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은 공간철학] “니체의 허무주의(nihilism)
윤재은 칼럼리스트 | 기사작성 : 2016-10-10 16:34   (기사수정: 2016-10-1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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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재은]

(뉴스투데이=윤재은 칼럼리스트)


“니체의 허무주의(nihilism)” : 뒤돌아 볼 수 있는 여유만 있다면, 내 인생의 발자취를 주워 담으리라!

인간에게 있어 공허(空虛)란 어디서 오는가? 인류역사상 가장 풍족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 가슴 한 구석, 왠지 모를 비어있는 느낌은 무엇이란 말인가? 유한한 인간으로 태어나 끝없이 질주하는 기관차와 같은 우리 인생! 한 치 앞을 알 수 없으면서도 무엇에 매달려 그 끝을 보지 못한단 말인가?

뒤돌아 볼 수 있는 여유만 있다면, 내 인생의 발자취를 주워 담으리라! 안개와도 같은 내 인생의 흔적은 과거라는 역사 속으로 숨어버렸고, 영원히 오지 않는 미래의 설계 속에 오늘도 나는 가지 많은 나무처럼 흔들거린다.

거리의 그림자! 그 주인은 어디가고 영혼 없는 육신들이 거리를 활보하는가? 안개가 걷히면 그 육신의 그림자는 저 머나먼 망각의 강을 건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리라! 어제의 나는 흐르는 강물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오늘의 나는 허무한 고독 속에서 도시의 이방인이 되어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거린다.

꺼지지 않는 삶의 등불이 되리라! 수없이 다짐해보지만,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내 가슴에 되돌아오는 느낌은 무엇이란 말인가? 목적지 없이 여행을 떠나는 방랑자처럼, 봇짐하나 등에 지고 갈 길을 나서지만, 삶은 허무의 그림자 속에 묻혀버린다. 인생의 빛이 되리라! 어둠을 박차고 뛰어나가지만, 세계는 또 다른 그림자들로 엄습해온다.

신의 죽음으로 고아가 되어버린 세계의 나! 그 끝은 알 수 없지만, 천둥번개와 비바람을 맞으면서도 그 빛을 보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리라! 아무리 어두운 터널이라도 끝없이 앞으로 나아가면 빛은 반드시 드러나게 되는 법. 그 빛의 세계로 나아가리라! 세상은 나에게 허무를 주었지만, 세계는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니체는 러시아 소설가 뚜르게네프의 허무주의(nihilism) 개념을 도입하여 현존하는 ‘최고가치의 탈가치’로 삶의 의미를 상실하는 것을 허무주의라고 규정하였다. 허무주의사회 속에서 최고의 가치는 의미를 상실하고, 인간은 자신의 길을 잃어버린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사회의 기류 속에서 불변의 가치는 어디가고, 추악하고, 탐욕적이며, 비겁한 가치들만이 혼재한단 말인가?

허무주의란 서양 이천년의 역사가 무너져 내린 것이 아니라, 그동안 우리가 계몽되지 못한 가치를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허무주의는 결코 우연적 사건이 아니라 무지함 속에서 절대화 되었던 것들이 거짓으로 들어나는 사건이었다. 이러한 폭로는 새로운 인간의 가치를 정립하고, 힘의 의지라는 ‘새로운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다.

힘은 새롭게 창출하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며, 그 쓰임새는 태양처럼 밝고 강하며, 이슬처럼 깨끗해야 한다. 하지만 힘을 갖지 말아야 할 사람이 힘을 갖게 되면, 그 힘은 폭력이 되고, 아집이 되며, 오만이 된다. 니체는 힘의 의지로 초인을 등장시키고, 혼란한 현시대를 초인의 의지로 돌파하고자 하였다. 초인은 창조되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니체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벌어지는 사회의 불균형 속에 싹트는 인간의 불평등을 보았고, 그 속에서 ‘허무’를 보았다. 욕망이 은총을 잠식하고, 힘이 폭력으로 변하는 사회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통념을 ‘인간은 이기적 동물’로 변화시켜버렸다. 삶의 가치가 흔들리고, 인간의 가치가 흔들리는 사회 속에서 힘없는 약자는, 힘 있는 강자의 노예가 되고, 그들의 이익에 파묻혀 고통의 세계가 되어버린다.

아! 신은 어디로 가고, 자본의 욕망만이 거리의 잡초처럼 자라 올라온단 말인가? 삶의 중심이 사랑과 배려가 싹트는 봄의 씨앗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세상의 가치를 자본의 가치에서 사랑의 가치로 바꾸어 놓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세상을 아름답게, 삶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진정 물질적 가치란 말인가?

실체의 진정한 주인은 물질이며, 대상이지만, 그것이 탐욕의 대상이 아닌 사랑과 배려의 아름다운 동행이었다는 것을 빛의 이름으로 말하노라! 신이 죽었다고 외치는 자들이여! 그대의 죽음이 턱밑에 와있는데도, 신이 죽었다고 말하려 하는가! 그대는 탐욕에 눈이 멀어 빛을 가린 장님처럼, 그대의 육신에 악취가 진동하고 있는 것을 진정 느끼지 못한단 말인가?

세계의 빛이 되고자 하는 초인이여! 세계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인간이여! 그대의 왼손에 희망의 등불을 켜고, 그대의 오른 손에 정의의 칼날을 앞세워, 저 머나먼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지 않겠는가? 그대의 칼날이 불의와 탐욕의 그림자를 단칼에 잘라버리고, 삶의 고통 속에 희망을 갈구하는 약자의 편에 서서 희망의 등불을 비춰보지 않겠는가?




윤재은(Yoon Jae Eun)

건축가이며 공간철학자. 현재 국민대 조형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홍익대건축학박사, Pratt Institute Master of Interior Design, New York, USA, Denmark International Study, affiliated with University of Copenhagen, Architecture &Design Program, 홍익대 디자인 학사를 졸업했다. 또한 UC Berkeley 건축대학에서 연구교수로 디지털건축을 연구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건축전문서적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가 있으며, 장편소설로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으로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의 저서가 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는 헤이리 블랙하우스, 25.7 하우스, 송해븐, 유진타워, 성북동 보현재주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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