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정세균 발언 파문과 궁지에 몰린 민심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6-09-02 16:24   (기사수정: 2016-09-02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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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우병우 수석 사퇴 요구 및 사드 국론 분열 발언에 새누리당 격분

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이 여당인 새누리당의 의장직 사퇴요구에 직면했다. 1일 20대 정기국회 개회사로 설화를 겪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을 격분시킨 발언의 쟁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비리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요구이다. 또 다른 하나는 사드배치 문제가 사전 여론 수렴과정의 부족으로 인해 국론분열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은 이 발언들을 정파적 입장으로 규정하고 맹비난 중이다. 2일에는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장실 앞에 몰려가 발언 사과 및 의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비난의 수위도 험악하다. 국회의원들이 역대 국회의장에게 보였던 최소한의 예우는 실종됐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정 의장이 대권 중증병에 걸렸다”,“야당 부대변인 정도가 할 소리”등의 표현을 동원해 조롱했다. 염동균 의원은 “정세균 의장은 악성균, 테러균으로 국민을 공격하고 있다”고 정 의장의 이름을 빗대어 비난했다.


정 의장은 ‘당파성’이 아닌 ‘민심’을 대변

새누리당의 공격 포인트는 정 의장의 발언의 ‘당파성’과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있다. 하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디오피니언’이 지난 달 31일 전국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 수석 거취에 대해 ‘불거진 의혹만으로도 업무수행이 어려우니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응답이 58.0%였다. ‘수사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는 응답은 33.7%에 그쳤다.

지난 달 25~26일에 실시된 (주)에스티아이의 여론조사에서도 우 수석의혹에 대한 국회의 특검 추진에 대해 ‘찬성’이 61.9%로 ‘반대’ 18.7%보다 3배 이상의 응답률을 보였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경북지역에서도  ‘찬성’ 47.2%, ‘반대’ 29.9%’라는 진기록이 나왔다.


조선시대 왕보다 막강한 우 수석을 바라보는 민심의 현주소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우 수석이 현직을 유지하는 한 검찰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점 정도는 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만 국민이 이 사실을 모른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

이조시대의 왕도 자신에 대한 사관의 기록을 열람할 수 없었다. 왕이 살아생전에 자신에 대한 기록을 열람한다면 어떤 사관이 감히 진실을 적을 수 있겠는가. 박 대통령의 지극한 신임을 받는 민정수석이라는 권력자의 죄상을 적어서 민정수석에게 보고 할 정신이상자는 없다.

그러나 우 수석은 박 대통령의 철벽수비 속에서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기록을 사전 검열하는 자리에 남아 있다. 우 수석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검찰의 실질적 수사는 가능해진다. 그래야 박근혜 정부도 집권 후반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

국민들에게 정 의장이 대권 병에 걸렸는지 여부는 중요치 않다. 큰 관심이 없다. 그는 주요 대권주자로 분류돼 있지도 않다. 대권병이라고 몰아 부치는 이정현 대표의 발상이 생경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분명한 것은 우 수석의 사퇴를 요구한 정 의장의 개회사 발언은 당파적 성격을 전혀 띠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답답해서 실신할 지경인 다수 국민의 목소리가 정확하게 표현됐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오히려 국회의장까지 나서서 우 수석 사퇴를 요구할 지경에 이르게 만든 야당 의원들이 부끄럼을 알아야 한다.


새누리당의 박 대통령 편들기는 ‘충성심’이 아니라 ‘역심’

이번에 드러난 새누리당의 태도야 말로 당파성의 극치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과시하고 당파적 이익을 지키는 데 여념이 없다. 국민의 조롱어린 시선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그럴수록 박 대통령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 새누리당의 대통령 편들기는 ‘충성심’이 아니라 ‘역심’이다. 대통령을 국민으로부터 격리시키려는 책동이다. 여론조사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달 말 전국의 1,5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지난주보다 2.5%포인트 떨어진 31.2%로 나타났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전주보다 2.7%포인트 오른 61%로 집계됐다.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20대에서는 한 자릿수까지 추락했다. 지지기반인 60대 이상의 지지도는 처음으로 50%대로 내려앉았다. 이 같은 지지도 추락의 재앙은 우 수석 문제에서 촉발됐다는 게 리얼미터측의 분석이다.

우 수석 유임이 박대통령을 위한 선택이었다면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상승했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제 객관적 수치로 드러난 민심도 묵살할 정도로 심각하다.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민심의 현주소를 정치의 복판으로 끌어들여야

정 의장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논점도 황당무계할 뿐이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조항이 발언 자체를 금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특정 당파의 입장에서 벗어나라는 의미일 뿐이다.

유능한 국회의장이라면 필요한 말을 많이 해야 한다. 국회의장은 입법, 사법, 행정의 3권 분립 체계의 한 축이다. 행정부의 최고 권력자가 민심을 등지고 있다면 권고하는 게 의무이다. 그래야 3권 분립이 실질적으로 작동된다.

과거 국회가 정쟁으로 파행을 일삼았을 때, 박 대통령이 관행을 깨고 국회에게 맹공을 퍼부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정치권 혹은 국회 비판을 3권분립 원칙 위배라고 반격했지만 당시 야당의 정치적 수사는 실패했다. 국회의 오류를 행정부의 수장이 지적할 때, 3권 분립은 실질적으로 작동된다. 모든 권력은 견제될 때 오작동을 피할 수 있다.

정 의장의 발언은 박 대통령을 겨냥한 게 맞다. 그렇다고 정파적이라고 몰아붙이면 무뇌아적 발상이다.

오히려 국회의장이 필요한 말마저 안으로 삼킨다면 직무유기이다. 무능한 직업인에 불과하다. 필요한 말은 무엇인가.

민심을 정치의 한 복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논변과 수사이다.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면 그 분노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해 풀어줘야 한다.

정 의장은 개회사에서 이 점을 정확히 지적했다. “국회의장은 상석에 앉아 위엄을 지키는 Chairman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Speaker이다." 여야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무색무취의 립서비스만 하는 것은 결코 정치적 중립이 아니다. 국민 혈세만 축내는 무능력자일 뿐이다.


새누리당의 외골수 감성이 민심을 막다른 골목에 몰아 세워

새누리당은 스스로 박 대통령에게 직언을 할 판단력과 용기가 없다. 그렇다면 차선책이라도 필요하다. 정 의장의 발언이 문제라고 판단됐다면 공식적인 토론의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었다.


논쟁을 벌이고 그 내용을 국민과 공유하면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누가 민심이고 누가 당파성인지 가려지게 된다.  대화를 사전 차단하고 사퇴결의안부터 제출하는 새누리당의 행위는 의회정치가 아니다. 지지기반이 협소한 선동정치이다.

다만 국민입장에서 볼 때, 새누리당의 격분에 감사할 대목도 있다. 새누리당이 당파성에서 탈피해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게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해줬다. 그들의 정치적 감성과 상상력은 박 대통령만을 지향할 뿐이다.

이러한 외골수 감성이 민심을 대변한 국회의장을 막다른 골목에 몰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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