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에이즈·마약’ 급증…‘청정국’ 지위 흔들

박희정 기자 입력 : 2016.08.22 15:35 ㅣ 수정 : 2016.08.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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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폴 수배로 국내에서 은신 중 필로폰 1㎏ 상당을 중국에서 밀반입해 온 일본 야쿠자에게서 나온 마약(왼쪽), 에이즈 관련 사진(오른쪽) ⓒ뉴시스


(뉴스투데이=박희정 기자)


마약사범은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경제적 불황기에 증가 경향

HIV 감염인 증가는 세계적 감소 추세에 역행

국내에서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와 마약사범이 동시에 급증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에이즈 감염은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다.

마약사범의 증가는 한국이 ‘마약 청정국’이었던 한국사회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동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그동안 마약사범은 외환위기 및 금융위기 등과 같은 경제적 위기 국면에서 증가세를 보였왔다. 이 점에서 최근 마약사범의 증가는 한국 경제의 양극화 심화에 따른 사회적 불만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1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누적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 수는 1만50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신규로 신고된 감염인 수만  1152명이다. 내국인이 1018명, 외국인이 134명이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1080명으로 전체의 93.7%로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했고, 여성은 72명으로 6.3%에 그쳤다.


HIV 감염인 10명 중 6명은 20~30대 청년층…비이성간 성접촉이 55.8%

연령대별 따지면, 20대가 33.3%(383명), 30대 24.1%(278명), 40대 18.8%(217명) 순이었다. 신규 감염자 76.2%가 20~40대의 젊은층인 셈이다.
 
HIV 감염자와 에이즈 환자의 역학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감염 경로가 모두 성 접촉에 의한 것이었다. 모자간 수직감염이나 수혈·혈액제제에 의한 감염 사례는 없었다.
 
성 접촉으로 인한 감염인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전체의 44.2%가 이성 간 성 접촉이 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55.8%는 비이성 간 성접촉이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신규  HIV 감염인은 1990년대에 비해 10배 수준으로 증가

한국은 1985년 처음으로 HIV 감염인이 발생한 후 1990년대까지 연간 100여명의 감염인이 발생해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부터 신규 감염인이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2013년 처음으로 신규 감염인이 1000명을 돌파한 후 2015년 1152명을 기록한 것이다. 1990년대에 비해 10배가 넘는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전세계적으로 신규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에 역주행하는 상황이라는 데 있다.

유엔의 에이즈 대책 전담기구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HIV 신규 감염인 수는 210만명(180만∼240만명)으로 2010년의 220만명(200만∼250만명) 보다 6% 포인트 정도 감소했다.


실제 HIV 감염인은 확인된 1만여명의 10배인 10만명으로 추산

 
한국에서 신규 감염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에이즈 익명검사’를 도입했기 때문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정부는 2008년부터 HIV와 에이즈의 조기검진 활성화를 위해 무료 익명검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최근 혈액 한 방울로도 HIV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HIV 신속검사법’이 도입된 것도 감염인 증가의 직접적 요인으로 지적된다. 신속검사법은 에이즈를 확인하는 데 소요되던 평균 3~7일의 시간을 20분으로 단축시켰다.
 
그러나 한국에는 본인이 HIV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검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한국내 총 감염인은 1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추산이다.
 
HIV 감염은 초기에는 몸에 자각증상이 없으나 10년 안팎에 걸쳐서 서서히 면역 체계를 파괴시킨다. 에이즈 환자는 HIV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며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감염성 질환이나 악성 종양 등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는 단계에 이른 경우이다.
 
 
지난 해 마약사범 1만1916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올해 상반기만 6876명 단속

지난 해 수사 당국에 적발된 마약류 사범의 수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올해 상반기에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이상 많이 단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사범의 폭증세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박민표 검사장)가 22일 발표한 '2015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된 마약류 사범은 1만1916명이다. 통계집계 이래 가장 많았던 2009년 1만1875명을 넘어선 수치이다. 
 
마약사범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1만명을 처음 넘어선 바 있다. 하지만  2002년 당국의 대대적 마약조직 소탕으로 7000명대로 떨어졌다. 그러나 금융위기 전후인 2007년∼2009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2014년엔 9984명까지 치솟았다. 
        
더욱이 올해 1월∼6월 마약류 사범은 6876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5134명보다 33.9%가 늘어난 셈이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단속되는 마약류 사범은 1만5000명 선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마약사범 수 역대 최다 기록이 다시 경신된다.


SNS 등 활용한 마약구매 용이해져 ‘청정국 지위’ 적신호

대검은 이러한 마약류 사범 증가세의 핵심 요소로 인터넷과 사회관계망(SNS)의 확대를 꼽고 있다. 마우스 '클릭'이나 스마트폰 '터치'만으로 국내외 마약 판매자와 손쉽게 접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구매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이다. 는 만큼 일반인들이 마약류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사례로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해 SNS를 이용해 허브 마약을 사고판 일당 100여명을 적발한 사건을 들 수 있다. 경기도 부천의 현직 교사가 인터넷으로 80여명에게 신종 마약을 팔다가 수사망에 포착된 사건도 있다.

대검은 종전엔 중국 위주였던 마약 공급 루트가 지난해엔 일본, 동남아, 멕시코 등으로 다변화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소량의 마약을 밀수해 SNS등을 통해 판매하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마약의 판매와 구매가 대중화될 경우 ‘마약 청정국’의 지위는 일순간에 흔들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