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흥미진진한 김제동 국감 증인채택 무산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6-10-07 16:18   (기사수정: 2016-10-07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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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김제동 씨 국감 증인채택 자진철회 속사정은?

김제동(42)씨에 대한 국회의 국감 증인 채택이 7일 무산됐다. 기세등등했던 새누리당은 이틀만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지난 5일 김 씨의 증인채택을 요구했던 인물은 국방차관 출신인 새누리당 백승주(55) 의원이었다. 막강한 정치권력과 흙수저 간의 대결에서 흙수저가 승리한 셈이다.

물론 김 씨는 연예계 금수저급이다. 흙수저는 아니라는 반박도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공격진영이 현 집권세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는 한낱 흙수저에 불과하다.

집권 세력이 일개 연예인인 김 씨를 겨냥한 것은 그의 언행이 미워서다. 시도 때도 없이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을 공격해왔다. 최근에는 ‘사드배치’에 대해 격렬한 태도로 반대여론을 전파해왔다. 사회 지도층의 근엄함에 감춰진 이중성 조롱도 그의 단골 메뉴이다.

때문에 백 의원의 증인채택 주장은 권력심층부의 불편한 심기를 대변한 결과물이다. 국감 증인으로 불러 호통이라도 치고 겁이라도 주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백 의원 혹은 새누리당이 카드를 접었을까?  솔직히 김 씨의 해학과 풍자는 듣는 이를 후련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편향적인 경우도 많다. 객관성과 균형감각은 대단히 부족하다. 반대 진영에서 볼 때 허술한 구석이 많다.


‘아주머니’ 발언으로 영창 갔다는 주장, ‘소설’일 가능성 높아

불씨가 된 김 씨의 발언도 ‘사실’이 아니라 ‘소설’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지난 해 7월 한 종편 프로그램에서 “방위병으로 복무할 때, 한 장성들의 행사에서 사회를 보다 한 여성을 향해 ‘아주머니 여기로’라고 말했는데 알고 보니 군사령관(육군대장)의 '사모님'이었다”면서 “아주머니라는 호칭을 썼다는 이유 하나로 13일 동안 영창에 수감됐다가 다시는 아주머니로 부르지 않겠다고 3회 복창한 뒤 풀려났다”고 주장했다.

백 의원은 이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문의했고, 한민구 국방장관은 “김제동씨가 영창을 간 기록이 없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아마도 김 씨가 영창을 가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방위병 신분인 김 씨가 행사 사회를 보면서 군사령관 부인에게 ‘아주머니’라는 호칭을 써서 혼쭐이 난 것은 팩트인 것으로 짐작된다.

김 씨의 그러한 행동은 무지의 소치이다. 현역 군인이라면 육군대장의 부인은 당연히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예법에 맞다. 그러나 김 씨가 영창은 가지 않았다 해도 도에 지나치게 질책을 당했을 공산이 크다. 김 씨는 ‘군대문화의 비합리성’을 지적하려는 의도에서 ‘영창에 갔다’는 소설을 썼을 법하다.


김제동, 6일 토크콘서트서 ‘국감 폭로 리스트’ 열거하며 압박작전

‘소설’이 확실시 됨에도 김영우 국방위원장은 8일 국감에서 “국방 현안이 많아서 연예인 증인 채택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대신에 “김 씨가 국민과 군에 사죄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백 의원도 김 씨의 증인채택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았다.

집권세력이 이처럼 태도를 바꾼 것은 김 씨와의 ‘설전’을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설전을 벌이면 잃을 게 많은 쪽은 집권세력 혹은 군 수뇌부이다.

오히려 김 씨는 국감 증인으로 나와서 군대문화의 부조리 및 방산비리에 대해 ‘연설’하겠다는 의지를 사전 예고했다.

김 씨는 지난 6일 성남시에서 ‘사람이 사람에게’라는 주제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백 의원의 주장에 대해 “웃자고 하는 얘기에 죽자고 달려들면 답이 없다”고 날이 선 농을 던졌다. 과거에 자신이 했던 농담을 걸어서 증인으로 부른다면 그게 바로 당신들이 죽는 길이라는 뜻처럼 들린다.

김 씨는 “엄마한테 전화가 왔는데 ‘니 때문에 못 살겠다. 앞으로 아무나 눈에 띄면 그냥 사모님이라 해라'고 말했다”고 군 수뇌부의 반응을 꼬집기도 했다. 아울러 국감에 나가서 지적 할 사항의 리스트를 열거했다. 우선 방위병인 자신이 퇴근시간에 장성들 행사의 사회를 본 것 자체가 ’위법‘임을 지적하겠다고 공언했다. 백 의원이 부르면 달려가 영창 간 얘기도 개인적으로 할 수 있지만 오히려 골치 아파질 것이라고 은근히 압박했다.

결정타는 방산비리 의혹이었다. 김 씨는 “제가(국감장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몇 만원 주고 살 거 몇 십만원 주고 산 방산비리는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공갈의 명수’ 김제동이 던진 교훈

이런 분위기대로라면 새누리당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인 김 씨를 국감장에 부르는 순간 아수라장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꼬리를 내리지 않는다면 섶을 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격이다.

결국 김 씨는 ‘공갈의 명수’이다. 덕분에 일개 연예인이지만 링에 오르기도 전에 집권세력을 상대로 한 판 승을 거뒀다.

이번 해프닝에서 우리는 한 가지 진리를 다시 배운다. 자기 눈에 들보가 있는 자가 남의 눈에 티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러다가 개망신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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