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 이대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소망하는 까닭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6-08-04 15:32   (기사수정: 2016-08-0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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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이대 사태는 ‘돈독 오른 사회’에 대한 경고음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둘러싼 이화여대의 학내 분규사태는 ‘돈독 오른 사회’에 울리는 경고음이다. 대학이 돈에 집착한 게 사태의 발단이다.

물론 일부 이대생들의 ‘순혈주의’ 혹은 ‘학벌주의’가 화근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미래라이프대학은 고졸출신 회사원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제도이다. ‘웰니스산업’이나 ‘뉴미디어’를 전공해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이 제도에 반대하는 게 ‘금수저의 횡포’라는 비난도 발견된다.

하지만 미래라이프대학이 이대 입학의 쉬운 관문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졸업도 쉽다. 2년 6개월간 인터넷 강의만 듣고 학점을 따면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4년 동안 등록금을 바친 후에야 졸업장을 손에 쥐는 이대생들 입장에서는 열불이 날만 하다.


이대생의 자존심을 ‘학벌주의’로 매도하고 ‘학위장사’ 강행

어떤 인간도 자신이 어렵게 획득한 가치를 타인이 손쉽게 손에 넣는 것을 반길 수 없다. 이대 학생들은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성인군자가 아니다. 그들은 학창시절의 젊음을 희생하며 공부했고, 이대 교정을 즐기는 특권을 얻었다. 그 프라이드를 주장한다고 함부로 욕할 일은 아니다.

더욱이 한국사회의 학벌주의는 여전히 거대한 암벽처럼 요지부동이다. 누구나 학벌에 연연해하는 상황에서 겉으로만 학벌주의를 손가락질하는 것은 가장 혐오스러운 태도이다. 학벌의 특권을 누리기 위해 학창시절을 희생했던 이대생에게 학벌주의를 탓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차라리 이대 측은 학생들의 학벌주의와 협상을 벌여야 했다. 미래라이프대학 신입생 선발의 공정성, 실력검증 등과 같은 조치를 구체적으로 약속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었다. 2년 6개월의 인터넷 수강만으로 취득하는 미래라이프대학 학위와 기존 4년제 이대 학사학위 간의 차등성을 분명히 하는 것도 상식에 속하는 조치이다.

최경희 총장은 이 같은 고민을 통해 ‘이대생의 프라이드’을 지켜주려고 노력해야 했다. 하지만 이대 측은 간단한 면접만으로 미래라이프대학 신입생을 선발하려고 했다. 교육의 내실보다는 정원 채우기라는 잿밥에만 관심을 가졌던 셈이다.

요컨대 최경희 총장은 이대의 수장이면서 정작 이대의 프라이드에는 관심이 없었다. 재직 중인 회사원들을 입학시켜 이대 학사 학위를 주는 제도를 신설하면서 교내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돈을 주는 교육부만 상대했다.

그게 화근이었다. 오히려 이대생을 겨냥한 ‘학벌주의’ 비판에 편승해 ‘학위 장사’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왜 그랬을까?


최 총장의 처신은 ‘유능한 CEO’로 전락한 대학 총장들의 현주소
 
최 총장의 부적절한 행동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총장의 핵심 역할이 ‘돈벌이’로 굳어진 데 따른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과거 대학총장은 지성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유능한 CEO로 바뀌었다. 총장이 되는 순간 대학에 돈을 많이 벌어다 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돈을 못 벌면 순식간에 무능한 총장으로 전락한다.
 
그 결과 요즘 대학총장 중에서 고리타분한 인문학자 출신은 보기 드물다. 세상물정에 밝은 상경계 혹은 이공계 교수 출신이 주류이다.

지금은 돈이 가치를 통일한 시대이다. 돈만이 가치이고 다른 가치는 죽었다. 이런 자본주의 논리에 대학총장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하지만 그 도가 지나치다. 지나치면 사단이 나기 마련이다.

최경희 총장은 그런 점에서 불운하다. 돈독 오른 사회의 총장으로서 충실하게 직분을 수행하다가 엉겁결에 급발진 사고를 낸 것이다.

실제로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은 장사가 되는 상품이다. 우선 제도 도입만으로 교육부로부터 30억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세상에 이런 수지맞는 장사는 드물다. 물건을 팔기도 전에 현찰부터 챙기는 구조이다.

