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강남패치의 실체, ‘흙수저’가 감행한 ‘폭로 저널리즘’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6-08-31 15:05   (기사수정: 2016-08-3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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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외향적이고 세속적인 젊은 여성들의 금수저를 겨냥한 분노

사생활 침해논란의 중심에 섰던 ‘강남 패치’와 ‘한남 패치’ 운영자가 30일 경찰에 의해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의 죄목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이다. 최근 수개월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일반인들의 신상을 무차별적으로 폭로해왔기 때문이다.

강남패치라는 명칭은 유흥업소가 밀집한 지역인 ‘강남’과 연애인들의 사생활 폭로로 유명한 ‘디스패치’의 합성어이다. ‘한남패치’는 ‘한국남자’의 줄임말과 디스패치의 합성어이다. 성적으로 문란한 한국 남성들을 고발한다는 의미이다.

이들 운영자들은 연령, 문화,계층의 차원에서 공통점이 있다. ‘분노한 흙수저’이다. 우선 20대 젊은 여성이다. 강남패치는 정모(24·여)씨, 한남패치는 양모(28·여)씨가 운영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적으로는 SNS에 능통한 강남클럽 문화의 주요 소비자이다. 정 모씨는 클럽 ‘죽순이’급으로 보인다. 양 모씨는 성형수술 부작용에 시달린 경험을 갖고 있다. 한마디로 외향적이고 세속적인 스타일의 젊은 여성들이다.

정 모씨는 단역 배우나 쇼핑몰 모델 일을 하다가 최근 임시 사무직으로 취직했다. 계층적으로는 스스로를 ‘흙수저’로 인식한 것 같다. 그래서 강남클럽에서 만난 중견기업 회장의 외손녀 A씨에게 열등감을 느낀 게 도화선이 됐다.

모욕당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A씨를 인신공격하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반응이 의외로 뜨거웠던 것 같다. 금수저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은 많은 흙수저들의 피를 끓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고무된 정 모씨는 강남패치를 출범시켰다. SNS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남녀의 정보를 무차별 살포하며 비방전을 폈다. 정 모씨가 올린 글에는 논점이 있었다. 자신이 정보를 공개한 인물들이 금수저나 성공한 사업가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학력이 낮은 비행 청소년이고 성형수술로 뜯어 고친 얼굴이라고 주장했다.

정 모씨가 비난한 대상이 진짜 금수저인지 아니면 정씨 주장처럼 가짜 금수저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재력과 외모 서열이 지배하는 강남 클럽 문화는 상대적 박탈감의 온상

하지만 정 모씨의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긴 강남클럽은 실제로 돈과 외모의 서열이 지배하는 곳이라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강남과 홍대 등지의 클럽에서 과거 나이트클럽식 부킹 문화가 성행한 지 오래이다. 부킹의 결정적 변수는 남녀 불문하고 돈과 외모이다.

특히 남성은 재력이 더 중요한 변수이다. 주요 클럽의 VIP룸을 예약해서 고가의 양주를 마실 수 있는 남성은 미모의 여성과 손쉽게 부킹을 한다. 방값과 술값을 합치면 그 비용이 최고 수백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도 마찬가지이다. VIP룸을 예약하면 마음에 드는 남자를 고를 수 있다.

A씨가 성형으로 가꾼 외모를 자랑하면서 부담없이 VIP룸을 예약하는 재력을 과시했다면 정 모씨가 질투를 느낄 법도 하다. 금수저들을 모방하는 ‘과시소비’도 이뤄진다. 일명 ‘조각모임’이다.

흙수저들이 카페 등을 통해 팀을 구성해 VIP룸을 예약하는 번개 모임이다. 생면부지의 남성들 혹은 여성들이 방값을 나눠 내고 금수저처럼 신나게 노는 것이다. 물론 부킹 성공률은 급격하게 높아진다.


성형수술의 부작용이 낳은 원한이 남성의 성적 문란 고발의 계기?

한남패치 운영자 양 모씨는 성형수술 피해자이다. 2013년 성형수술을 받은 후 3년 간 5차례의 재수술을 받을 정도로 부작용에 시달려왔다. 병원 측과 민·형사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좌절과 분노에 시달리던 그는 우연히 강남패치 게시글을 보고 한남패치를 구상하게 됐다. 자신을 망가뜨린 성형외과 남자 의사에게 복수하는 심정으로 성적으로 문란한 남성의 사례들을 실명으로 게재했다. 90% 이상의 게시글이 검증되지 않는 제보내용이었다.

양 모씨의 행위도 흙수저의 분노가 원천으로 자리잡고 있다. 계층적으로는 의사이고 성적으로는 남성인 가해자가 자신의 외모를 망가뜨리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뻔뻔스럽게 잘 살아간다고 여겼을 성 싶다. 양 모씨에게 남성인 의사는 자신을 무시하는 금수저에 해당되는 되는 셈이다.


진실과 거짓이 혼재된 SNS시대 폭로 저널리즘의 미래 암시

결국 강남패치와 한남패치의 실체는 흙수저에 의한 ‘폭로 저널리즘’이다. SNS시대에 모든 개인은 언론기관을 소유하게 됐다. 블로그, 카페를 뛰어넘어 다양한 SNS채널을 활용해 순식간에 ‘소문’이나 ‘거짓’을 ‘뉴스’로 둔갑시킬 수 있다. 그들은 모두 취재기자이면서 편집국장이나 보도국장의 권한을 갖고 있다.

게다가 정규 언론사보다 훨씬 자유롭다. 고로 뉴스의 내용도 자극적이고 무책임하다. 양 모씨가 인스타그램 계정을 활용해 게시글을 올린 것도 사용자 정보가 경찰에 제공되지 않는다는 규정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신의 폭로가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식한 셈이다.

혹자는 강남패치 등에게 저널리즘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게 부적절하다고 여길지 모른다. 그러나 저널리즘이 대중의 생각에 영향을 주는 글이라고 규정한다면 SNS시대의 저널리즘은 무한대로 확장돼 있다.

강남패치와 한남패치는 이번에 운영자들이 검거되기 전까지 유력인사들이 실제 운영자라는 풍설이 떠돌기도 했다. 일부 증권가 찌라시에는 상당한 수준의 정보력을 갖춘 인물들의 실명까지 거론됐다. 그만큼 강남패치와 한남패치의 게시글에는 비방뿐만 아니라 연예계 정보도 담고 있었다.

이처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실과 거짓은 뒤섞이기 쉽다. 대중은 사실과 거짓을 구별해서 기억하지 못한다. 소문과 진실이 엉망진창인 채로  뒤섞여 유포된다. 그것이 SNS 저널리즘의 현재이고 더 격화될 미래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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