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 연중기획 2부 : 국가적 재난과 우리사회의 과제]① 한국판 ‘로제타 플랜’의 희망과 우려
이진설 경제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6-07-18 10:41   (기사수정: 2016-12-05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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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12%를 넘어섰다. 청년실업은 국가의 중심이자 미래인 청년세대로 하여금 희망이 없는 삶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청년실업으로 인한 결혼포기, 출산포기 등은 미래한국의 희망을 앗아갈 위험요소이다. 청년실업을 일부 청년들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정부와 민간이 적극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편집자 주>




▲17세 소녀(로제타)의 실업문제를 고발한 벨기에-프랑스 합작영화 로제타(1999년)의 한 장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던진 이 영화의 성공에 자극 받은 벨기에 정부는 2000년 이른바 로제타 플랜이라는 일자리창출 프로젝트를 도입한다. [출처=블로그포스트닷컴]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지난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앞다퉈 청년실업문제를 공약1호로 내세웠다. 새누리당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은 경쟁적으로 청년실업대책을 내놨다. 하도 많은 공약이 쏟아지다 보니 여야가 공약으로 약속한 청년일자리 숫자만으로도 우리나라 청년실업은 금방 해소될 것이란 우스개소리까지 나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민간 부문 청년고용할당제 도입이다. 청년고용할당제는 대기업이 매년 전체 인력의 일정 비율만큼 신규 채용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벨기에에서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로제타 플랜(Rosetta Plan)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 제도는 공공부문은 현재 매년 정원의 3% 이상에서 5%이상을, 민간기업은 3% 이상을 적용해 연간 25만20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 정치권의 계산이다. 야3당은 청년실업 해소책의 일환으로 총선공약에서 ‘청년고용의무할당제’를 내세운 데 이어 20대 국회에서 곧바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입장이다.

이 제도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로제타 플랜은 저학력 청년층에 일자리와 훈련 기회를 주기 위해 벨기에가 2000년 실시한 일종의 고용 쿼터(할당)제다. 로제타 플랜이 나온 배경은 당시의 높은 청년실업률 때문이다.

1999년 당시 벨기에의 청년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2.8%보다 약 10%포인트 높은 22.6%에 달했다. 특히 저학력 청년층 실업률은 30.4%에 달했다.

벨기에 정부는 50인 이상 민간부문 고용주는 전체 고용 인원의 3% 이상을 청년층에 할당하고 이를 준수 할 경우 기업주에 사회보험 기여분 감면혜택을 줬고 지키지 못할 경우 1인당 매일 3000벨기에프랑(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약 12만 원에 해당함)의 벌금을 부과했다.

기업들은 정부의 요구대로 신규채용을 늘렸다. 시행 첫해에는 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청년실업률은 2002년 16.9%까지 하락했다. 제도는 성공을 거두는가 싶었으나 청년실업률은 2003년 다시 21.7%로 급등했다. 로제타 플랜은 결국 2004년 수혜 청년층에게 저능력자라는 사회적 낙인 효과를 주는 등 부작용만 남기고 폐기됐다.

로제타 플랜의 실패 요인은 일자리의 약 35%가 저학력 일자리로 채워졌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보다 할당된 숫자 채우기에 급급, 저학력자들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늘렸다. 그나마 대학진학률이 32%에 불과한 벨기에니까 그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이 제도를 한국에 도입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현재도 취업에 성공한 청년층의 42.3%가 보수·근로시간 등에 대한 불만족으로 첫 일자리를 그만두는 상황에서 부작용만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로제타 플랜의 경우 저학력 청년을 겨냥한 것일 뿐 한국처럼 고학력 청년들이 많은 경우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청년채용을 위한 강제할당은 자유로운 노동시장질서를 가로막고 기업의 자발적인 일자리 생산 의욕을 떨어뜨리며, 세대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청년고용의무할당제는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훼손할 것”이라며 “필요치 않은 청년의무고용은 결국 다른 연령층의 일자리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민간기업의 고용을 국가가 강제하는 것은 매우 극단적 조치일 뿐 아니라 자유시장경제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 경제의 정체성과도 정면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 청년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치권을 중심으로 청년고용할당제가 논의되고 있다. ⓒ뉴시스

한국판 로제타 플랜 도입을 주장하는 야당도 이 제도의 한계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럼에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청년고용할당제를 도입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공부문 청년 고용할당을 현재의 3%에서 5%까지 올리는 한편 민간 대기업에도 3%를 할당하고, 3년짜리 한시법으로 운용하면서 그 뒤에 경제활성화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정책을 내놓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민간의 1000명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5% 이상, 정규직으로 청년을 고용하도록 유도해 매년 5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질 낮은 인턴자리로 할당된 숫자를 채우는 것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동안 논란에서 비껴 있던 정부도 이 문제를 적극 검토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당초 청년고용의무할당제의 확대방안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검토해볼 수 있다”며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바뀐데다 야당에서 이 문제를 우선순위로 발의한 만큼, 법률안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게 달라진 입장이다.

정부는 현재 2014년부터 실시된 공공기관 내 청년 고용효과를 분석 중이다. 고용효과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300인 이상 대기업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한국판 로제타 플랜의 구상은 지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 일각에서 처음 제기됐고, 2012년 대통령선거 때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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