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김진태의 ‘송희영 폭로’가 지닌 다섯 가지 의미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6-08-30 17:35   (기사수정: 2016-08-3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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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김진태의 폭로가 ‘우병우 구하기’라는 시각은 단선적 이해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정치적 공세의 늪에 빠졌다. 조선일보 송희영 전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받은 초호화판 향응 의혹을 폭로한 데 대해 ‘우병우 물타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비리의혹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희석시키고, 초기 관련 보도를 주도했던 ‘조선일보 길들기’이라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비판자들은 야당과 진보적 성향의 미디어들이다. 정치적으로 조선일보와 대립각을 세워온 세력들이다. 위기에 처한 조선일보가 적군의 도움을 받는 블랙코미디가 공연되고 있다. 
 
비판자들은 김진태를 ‘청와대 공작정치’의 하수인 정도로 격하시키고 있다. 여론도 이런 견해에 동조하는 쪽이 대세이다. 
 
그러나 강경 친박인 김진태 의원의 폭로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만으로 터져나온 무리수라는 평가는 지나치게 단선적인 이해이다. 그의 폭로는 정치사회학적으로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보수 정치인에 의한 최초의 보수 언론 비리 폭로
 
우선 한국 언론의 비리에 대한 최초의 폭로자로 기록될 수 있다. 특히 조선일보는 한국보수언론의 정상을 지켜온 신문이다. 그 사주는 대통령보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은 5년 단임이지만 조선일보 사주는 종신직이기 때문이다. 오래 사는 게 이기는 법이다.
 
실제로 조선일보는 지난 30년 이상 대한민국의 언론권력을 상징해왔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 동안 그 위치를 유지해왔다. 대통령이 갈려도 조선일보는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번 사건으로 도덕성에 중상을 입었다. 언론의 지형이 격변하는 시기에 그 후유증이 어디까지 갈지 예측불허이다. 폭로자는 조선일보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힐게 뻔하다.
 
김진태도 이점을 모르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가 물러나면 새 정권이 들어선다. 새 정권이 진보이건 아니면 보수이건 간에 전 정권을 위해 일한 폭로자를 보호해줄 필요는 없다. 더욱이 조선일보라는 언론권력과 맞서는 부담을 질 이유는 찾기 힘들다.


정치권력과 유력언론간의 갈등관계는 상호감시체제 구축
 
따라서 조선일보와 척(隻)을 지고 향후 정치하기란 쉽지 않다. 김진태는 서울대 법대를 나온 검찰출신의 엘리트이다. 이런 한국사회의 생리 정도는 빠삭하다고 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김진태가 30일 폭로 자료의 출처를 밝히라는 야당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밝힌 변이 흥미롭다.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뒤가 구린 것처럼 하는데 그냥 제가 오해를 안고 가겠다. 출처를 밝히면 조선일보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저에게 정보를 준 사람이 어떻게 되겠느냐. 제가 좀 불이익을 받고 가는 게 나을 것 같다”
 
이 발언은 제보자 보호를 명분으로 삼아 궁지에서 벗어나려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향후 정치집단으로서의 친박이 존속한다면 조선일보와 긴장관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처럼 특정 정치 집단과 유력언론이 갈등관계를 지속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요소이다. 모든 비리는 유착에서 싹튼다. 갈등하는 권력들은 상호감시하기 마련이다.


유력언론의 정부 인사개입 관행에 제동 계기?
 
김진태의 폭로를 통해 송희영 주필이 정부 인사에 개입해 온 정황의 일단이 드러난 점도 의미심장하다. 조선일보 고위층의 인사개입이 실효성이 있다는 정황도 발견됐다.
 
그렇지 않다면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2억원 상당의 비용이 드는 호화외유에 송 전 주필을 VVIP자격으로 동참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30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송 전 주필이 남 전사장의 후임인 고재호 전 사장의 연임청탁도 했지만 거절했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도 나왔다.
 
송 전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인사권을 쥔 산업은행장과 상위 권력기관인 청와대 등에 민원을 한 정황증거가 대단히 풍부하다. 이는 명백하게 잘못된 관행이다. 죄의식 없이 고위층 간의 상호교류로 여겨져 왔는지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유력언론인이나 정부 고위층 모두 인사청탁 문제에 조심하게 될 것이다. 차제에 잘못된 관행에 대한 도덕적 경각심이 작동한게 된 것이다.


언론 고위층과 검찰 고위층의 비리 규모 비교의 기회
 
언론 고위층의 비리가 검찰 고위층의 비리에 비하면 약소한 수준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것도 의미가 크다.
 
송 전 주필은 부적절하고도 지나치게 호사스러운 향응을 받았다. 하지만 거액의 현금 수수 혐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진경준 전 검사장이 넥슨 김정주 대표로부터 1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받아 챙긴 경우와 비교하면 부패의 규모가 작다. 한국 사회에서 검찰에 비해 언론이 지닌 권력은 상대적으로 왜소하기 그지 없다는 진실을 선명하게 드러낸 셈이다.


권력의 협력자로 전락하기 쉬운 유력 언론인에게 경각심  
 
그동안 유력 언론인은 권력의 감시자가 되기보다는 협력자를 선택하는 성향이 높았다는 추론도 가능해졌다. 송 전 주필이 연임을 부탁한 것으로 알려진 남상태, 고재호 전 사장은 모두 수조원대의 분식회계 혐의를 받고 있다. 송 전 주필은 조선일보 내의 경제통이다. 경제부, 산업부 등에서 잔뼈가 굵어온 기자이다.
 
대우조선해양이 거액의 부실을 감추고 있다는 풍문은 수년 전부터 떠돌았다. 만약에 송 전 주필이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조짐을 전혀 몰랐다면 실력이 없는 기자이다. 조선일보 경제기사의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바로미터이다. 
 
반대로 부실을 알고도 책임자의 연임을 청탁했다면 부도덕의 극치이다. 부실이 터졌을 때 또 다시 수조원의 혈세가 투여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런데도 부실을 키워온 남상태, 고재호 사장을 연임시키자고 했다면 기자를 떠나 사람이 아니다.

선주의 부인이나 딸을 밀어내고 자신의 부인이 대우조선해양 선박 명명식을 주도하는 정도의 특권을 누리기 위해서 부실의 책임자와 손을 맞잡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유력언론인들은 이처럼 사적 만남을 통해 권력의 협력자가 되는 기회가 왔을 때,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 송 전 주필처럼 처신할 경우 언론인으로서 비판자라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번 송 전 주필의 사건은 조선일보의 우병우 수석 비리의혹 보도에서 촉발됐다. 아무리 향응을 좋아하는 언론인이라고 해도 그 향응이 직업적 소명을 실천하는 데 발목을 잡는다면 생각을 고쳐먹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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