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창업 억제’가 정부의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계획?

박희정 기자 입력 : 2016.11.03 13:19 ㅣ 수정 : 2016.11.03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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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박희정 기자)


과밀 지역이나 과밀업종에서 창업하면 강력한 ‘페널티 부과’ 입법화
 
중소기업청이 3일 발표한 ‘소상공인 육성대책’은 박근혜 정부 시절에 나온 최악의 정책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선보인 육성대책 중 새로운 것은 ‘소상공인 과당 경쟁 방지를 위한 페널티 부과 대책’ 하나뿐이다.

문제는 이 유일한 새 정책이 창업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방안이라는 점이다. 그 시나리오가 기가 막히다. 우선 2018년까지 사업체 수 및 매출 변동 추이, 영업이익 감소 추이 등을 계산해 과당경쟁이 우려되는 지역을 ‘소상공인 과밀지역’으로 지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전국 과밀지도’, ‘창업 과밀지수’ 등을 산정해 공표할 예정이다. 지역과 업종이라는 2가지 기준에 의해 과밀지역을 산출해 내겠다는 발상이다.

앞으로 과밀 지역 혹은 업종에 진입하려는 예비창업자는 어떻게 될까? 페널티(벌칙)을 감수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 융자지원 배제, 가산금리 적용 등과 같이 돈줄을 막는 방법을 고안중이라고 자랑스럽게 밝히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창업 억제책이 소상공인 보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창업을 막아냄으로써 소상공인을 보호하겠다는 중기청의 우국충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기청은 이날 “생애전환기(퇴직, 폐업 등) 고령자를 대상으로 파견업무 확대 등 장년층 고용안정을 통한 소상공인 진입 억제책을 도입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자들이 아예 창업하지 못하도록 파견직 근로자로 내보내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인 것이다.

그러나 중기청이 퇴직을 앞둔 고령자를 어디로 파견해서 일자리를 주겠다는 소리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일자리가 없어서 고육지책으로 창업전선으로 몰리는 게 한국의 현실 아닌가?

더욱이 소상공인, 즉 자영업은 한국에서 이미 포화상태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최고 수준이다. 자영업은 일자리가 없어 먹고살기 위해 내몰린 사람들의 마지막 선택지인 경우가 많다.


앞으로 서울서 치킨점이나 식당을 열면 융자도 못받아
 
중기청 구상대로라면 치킨점, 식당, 커피 전문점 등은 앞으로 창업을 못할 것이다. 조사해보지 않아도 과밀업종이다. 한 집 건너면 치킨점이나 식당이 아닌가.
 
과밀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서울시가 수 년전부터 ‘서울시 상권 분석’ 자료를 통해 25개 자치구별 ‘신규 창업 위험도’를 제공하고 있다. 자영업 폐업률과 3년 생존률을 결합해 만든 자료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의 25개 자치구의 모든 동은 창업하면 위험한 곳이다. 서울시는 위험도를 ‘고위험’, ‘위험’, ‘의심’, ‘주의’ 등의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대부분의 동들은 ‘위험’,‘의심’단계로 분류되고 ‘주의’보다 ‘고위험’이 많다.

그렇다면 중기청은 3일 서울시에서 창업하려는 고령층에게 가혹한 패널티를 적용하겠다는 냉혹한 법률을 제정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억장이 무너지는 난파선 구명보트 승선 금지조치

난파선의 구명보트에 자리가 없을 때 물에 빠진 사람을 태우지 않게다고 거부하는 행동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 생각을 하는 데 특별한 전문지식이 요구되지는 않는다.

냉혹한 비인간성과 이기심으로 가득 차있으면 고민할 필요도 없다. 자영업이 과당경쟁이라고 창업을 막겠다는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살아가는 중기청의 공무원들이 새로운 구명보트를 구하려고 고민한 내색도 없이 불쑥 ‘승선 금지’ 명령부터 내리겠다고 하니, 억장이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