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드러낸 ‘권력지도’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6-10-14 15:05   (기사수정: 2016-10-14 19:11)
2,095 views
N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전통적 문학의 권력 상실과 대중문화의 부상이라는 힘관계 인정

미국의 싱어송 라이터 밥 딜런(75)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문학의 영토 확장’을 뜻한다. 주최 측인 스웨덴 한림원이 현대사회의 권력지도를 인정한 것이다.

시대의 에너지가 전통적 문학에서 대중문화로 쏠린지는 이미 오래이다. 문학의 권력은 이미 파괴돼 흔적조차 없다. 삶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혼란스러운 성찰을 호소하는 문학의 목소리에 다수 인간은 귀를 닫았다. 지루하고 난해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권력은 대중문화가 거머쥐었다. 빈약한 사고력을 공통점으로 가진 연예인들이 청소년들의 사고를 좌우하고 있다. 그들의 얄팍한 말장난과 같은 일거수일투족은 즉각적으로 반향을 일으킨다. 이 점에서 지구촌 각국은 엇비슷한 듯싶다.

이런 판국에 문학이 살아남으려면 그 영토를 확장하는 길 밖에 없다. 진지한 사고를 좀 더 쉬운 언어적 도구로 표현해야 사람들이 모여든다. 제 아무리 심오한 문학적 영감을 형상화한 작가라고 해도 대중이 모르면 ‘골방의 자위행위자’에 불과하다.


전통문학의 고답적 위선과 대중음악의 천박함을 동시에 공격하는 퍼포먼스

이 딜레마적 상황에서 밥 딜런은 절충안이다. 그는 대중문화 영역에서 지적인 인물로 분류돼 있다. 반전과 평화 사상이 노랫말에 담겨있다. 멜로디나 창법도 그 뜻에 걸맞게 ‘황야’를 연상시킨다.

대중음악이지만 인간의 정신세계를 각성시킨다. 그의 대표곡중 하나인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의 가사만 해도 그렇다. “얼마나 많은 귀를 가져야 인간은 사람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중략)...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요” 1960년대 베트남 전쟁의 잔혹상을 서정적 멜로디에 담아 비판한 노래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기성세대는 이런 류의 밥 딜런 노래를 읊조리면서 청춘을 살았다. 미국의 문화식민지였던 한국의 중장년도 예외는 아니다. 밥 딜란처럼 청바지에 통기타를 두드리면서 약간의 사회적 반항의식을 표현하는 것은 60, 70년대 청춘의 전유물이었다.

밥 딜런을 안다는 것은 심지어 일종의 특권의식이었다. 전체 청년 중 소수에 불과했던 대학생은 밥 딜런에,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공장에 다니던 청춘은 남진이나 나훈아에 열광했다.

거의 발가벗다시피한 걸그룹들의 공연에 환호하는 오늘날 한국의 청춘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과거사이다.

결국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전통적 문인들의 난해함을 조롱하면서, 동시에 말초적 감각에만 집착하는 이 시대의 대중음악을 경멸하는 퍼포먼스이다. 우리는 전통적 문인들의 초라함과 21세기를 지배하는 대중음악의 천박함을 새삼스럽게 상기하게 된다.


흥행에 성공한 한림원의 영토 확장 전략…SNS스타도 노벨 문학상 받는 시대?

한림원의 영토 확장 전략은 흥행에 성공했다. 밥 딜런의 노래가 ‘귀로 듣는 시’라는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가 사람들에게 무척 도발적으로 들렸나 보다. 찬반 논쟁이 뜨겁다. 11억원이라는 노벨문학상 상금만으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열기이다.

“나도 밥 딜런의 수십년 된 팬이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반응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이는 전통적 의미의 문학에 집착하고 있는 문인이나 대중의 생각이다.

그러나 문학영토에서 절대적 권력을 행사해온 한림원이 대중가요 가사도 문학이라고 공식선언한 만큼 변화의 물살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노벨 문학상을 우상처럼 숭배해온 국내 문학계 입장에서는 당혹감이 클 것이다. 밥 딜런을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처지이다.

분명한 것은 이제 물질적 욕망을 뛰어넘는 정신적 영감을 불어넣는 모든 언어적 행위는 문학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문학의 영토는 어디까지 확장될지가 관심사이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다양한 SNS상의 스타들이 말초성을 뛰어 넘어 인간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아냄으로써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될 시대가 목하 도래중이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