게다가 신입생을 받으면 장기적으로 막대한 추가 수입이 생긴다. 미래라이프대학 정원은 200명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상대의 학위과정은 일반 학위 과정에 비해 등록금이 높게 책정되기 마련이다. 인터넷 강좌위주의 학위과정이라고 해도 상당한 규모의 등록금 수입이 추가로 발생한다.

대학총장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평생교육이나 대학의 사회적 책임, 산학연계와 같은 거창한 명분은 속마음이 아니다. 사업수완을 발휘해 대학재단의 인정을 받는 게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적립금 7300억 원 쌓아둔 이대가 재정난을 빌미로 무리수 강행

자존심이 상해 부르르 떠는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강행한 이유가 ‘돈벌이’임은 대학 측도 부인하지 않았다. 이대 의대 모 교수는 “지난 해 학교의 재정 적자가 1100억 원 가량이었다”면서 “결국 돈이 없어서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게 학생 측의 주장이다. 이대 측도 논란의 소지가 많은 사업이라는 점은 인식하고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재정난’이라는 주장은 격하게 황당한 표현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난 6월 17일 발간한 ‘대학 이월 적립금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이대는 적립금 규모가 7319억 원이다. 전국 대학 적립금 순위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했다.
 
따라서 재정난을 이유로 무리수를 둔 이대의 태도에서 돈을 쌓아놓고 돈타령을 하는 수전노의 모습이 보인다. SNS상에는 이대 측이 이대목동병원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는 비난도 발견된다. 이러한 비난이 사실이라면 더욱 한심한 일이다. 병원 사업에서 난 적자를 메꾸려는 ‘학위장사’에 나선 격이기 때문이다.


‘스승’을 포기하고 ‘무력진압’을 선택한 최 총장의 패착

 
돈독 오른 사회에서 최경희 총장이 학위장사에 나선 것만으로 물러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는 결정적인 패착을 했다. 경찰의 무력진압을 사실상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총장은 올해 55세이다. 딸과 같은 이대생들은 본관을 점거했지만 평화적인 시위를 했을 뿐이다. 더욱이 최 총장과의 대화를 요구했다.

최 총장은 대화요구를 거부하고 경찰을 불렀다. 교육자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본분을 망각한 행동이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학생들의 과격시위가 벌어져 경찰병력이 투입될 경우에도 이를 저지하려던 대학총장이나 교수가 있었다. 그런 총장이나 교수들도 두려웠겠지만, 독재자의 폭력에 맞서 어린 학생들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강했을 것이다.
 
최 총장에게는 그런 스승의식 혹은 도덕적 책임감의 흔적이 없다. 어떤 희생을 감수해도 수익성 높은 학위장사를 관철시켜야 한다는 ‘잘못된 CEO 의식’만이 그를 지배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심지어 거짓말도 했다. 학교 측이 경찰을 부른 적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관할 서대문경찰서는 “이대 측의 요청에 따라 병력을 투입했다”고 반박했다. 학내 분규에서 대학이 거짓말을 하고 경찰이 진실을 밝히는 전대미문의 코미디가 벌어진 것이다.

육체적으로 약한 200여명의 여대생이 모인 농성 현장에 1600명의 경찰병력이 투입된 것도 충격적이다. 병력 투입 직후 경찰의 발언도 무섭다. 경찰은 ‘관련자 사법처리 방침’을 강조했다. 이런 경찰의 서슬 퍼런 태도는 학교 측이 강경대응을 주문했음을 어렵지 않게 추론하게 해준다.

이대 측의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은 사실상 무산됐다. 남은 쟁점은 최 총장의 퇴진이다. 이대 학생들과 교수협의회 등은 최 총장이 더 이상 이대의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타당한 지적이다.


최 총장의 자진 사퇴로 대학의 금권민주주의 타파 계기 마련하길
 
최 총장은 스스로 사퇴함으로써 한국사회에 교훈을 남겨야 한다. 많은 이들은 그의 퇴진을 바라보면서, 스승의 길마저 망각한 채 돈벌이에 함몰되는 것은 결코 대학총장의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될 것이다.
 
대학에 민주주의가 있다면 금권민주주의가 있을 뿐이다. 돈이 투표권을 갖는다. 이익이 되는 사업과 제도가 도입 1순위이다. 최 총장이 퇴진한다면 그런 대학의 금권민주주의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다른 대학 구성원들도 갖게 될지 모른다.
 
나아가 그의 퇴진이 경제논리가 유일한 지배자로 군림하는 대학의 현실을 깨부수는 계기가 된다면 금상첨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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