻한 노후를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활치료도 보통 수술후 1주일 정도 입원하고 나머지 기간은 통원치료를 한다. 하지만 서 씨의 경우는 자식들이 해외지사 근무를 하거나 회사일로 바뻐서 직접 돌보기 어렵다. 따라서 3주 동안 입원해서 재활치료를 받기로 했다. 

간병인비용은 하루에 8만원 정도이다. 2주일을 더 입원하면 비용이 100만원 이상 더 소요된다. 하지만 자식들이 경제력이 있는 편이라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서 씨는 며느리 박 모씨와 수술을 받기 전에 간병인을 알아봤다. 60대 여성 간병인을 쓸 수 있다고 해서 선택했다.  같은 연배라 마음 편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여유있는 고령층은 의료혜택을 누리면서 간병인을 쓰고, 빈곤한 고령층은 간병인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한국사회의 전형적 풍경으로 진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간병인, 택배원 등과 같은 서비스업에서의 고령층 채용 비중이 올해 전체 서비스업 채용을 견인했다. 2016년 1월~10월 기준으로  55세 이상 고령층의 서비스업 취업자수는 26만 4000명이 증가해 동 기간 전체 증가분 34만 1000명의 약 78%를 차지했다. 
 


▲ 고령층 고용률의 산업별 기여도 ⓒ한국노동연구원
 

고령층 취업자, 농립어업·제조업 산업 기여도 가장 높아
 
고령층 고용률에 대한 산업별 기여도를 살펴보면, 고령층 취업자의 비중이 가장 높안 것은 여전히 농립어업이지만,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반면 2016년에는 도소매업, 제조업의 기여도가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세부연령으로 보면 정년·은퇴 직적인 55~59세 연령층에서는 제조업이 가장 높은 기여도를 보이면서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운수업의 기여도가 높은 반면 60~64세 연령층에서는 제조업의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진 가운데 사업시설 및 사업지원서비스업의 기여도가 높아졌다.
 
김 전문위원은 “노후설계가 미흡했든지, 그래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든, 아니면 일하는 보람을 느끼기 위해서든 일을 하고자 하는 고령층이 증가하면서 고령층의 일자리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