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페이스북 인턴의 억대 연봉이 주는 교육학적 관점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6-08-24 15:03   (기사수정: 2016-08-24 15:27)
1,806 views
N

페이스북, 구글, 애플은 자선사업가인가?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한국에서 인턴사원은 애물단지이다. 힘겨운 경쟁을 뚫고 들어가 봐야 핑퐁게임의 대상이 된다. 아니면 잡일로 혹사당한 후에 쥐꼬리만 한 보수를 손에 넣는다. 월급으로 150만원 정도 받으면 횡재한 것이다. 50만원 안팎에 만족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자신이 젊은 인재가 아니라 소모품에 불과한 존재임을 실감하게 된다. 인턴이 ‘인간을 턴다’의 약칭이라는 자조적인 농담을 실감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이런 판국에 눈이 휘둥그레지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페이스북 인턴 직원이 연봉 1억원을 받는다고 한다. 미국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 인턴 월급은 6400달러~7500달러 수준이다. 한화로 치면 월급으로 720~840만원을 받는 셈이다.

복지혜택도 놀랍다. 타국에서 선발된 인턴은 무료 항공권까지 제공받는다. 소중한 젊은 인재라는 단어가 실감난다.

페이스북 인턴만 인재 대접을 받는 게 아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 지역의 일류 기업들은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의 인턴 보수 및 복지도 페이스북 못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충 따져봐도 페이스북 등의 인턴 월급은 한국 대기업 인턴의 10배에 가깝다.


3박자 갖춘 융합적 인재는 미국서도 소수

그러나 이 대목에서 착각하면 안 된다. 섣불리 울화통을 터뜨린다면 비이성적인 태도이다. 페이스북의 인턴 월급은 미국의 정규직 근로자 평균 월급과 비교해도 2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페이스북 등의 인턴은 진짜 인재라고 봐야 한다.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은 자선사업가가 아니다. 인턴에게 억대 연봉에 해당되는 월급과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합리성’에 따른 것이다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행위라고 봐야 한다.

애플이나 구글은  15~35%에 달하는 현행 미국 법인세율이 높다고 본사를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기업들이다. 미국식 애국주의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 정도로 합리성의 극치를 추구한다. 억대 연봉을 쓸데없이 낭비할 가능성은 0%이다.

따라서 페이스북 등에서 요구하는 인턴의 자질은 구체적이다. ‘창의력이 뛰어난 개발자’이다. 시장을 뒤흔들거나 아니면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할 소프트웨어 개발을 기대한다는 얘기이다.

이를 위해서는 3박자가 결합해야 한다. 인문학적 상상력, 사회변화를 읽어내는 기획력 그리고 프로그래밍 능력이 조화를 이룬 융합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 같은 자질을 갖춰 페이스북 인턴에 선발될 정도의 인재는 소수에 불과하다.


한국서 소수 인재 우대하는 인턴 제도 전무한 게 문제의 본질

때문에 한국기업 인턴의 평균 급여 1백만원과 페이스북 인턴의 급여 7백만원을 수평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한 관점이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의 인턴에 선발될만한 인재가 한국에서 성장하고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게 올바른 문제제기이다.

한국에도 청년 인재가 존재한다면 한국 근로자 평균 임금의 2배를 인턴 월급으로 지급하는 회사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분명한 것은 한국기업 중에서 최상위권 인재를 인턴으로 뽑아 억대 연봉을 지급하는 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은 누구의 책임인가? 인재를 뽑는 기업인가, 아니면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인가?

한국 기업들은 학교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인턴’이 노동력을 털리는 존재로 추락한 것은 학교가 현실과 동떨어진 ‘죽은 공부’를 강요하기 때문이라는 논리이다. 기업체 관계자들이 즐기는 ‘인턴 무용론’이다.

이공계 대학교수 출신으로 성공한 모 벤처기업가는 사석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솔직히 인턴은 물론이고 신입사원들은 대부분의 경우 기업 입장에서 손이 많이 가는 존재들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야 한다. 대학이 현실에서 뒤쳐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 학교, 퇴행적 교육 중단하고 융합적 개발자 키워내는 게 해법


그만큼 한국의 교육현실은 퇴행적이다. 공포스러울 정도이다. 미래를 망치기로 작정한 것 같다. 대학만 그런 게 아니다. 중·고등학교 교육은 더 한심하다. 여전히 수학이 대학 입시를 좌우한다.

인공지능(AI)의 시대가 본격화될 경우 수학은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깊이 있게 연구하면 된다. 수학적 계산이라면 어떤 천재적 수학자보다 평범한 AI가 훨씬 탁월하기 마련이다. 지금 고등학생들이 사회에 나올 때쯤이면 수학적 계산은 완벽하게 AI의 영역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고등학생들에게 수학은 명문대학 입학을 위한 최대 승부처이다. 상위권 고등학생들이 수학 수능 1등급을 받기 위해 1주일에 수학과외만 2, 3개 정도 소화하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현실이다.

학교는 미래의 인재가 갖춰야 할 핵심 자질을 키우는 대변혁을 시작해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어려운 수학시간을 줄여서 프로그래밍 언어 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수학공부에 쏟는 노력을 절반만 줄여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간단한 앱 정도를 만들어내는 수준이 될 수 있다.

중·고등학교는 인문사회 및 자연과학적 주제 혹은 시사현안에 대한 토론과 글쓰기를 핵심 강좌로 정립해야 한다. 오늘의 지식이 내일의 오류로 전락하는 광속의 시대에 과거의 지식을 오지선다형 문제의 틀에 가둬서 측정하는 교육방식은 이제 멸종돼야 한다.

무능한 교사와 교수들이 기득권을 지켜내기 위해 과거의 틀을 고집하고 있을 뿐이다. 선생들은 현안에 대한 토론과 글쓰기를 교육할 능력을 키우기 위해 학생들보다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

이러한 변혁의 목표는 인문학적 상상력과 프로그래밍 능력을 겸비한 ‘융합적 개발자’들의 탄생에 있다. 그 융합적 개발자들은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과 같은 실리콘밸리의 일류기업들이 앞다퉈 인턴으로 모시려고 할 것이다. 한국교육이 바뀌지 못한다면 우리 청년들은 앞으로도 ‘노동력을 털리는 인간’으로 살아갈 것이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