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 칼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25時(45) 선무당이 사람잡는 ‘모병제’ 주장
김희철 칼럼리스트 | 기사작성 : 2016-10-14 15:21   (기사수정: 2016-10-14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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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9월 5일 국회에서 열린 “모병제 희망모임 제1차 토크 - 가고싶은 군대 만들기”에서 남경필 경기도 지사는 모든 성인 남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현행 “징병제”를 월급 받는 직업군인인 “모병제”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12년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로 출마해 ’모병제‘를 대선공약으로 제안했던 김두관 의원과 정두언 전 의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모병제 희망모임‘ 소속인사 70여명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남 지사는 “2025년 인구감소로 인해 50만 명 이상의 기존 병력규모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의지에 기초한 모병제가 필수적으로 검토돼야 하며, 일반 사병을 30만 명 수준으로 유지하되 9급 공무원 수준으로 월 200만원을 지급해 제대 후에 창업이나 학업에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있게 하자”고 주장했다.

취업 난에 시달리는 다수의 청년들과 부모들에게는 우선 귀에 솔깃 끌리는 달콤한 제안으로 들릴 수 있는 의견이다. 수십만 개의 청년 일자리가 생기고 전문화를 통한 정예강군으로 거듭날 수 있기에 병역에 관련된 각종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켜 사회갈등을 원천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한림대 특강에서 또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유 의원은 “부잣집 아이들은 군대 가는 아이들이 거의 없고 집안 형편이 어려운 가난한 자식들만 군대 갈 것이다”라고 비판을 하며 “정의롭지 못하다”고 악평을 했다.

그렇다.

모병제가 시행되면 금수저들에게는 병역의무를 면제해주고, 흙수저들이 박봉을 받으면서 국방을 책임지는 잘못된 국방체계를 만들어 낼 것이고 병역과 관련된 소모적 논쟁을 종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부의 가진 부자들과 박탈감을 느끼는 못 가진 다수의 약자들 사이에서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키게 될 것이다.

둘째로는 안보공백 우려가 대두된다.

북한 안전보위부요원을 포함한 평양의 인테리들의 연이은 탈북 행렬 등으로 대내외적 위기에 몰린 김정은 정권의 핵위협 및 국지도발 가능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모병제’논의는 안보의식을 악화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모병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화약고 같은 한반도에서 우리와 북한이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중인 전시상태임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



▲ [자료 : 국방백서2014] ⓒ뉴스투데이

표에서와 같이 북한정규군의 규모는 120만 명으로 우리의 두 배이고 노동적위대 등 예비병력은 770만 명으로 이것도 우리의 두 배 이상이다.

이러한 병력의 열세를 현재의 우리 국군은 강한 정신력과 국민적 신뢰로 극복하려는 가운데, 북한의 핵위협과 국지도발 가능성이 농후한 현 시점에 30만 명의 모병제가 도입되면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병력 규모가 4배나 되는 북한군의 위협에서 국가안보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모병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대책을 묻고 싶다.

셋째로는 국가재정에 대한 과중한 부담이다.

주로 주변국의 위험이 없어 주적이 존재하지 않는 유럽 등의 국가들이 주로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고, 급여 및 모병 비용이 많이 소요되나 효율성 측면에서 훈련비용이 감소하기 때문에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고 있다.

현재 GDP 대비 국방비를 비교하면 아래표와 같다.



▲ [자료 : 국방백서2014] ⓒ뉴스투데이

우리 주변국 중 위협이 될 수 있는 국가는 모두 징병제를 적용하고 있고 우방이 될 수 있는 미국·일본은 병력규모에 비해 엄청난 국방비를 부담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규모와 북한 및 주변국의 잠재적 위협을 고려할 때 모병제는 아직은 시기상조이다.

우선 GDP 대비 국방비부터 4% 수준으로 높여 국방의 과학화·현대화부터 시켜 주변국과 대등한 국방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모병제는 남북통일이 되면 주변국의 위협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인구와 병력감소에 대비한 군 전문성 제고와 병사의 인권 및 복지향상을 위해 모병제로 전환해야한다는 의견이 27%로 나타났다.

반면에 남북이 여전히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아직은 시기상조임으로 지금은 징병제를 유지해야한다는 응답이 61.6%로 징병제 유지가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4년 전 설문조사에서도 징병제유지가 60%, 모병제 도입찬성은 15.5% 였다고 한다. 이것은 20-30대 남성의 모병제 찬성률이 38.9%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아, 결국은 병역의무 당사자들이 징병제보다는 모병제 쪽으로 손을 들어주는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아직은 건전한 안보관과 국가의식을 갖고 있는 국민이 2배 이상 많다는 것은 안심이지만, 포퓰리즘만을 추구하는 잘못된 판단을 하는 인사들의 발언에 현혹될까 걱정인 것이다.

그리고 건전한 판단을 그르치고 일부 세력의 의도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침묵해 있는 건전한 사회지도층과 애국시민들은 이제 소리를 높일 때가 되었다.

손자병법 지형(地形)편에 지피지기 승내불태, 지천지지 승내가전(知彼知己 勝乃不殆 知天知地 勝乃可全)이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리는 위태롭지 않고, 천시와 지형까지 알 수 있으면 승리는 온전할 것이라는 뜻이다. 주변국의 위협과 우리의 실태 그리고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알면 아직은 모병제는 아니다.

한마디로 선무당이 사람을 잡는(A little knowledge is a dangerous thing.)일은 생기지 않도록 전 국민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한다. 끝.



 

- 육군사관학교 졸업(1981년)
- 동국대학원 외교국방(석사)
- 한남대학교 정책학 (박사과정)
- 5군단사령부 작전참모
- 3군사령부 감찰참모
- 8군단사령부 참모장
- 육군훈련소 참모장
- 육군대학 교수부장
- 육군본부 정책실장
-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
- (현)군인공제회 관리부문부이사장


주요 저서 및 연구

- ‘충북지역전사’, 우리문화사, 2000.2월(1500부 발간)
- ‘동서독 통일과정에서의 군통합에 관한 연구’, 동국대, 1995.6월
- ‘지고도 이긴 전쟁’, 합참지, 2002. 1월
- ‘ATCIS는 이 시대 영관장교의 개인화기’, 육군지, 2010.9월
- ‘소통과 창의는 전승의 지름길’, 국방저널, 2010.11월


※편집자주 : 본 칼럼은 전문가의 특정 견해를 밝힌 내용으로 뉴스투데이의 편집방향과는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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