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백선하 교수는 왜 궤변을 폈을까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6-10-04 14:55   (기사수정: 2016-10-0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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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망자와 유족을 욕보이고 경찰을 미소 짓게 한 사망진단서

故 백남기씨의 주치의였던 서울대 백선하(53) 교수가 ‘궤변’을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의 궤변은 망자와 유족을 욕보였지만 경찰 수뇌부는 미소 짓게 만들었다는 특징을 갖는다.

우선 사망종류를 ‘병사’라고 주장하는 백 교수의 사망진단서는 시위 진압과정에서 물대포로 백남기씨를 가격했던 경찰에게 면죄부를 준다. 법률적, 정치적 책임에서 빠져나갈 명분을 제공한다. 때문에 의사로서의 양심에 따르기 보다는 정권차원의 외압에 굴복해 사인을 결정했다는 비판이 따갑다.

백 교수는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그 과정에서 급기야 화살을 망자와 유족들에게 돌렸다. 백 교수가 책임지고 작성한 백남기씨 사망진단서에 적힌 직접 사인은 심폐정지이고, 중간 사인은 급성신부전증이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에 따르면 ‘심폐정지’는 사인으로 적지 않도록 돼 있다. 백 교수의 행태에 격분한 102명의 서울대 의대생들도 ‘선배님들께 의사의 길을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에서 “직접사인으로 ‘심폐정지’를 쓰면 안된다는 것은 국가고시 문제에도 출제될 정도로 기본적인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의대생들은 교수들의 그림자도 함부로 밟지 못하는 엄격한 상명하복의 문화에 길들여져 있다고 한다. 그런 의대생들이  반기를 들 정도로 답답한 심정인 것이다.

솔직히 모든 인간은 심폐가 정지됨으로써 죽는다. 심폐정지를 죽음의 원인에 대한 의학적 소견이라고 내놓는다면 비웃음거리가 된다는 얘기이다.


심폐정지론 입닫고 급성신부전증으로 유족 책임론 부각

백 교수도 자신의 논리가 황당무계함을 인식한 것 같다. 초점을 중간 사인으로 적은 급성신부전증으로 돌렸다.

백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백남기씨는 사망 6일전부터  급성신부전증등 합병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은 탓에 병사한 것이다. 유족들이 혈액투석, 인공호흡 등과 같은 적극적 치료를 거부했기 때문에 죽었다는 논리이다. 유족들이 치료를 거부한 것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하지말라는 평소 고인의 뜻을 존중한 결과라는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가관인 것은 백 교수가 “만약 환자가 적절한 최선의 치료를 받은 후 사망했다면 자신도 사인을 ‘외인사’로 적었을 것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답변한 대목이다. 이 대목에서 분노하지 않은 인간은 없다.

유족이 적극적 치료를 거부해 백남기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기 때문에 ‘병사’라고 적었다는 주장은 비인륜성의 극치를 보여준다. 유족은 졸지에 패륜적 가족으로 전락해버렸다. 충분히 살릴 수 있는 가장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으로 점찍혔다.

의사들에게 사망진단서는 환자와 유족에 대한 마지막 배려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백 교수의 진단서는 백남기씨와 유족들이 아닌 과잉진압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찰 수뇌부와 정부를 배려했다. 유족들은 혈육을 잃은 슬픔에 더해 모욕까지 당했다.


서울대 병원 조사결과는 백 교수의 도덕성 사망 선고

그러나 백남기씨가 지난 해 11월 물대포를 맞아 뇌출혈을 일으켜 식물인간으로 누워지내다가 합병증에 걸려 유명을 달리했음은 굳이 의사가 아니라도 알 수 있는 상식에 속한다. 백 교수와 기자회견에 동석했던 이윤성 서울대 및 서울대 의대 합동특별조사위원장(법의학 교수)가 “나라면 ‘외인사’라고 적었을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을 정도이다. 사망진단서의 사인은 근본적인 원인을 쓰는 것이 상식적인 태도라는 설명이었다.

이 교수는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라면 백 교수에게 사망진단서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백교수의 문제점을 정조준해 비판하기도 했다.

서울대와 서울대 병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이 교수가 백 교수에 대해 의사로서의 전문성 혹은 도덕성에 대해 사망선고를 내린 셈이다. 서울대 병원도 어지간하면 백 교수를 전폭적으로 옹호해야 할 처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 교수를 벼랑 끝으로 밀어버린 셈이다.

백교수의 결정적 패착은 직접 사인을 심폐정지로 적은 행위를 변명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유족들이 백남기씨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거부한 게 사인이라고 생각했다면, 직접 사인을 급성신부전증이라고 밝히는 게 순리이다.

하지만 백 교수는 심폐정지라고 적었다. 그 효과는 명확하다. 백남기씨의 사망원인을 물대포 충격에 의한 ‘외인사’라는 본질로부터 가급적 멀리 떨어뜨려 놓는 형식논리의 구조이다.


‘외압’이 아니라면 ‘알아서 긴 것’이거나 ‘소신’의 토로

백 교수가 이처럼 무리를 해서라도 경찰의 조력자를 자임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본인은 ‘외압’은 아니라고 펄펄 뛰고 있다. 일각의 지적처럼 외압을 받아들인다고 당장에 서울대 병원 원장이 될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조사위원장인 이 교수도 백 교수의 외압의혹 부정은 인정했다. 동료 의사가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도록 배려한 것 같다. 그렇다면 나머지 경우의 수는 2가지이다. 우선 우리 말 표현처럼 ‘알아서 긴 것’일 수 있다. 아니면 상식을 거스르면서 격렬하게 ‘소신’을 토로한 결과일 수도 있다.

다수 국민은 전자일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다. 백 교수가 과거 황우석 논문에 별 다른 기여도 없이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가 논문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낭패를 본 적이 있다는 전력도 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 목표는 없지만 막연하게 권력과 친밀해지고 싶은 공명심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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