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작 인터뷰] 윤영란 작가, 건대 미대 ‘염색’ 전공한 ‘엄마’에서 서양화가로 변신 성공
이지우 기자 | 기사작성 : 2016-11-14 18:39   (기사수정: 2016-11-1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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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는 지난 10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윤영란 작가 작업실에서 윤 작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이지우 기자]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아들 군 입대 후 찾아온 우울증…서양화가의 길 걸어

“아들의 권유로 화가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대학 졸업 후 바로 결혼하면서 ‘아내’로서 내조에 집중했고, 이후 아들을 낳고나서 ‘엄마’로서 집착했으며 아들이 다 자라고 ‘제2의 내 인생’을 살고 있다. 새로운 시작이 두렵지 않았던 것은 아내, 엄마로 살면서도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는 ‘그림’을 남겨뒀었던 것이 도움이 됐다. 결혼·육아와 마주해도 최소한의 준비로 40~50대 여성들이 용기있는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전업주부에서 서양화가의 길을 개척한  윤영란 작가(54)는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시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올해로 4번째 개인전을 열며 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윤 작가와의 인터뷰는 지난 10일 경기도 고양시 화정동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서 진행됐다.
 
누구나 느낄 수 있듯이, 의학기술 발달과 편리해지는 생활 등으로 고령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현실이 된 100세 시대에 이제 절반의 삶을 살아온 50대 여성들은 전업주부의 삶에 젖어 사회로 나가길 머뭇거린다. 사회생활은 생각만으로도 두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작가는 한국미술협회원 서양화분야 소속으로 1999년 첫 전시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2012년, 2014년, 올해 8월까지 총 네 번의 개인전을 열며 작가로 활동했다. 특히 윤 작가는 매 전시마다 명제를 ‘TIME’으로 정하며 ‘시간’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가져왔다.

그리고 시간을 표현하는 데 있어 소나무와 목련 등 자연물이 소재로 심심찮게 등장하는 특징이 있다. 2010년 남농미술대전 종합대상, 2013년 FACO아트페스티발 선정작가 등의 수상경력이 있다.
 
윤 작가는 인터뷰 내내  5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젊은 감각을 드러냈다. 그 힘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윤 작가는 대학에서 서양화과를 졸업하지 않았다. 그는 건국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염색전공을 했다. 중년의 나이에도 일에 대한 열정은 청년과 비슷했다. 염색을 전공하고 엄마에서 서양화가로 성공적인 작가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비법은 무엇일까.
 

▲ 윤영란 작가


① 아내·엄마가 되어서도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붓 놓지 않고 ‘서양화 공부’
 
 
Q. 1999년 이전, 미술작가 활동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A. 남편의 아내로, 아들의 엄마를 직업으로 살아왔다. 대학 졸업 후 바로 남편과 결혼을 하게 됐다. 아내로서 내조에 집중하고 아들을 낳고나서는 여느 엄마와 다를 것 없이 아들에 집중하는 엄마였다. 아들을 학교나 학원까지 태워주는 매니저도 되고 꿈에 대한 상담도 하는 친구, 멘토로서 최선을 다했었다.
 
 
Q. 서양화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만약 붓을 계속 놓고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시작이 힘들었을 것이다. 작품 활동을 하게 된 것은 아들이 군대에 입대하고 그 공허함과 우울증이 찾아왔었다. 이 때 아들이 전문화가로 활동을 해볼 것을 추천했었다.
 
사실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도 놓지 않았던 것이 바로 ‘그림에 대한 열정’이었다. 다짐했던 것은 엄마와 아내의 일을 제일 우선순위에 뒀지만 제일 아래 깊이에 그림에 대한 열정을 내려놓고 기다렸다.

때문에 오히려 막상 시작할 때 설레고 재밌었던 이유같다. 기다리면 기회가 올 것을 믿고 아내일 때도, 엄마일 때도 꾸준히 공부했다. 인사동 갤러리나 작품집 등을 접하고 문하생으로 들어가서 그림에 대한 공부를 계속했다.


Q. 그렇다면 오래 붓을 놓았을 텐데, 시작이 두렵지는 않았나.
 
설레고 재밌었다. 두렵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 ‘든든한 지원군’ 덕분일 것이다. 감사할 분들이 많다. 경제적으로 힘든 작가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남편의 도움이 없었다면, 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는 아들과 큰형님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시댁도 아낌없는 응원을 해줬다.
 
