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 연중기획 1부 : 2016 청년 보고서]③ 사토리와 밀레니얼, 장기불황이 낳은 기형세대들
정진용 기자 | 기사작성 : 2016-07-04 09:20   (기사수정: 2016-12-0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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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획 취지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12%를 넘어섰다. 청년실업은 국가의 중심이자 미래인 청년세대로 하여금 희망이 없는 삶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청년실업으로 인한 결혼포기, 출산포기 등은 미래한국의 희망을 앗아갈 위험요소이다. 청년실업을 일부 청년들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정부와 민간이 적극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편집자 주>


2.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연중기획 게재 순서

제 1부 = 2016 청년 보고서 ‘고용절벽에 빠진 청년’
: 한국 및 해외 각국이 겪고 있는 청년실업의 실태와 문제를 점검한다.

제 2부 = 국가적 재난과 우리사회의 과제
: 해결책인 청년 고용창출을 위해 우리사회 주요 주체들이 풀어야 할 과제를 집중 분석한다. 국회와 정부의 입법조치, 대기업 노조와 중·장년층의 양보, 대학의 변혁 등은 그 핵심이다.

제 3부 = 현실에서 희망을 찾다 : 우리사회의 중추인 대기업, 중소기업, 공기업 및 지자체 등이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펼치는 노력들을 소개함으로써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한다

제 4부 = 새로운 미래에 눈을 돌려라 : 더 큰 미래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창의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삶을 개척한 청년들을 소개함으로써 한국 청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기간에 태어난 사토리 세대는 욕심도 없고, 꿈도 없는 전형적인 무기력한 젊은 세대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사토리 세대 이야기를 다룬 2007년 일본 다큐멘타리 ‘조난 프리타의’ 한 장면. 감독이자 주인공인 히로키 이와부치가 게걸스럽게 밥을 먹고 있다. [영화화면 캡처]

(뉴스투데이=정진용 기자) 올해 20세의 다카하시 아키오(高橋章夫)씨는 일본 큐슈지역에 있는 기타큐슈시립대학(北九州市立大学) 국제관계학과 3학년 학생이다. 현재는 수도권의 한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한국어를 공부중이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전공과목을 주로 수강할 생각이었으나 한국어에 푹 빠져 요즘에는 아예 이 학교 한국어학당에서 살다시피 하고 있다.

그는 미래에 대한 꿈이 없다. 그저 소원이라면 대학졸업 후 부모로부터 독립해서 대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것이 전부다. 돈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겠다고 한다.

다카하시 씨는 일본의 전형적인 사토리세대를 대변한다. 사토리세대는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부동산거품으로 극심한 경기침체에 빠졌던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시기에 세상을 나온 젊은이들이다. 현재 나이로는 10대후반 20대 중후반에 해당한다. 돈벌이는 물론 출세에도 관심 없는 젊은이들을 이르는 말이다.

사토리(さとり)라는 말은 사토루(悟る)에서 파생된 것이다. 사토루는 깨닫는다는 뜻의 동사다. 그래서 사토리세대를 가리켜 우리말로는 달관세대, 득도세대라고도 부른다.

말이 좋아 달관이고, 득도지 욕심도 없고 꿈도 없이 사는 무기력한 젊은이들을 말한다. ‘사토리세대’의 저자 하라다 요헤이는 “전후의 젊은이들은 자동차, 술, 해외여행에 대한 동경이 강했는데 사토리세대는 이 세가지에 흥미가 없다”고 말한다.

사토리세대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 흥미롭다. 80년대말 일본경제를 들끓게 했던 부동산거품이 꺼지고 경기침체가 닥치자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경비절감을 이유로 공장을 해외로 대거 옮기거나 공장자동화에 주력했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는 줄어들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일자리를 찾게 됐다.


▲ Jtbc 예능방송 비정상회담에 출연했던 테라다 타쿠야가 사토리 세대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방송화면 캡처]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기는 전통적인 일본의 사회적 가치에 비춰보면 이들은 독특하다. 기이할 정도로 욕심이 없다. 돈을 벌어도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번다. 하지만 이들의 등장은 일본경제 전반에 걸쳐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감소다. 소비 붐을 주도해야 할 젊은이들이 구매 의욕을 잃어 기업 활동에 위협을 주게 된 것이다. 실제로 소비활동에 무관심한 사토리 세대 때문에 일본의 여행업계와 자동차업계는 타격을 입고 있다.

일본교통공사의 통계에 따르면 20대 해외여행자는 2000년 417만명에서 2012년 294만명으로 30% 가량 줄었다.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없다 보니 아예 운전면허를 따지 않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일본자동차공업회에서 조사한 18~24세 면허 취득자 중 실제로 운전하는 비율은 1999년 74.5%였으나 2012년 61.3%로 13.2%포인트 감소했다.

일본중앙은행이 시중에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리다 못해 아예 마이너스 금리정책으로 바꿔도 좀처럼 일본의 소비가 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들 사토리세대의 소비행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사토리세대가 있는 한 일본의 소비절벽은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을 것이라는 자조적 탄식이 나올 정도다.

인천대학교에서 한국어공부를 하는 일본인 여성 츠바타 마유씨는 “사토리세대로 불리는 남자들은 일본내에서도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여자친구도 사귀지 않고 집에 틀어박혀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같은 한국어학당에 다니는 다이고 치이로씨는 “솔직히 사토리세대의 심리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 한국에서 수학중인 다이고 치이로(왼쪽)와 츠바타 마유는 “사토리 세대는 일본에서도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사진=정진용 기자]

겉으로는 부유한 미국 역시 꿈을 잃어버린 젊은이들로 골치를 앓고 있다. 1981년부터 200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Millennials) 세대가 그들이다. 10대 후반, 30대 초, 중반에 해당하는 이들은 현재 미국 노동시장의 주축으로 떠오른 계층이다.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녀들이라고 보면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동인구에 편입된 밀레니얼 세대는 올해 1분기 기준 5350만명으로 미국 인구 전체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며 “이들은 미국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들이 사회 초년병 시절 세계 금융위기를 맞이하면서 소비와 투자에서 극도의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시점에 희망 대신에 대량 해고와 고용난이라는 절망을 맛봤다.

이들은 취업난을 우려해 아예 졸업을 미루거나 상급학교로 진학했고 그 과정에서 학자금 대출이 족쇄가 되어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는 젊은이들도 늘어났다.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부모를 떠나 독립하는 것을 전통처럼 여겨온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들은 이단아에 해당한다.

뉴욕타임스는 “소득 대비 주거 비용이 늘어나고 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이 많아 젊은 세대가 독립을 주저하고 있다”며 “어엿한 성인이 됐지만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추세”라고 전했다.


▲ 미국의 흔한 학자금 대출광고.

미국 대학입시전문 웹사이트 캐펙스(Cappex)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올해 봄 졸업한 미국 대학생들의 70%는 학자금 대출을 받았고 평균금액은 3만7121달러(약 4260만원)에 달한다. 지난해 3만5050달러에 비하면 5.9% 늘어난 것이며 사상 최고치다.

경기침체로 직장을 구하기가 어렵게 되자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20대 절반이 결혼했는데, 지금은 20대의 25%만 가정을 꾸리고 있다는 통계도 나온다.

결혼뿐 아니다. 지갑이 얇아지면서 주택구입은 물론 차량, 음식, 의류 등에 대한 지출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 미국인의 주택소유 비율이 지난해 2분기 48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도 이 같은 현상과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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