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하일성, 그 직업적 성공과 불운의 교훈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6-09-08 14:47   (기사수정: 2016-09-0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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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프로야구 시대의 막을 연 스타 해설가의 성공 비결, 기다림

저명한 야구해설가 하일성(67)씨가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소재 스카이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목을 매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망원인을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하 씨는 경기상황을 쉽게 풀어내는 해설력과 소탈한 이미지로 ‘스타 야구해설자’시대의 막을 연 인물이다. 그의 성공은 우리에게 소중한 메시지를 던진다. 우선 하 씨는 야구선수로서 지리멸렬한 시절을 보냈지만 야구해설가로 변신해 ‘대성공’을 거뒀다.

직업적 성공을 꿈꾸는 사람들이 흔히 조급증에 걸리기 쉽다. 하지만 하 씨의 사례는 인간이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찾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기다림의 미학이 요구된다.

하 씨는 서울 성동고등학교 야구선수로 야구인생을 시작해 경희대학교 체육학과 특기생으로 입학했으나 빛을 보지는 못했다. 일찍 꿈을 접었다. 자신이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대학졸업 후 고교 체육교사로 일했다.

하 씨는 우연치 않게 시대의 흐름에 올라탔다. 그게 성공의 단초였다. 1979년 당시 KBS 배구 해설위원이었던 오관영씨의 권유로 동양방송(TBC) 야구해설위원으로 방송계에 입문했다.


전두환 정권이 의도치 않게 선물한 ‘하일성 시대’

1980년 전두환 정권의 등장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초래했다. 하지만 하 씨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선물했다. 신군부의 언론통폐합조치로 TBC가 문을 닫자, 그는 KBS로 옮겼다.

1982년 전두환 정권은 한국프로야구리그를 출범시켰다. 정통성없는 정권에 대한 국민적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한 3S(Screen·Sex·Sports)정책의 일환이었다. 굴욕적인 ‘우중정치’였지만, 한국인들은 환호했다. 프로야구와 성애를 다룬 영화들은 새로운 문화적 경험이었다.

하 씨는 요즘 표현으로 ‘동네 아재’식 개그와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프로야구를 대중화하는 데 한몫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 해설자가 되면서 방송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게스트가 됐다. 돈도 많이 벌었다. 2006년부터 3년 동안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도 지냈다. 스포츠계의 명예와 권력도 누린 셈이다.

전두환 정권이 한국인의 정치적 비판의식을 약화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프로야구를 출범시키지 않았다면 ‘하일성 시대’는 결코 도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독재정권이 전폭적으로 후원하는 프로야구 시대에 재능 있는 한 인간은 절호의 기회를 잡아낸 것이다.

이처럼 인생은 발버둥친다고 잘 풀리는게 아니다.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면 평범한 삶에 만족해야 한다. 재능을 가진 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내공을 키우면서 시대를 기다릴 뿐이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하 씨는 그렇게 명운에 따르면서 성공했다.


건강 이상이후 조급증이 불운의 화근?

그러나 하 씨의 실패는 정 반대 지점에서 출발했다. 하 씨가 각종 방송 등에 출연해 전한 바에 따르면, 성공한 이후 그의 삶은 오히려 조급증에 시달렸던 것으로 보인다.

하 씨의 조급증은 건강에 대한 자신감의 상실로부터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잘 나가던 그는 2002년 심근경색으로 3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그는 이후 돌연사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후에는 재앙의 연속이었다. 부동산 투자를 잘못해 100억원대의 손실을 보거나, 지인과의 금전거래 과정에서 사기혐의로 고소되는 불명예도 몇 차례 겪어야 했다. 한때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던 그는 사망하기 직전에 경제적 빈곤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을 잃은 뒤 조급해진 그가 무리한 투자를 선택했던 게 불행의 화근이었던 셈이다.


건강 악화와 경제력 약화는 피할 수 없는 인간조건

인간은 누구나 세월이 흐르면 건강이 나빠지기 마련이다. 그건 피할 수 없는 생물학적 소멸 징후이다. 그 징후가 도래하는 시차가 개인 간에 존재할 뿐이다. 특수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노후가 되면 경제력도 악화될 수 밖에 없다. 그게 순리이다.

건강이 악화되고 경제적 여유가 사라져 간다면 그렇게 적응해서 살아가면 될 뿐이다. 저물어가는 삶을 부끄러워 할 이유는 없다.  때문에 불우한 청소년기를 극복하고 성공했던 하일성씨의 극단적 선택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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