특히 큰 형님은 2005년에 발간된 밥 딜런의 자서전을 옮긴 양은모 씨이다. 그런데 11년이 지난 지금 노벨상을 수상하면서 자서전이 다시 읽히고 있다. 나도 지금의 작품에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누군가에게 또 다른 의미로 전해질 것으로 믿는다.

 
Q. ‘시간’을 주제로 ‘자연물’ 작품을 자주 선보인다. 이유가 있다면.
 
A. 많은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이다. ‘시간’과 ‘소나무’에 대해 많이 묻는데, 시간은 지나고 나면 한 순간이 되겠지만 작품이 전달하는 것은 그 순간이 되기도 하고 관람객에 따라 와 닿는 순간의 느낌과 해석은 다르다.

같은 시간의 나무를 보더라도 색상에 따라, 혹은 분위기에 따라 시간이 다 다르다. 이러한 순간을 위해 생활 속에서 작품이 떠오를 경우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여행이나 길을 다니다가도 사진으로 찍어 작업실에서 곧바로 작업했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시간에 대한 철학이 있는데 바로 ‘효율적으로 쓰려는 것’이 나의 오랜 철학이다. 물론 아들에게도 어릴 때부터 그렇게 알려왔다.


▲ 윤영란 작가

② 교습소 운영 등 미술 작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재능 활용'
 

Q.
많은 중년 여성들이 전업활동을 하다 사회에 나올 때 두려움을 가진다. 가족을 우선순위에 두고 ‘하고 싶은 일’을 아래 깊이 내려놓으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A.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붓을 놓지 않고 기다렸던 것’이라 할 수 있다. 나같은 경우는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교육청에 신고해서 교습소를 열었다.

아들이 초등학생일 때 아들 친구 2명을 데리고 미술 교습소를 운영해 재능을 다른 방법으로 활용했다. 또, 문화센터 등에서도 미술 재능을 살려 활동하며 감각을 잃지않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했다.

즉 하고 싶은 일이면서, 잘 할 수있는 일을 활용한다. 그리고 엄마라는 선에서도 벗어나지 않으면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Q. 다른 직업을 꿈꾸는 전업주부에게는 어떤 방법이 있겠는가.
 
A. 만약 그림을 그리고 싶은 엄마의 경우, 틈틈이 인사동 갤러리 등을 들려 작품을 보며 작품을 보는 눈을 키우고 문하생이나 문화센터 등에서 활동하는 방법이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문하생을 두고 있는데 아이가 있는 젊은 엄마들이다.

다른 직업일 경우에도 같다. 서적을 찾아보거나 인터넷 등으로도 관련 시험에 대한 정보도 많이 공유돼 있기 때문에 아예 놓지 않고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자격증을 준비하거나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이후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자는 내 철학과 맞물린다.
 
 
③ 경제적 지원 받을 수 있다면? 받아라
 

Q.
작가로 활동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A. 경제적으로 힘든 것이다. ‘적자만 면하자’는 생각으로 매달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위에서 언급했듯 남편의 지원이 있어서 가능했다.

수입적인 면이 뒤따르면 물론 좋겠지만 작가라는 일이 수입이 따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다. 때문에 가족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남편이 전문경영인인데 일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많이 격려해준다.
 
이외 스트레스가 있다하면 ‘작품에 대한 스트레스’일 것이다. 물론 작품에 대한 스트레스는 ‘행복한’ 스트레스지만 말이다.
 

Q. 선보이고 싶은 작품과 앞으로 전시 활동 계획은?
 
A. 지금부터 평생 직업으로 삼고 그림만 그리고 싶다. 앞으로도 ‘시간’에 대해 이야기 하겠지만 나이에 맞는 농익은 색감, 또는 소재 등을 다양하게 활용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도록 할 것이다. 물론 매년 작품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전시를 하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2년 정도 기간을 잡고 다음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전업주부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제2의 인생’을 살려는 주부들에게 조언하자면?
 
A. 누군가의 아내, 엄마가 되더라도 자신의 시간을 최소한이라도 투자해 몇 년, 또는 몇 십년 후를 준비하길 바란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면서 지금 당장은 하고 싶은 일을 제쳐둘 수 있지만 전부를 놓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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