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 연중기획 1부 : 2016 청년 보고서]① 꿈을 꾸지 않는 스페인의 ‘니니스’ 청년들
이진설 경제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6-06-27 18:58   (기사수정: 2016-06-27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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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획 취지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이 12%를 넘어섰다. 청년실업은 국가의 중심이자 미래인 청년세대로 하여금 희망이 없는 삶을 강요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청년실업으로 인한 결혼포기, 출산포기 등은 미래한국의 희망을 앗아갈 위험요소이다. 청년실업을 일부 청년들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하고 정부와 민간이 적극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편집자 주>


2.  ‘청년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연중기획 게재 순서

제 1부 = 2016 청년 보고서 ‘고용절벽에 빠진 청년’
: 한국 및 해외 각국이 겪고 있는 청년실업의 실태와 문제를 점검한다.

제 2부 = 국가적 재난과 우리사회의 과제
: 해결책인 청년 고용창출을 위해 우리사회 주요 주체들이 풀어야 할 과제를 집중 분석한다. 국회와 정부의 입법조치, 대기업 노조와 중·장년층의 양보, 대학의 변혁 등은 그 핵심이다.

제 3부 = 현실에서 희망을 찾다 : 우리사회의 중추인 대기업, 중소기업, 공기업 및 지자체 등이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펼치는 노력들을 소개함으로써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한다

제 4부 = 새로운 미래에 눈을 돌려라 : 더 큰 미래를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거나 창의적 사고를 통해 새로운 삶을 개척한 청년들을 소개함으로써 한국 청년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 스페인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것은 괴롭다. 경제침체로 2명중 1명은 백수로 지낸다. 지난 2012년 11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긴축정책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이 카탈루냐 음악 궁전 입구 유리창을 발로 차 부수고 있다. ⓒ뉴시스

제 1부 = 2016 청년 보고서 ‘고용절벽에 빠진 청년’

(뉴스투데이/말라가(스페인)=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할 길이 없으니 다들 외국, 그중에서도 일자리가 풍부한 독일로 가는 것이 유일한 탈출구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말라가대학교 로봇공학과 빅토르 마르티네즈 교수)

스페인 남부 최대주인 안달루시아(Andalusia)에 위치한 말라가(Malaga)는 전통적으로 관광과 건축, 예술이 유명한 곳이다. 20세기 최고의 화가로 꼽히는 파블로 피카소의 고향이기도 하다. 5년전만 해도 말라가의 중심가 센트로(Centro)는 스페인 청년들과 관광객들로 늘 붐볐다.

그러나 이달 초 찾은 센트로는 관광객들만이 도심을 거닐 뿐 청년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 많던 청년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스페인에서는 대학졸업 이후에도 부모집에 얹혀사는 청년들이 많다. 한국으로 따지면 캥거루족에 해당하는데, 스페인에서는 이런 청년들을 가리켜 ‘니니스’라고 한다. ‘공부도 하지 않고 일도 하지 않는다(ni estudia ni trabaja)’는다는 말에서 따온 이름이다.



▲ 주말이면 청년들로 붐볐던 스페인 말라가시내 중심지인 센트로는 관광객들만 있을 뿐 청년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말라가(스페인)=이진설기자]

현지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15∼29세 청년 가운데 5명중 1명(19.4%)은 니니스족이다. 말라가에서 태어나 말라가에서 대학을 나온 후안 페드로(27)는 대학졸업 후 3년째 니니스족으로 살고 있다.

그도 처음에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구직활동은 다해 봤지만 어디에서도 그를 쓰겠다고 하는 곳이 없어 지난해부터는 아예 자기방에 틀어박혀 컴퓨터 게임만 하고 있다.

그는 “안달루시아 주정부에서 주는 청년실업급여 400유로(약 52만원)를 갖고 용돈을 쓰고 있지만 부모님 눈치 때문에 마음이 늘 편치 않다”고 말한다.

실제로 스페인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고서도 부모집을 떠나지 않고 놀고 먹는 이른바 니니스족들로 인해 부모와 자식세대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달초 스페인 북동부 카탈루냐 지방 지로나에서는 일자리를 찾으려 노력하지 않는 18살 아들을 상대로 부모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판결이 있었다. 현지법원은 “아들에게 아버지가 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비슷한 시기 서부 폰테베드라 지역 법원도 24살짜리 아들을 더는 재정적으로 지원하지 않아도 된다며 아버지의 손을 들어줬다고 현지언론들은 전했다.

청년실업률이 40%에 육박하는 이탈리아에서도 서른살, 마흔살이 되서도 부모에게 얹혀사는 이른바 ‘밤보치오니’(bamboccioni·큰 아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성인 자녀가 부모에게 경제적 지원을 요구하는 법적 분쟁은 1년에 8000건에 이른다.


▲ [출처=스타티스타/그래픽=뉴스투데이]

그럼에도 스페인의 청년실업률이 유독 주목받는 것은 수년째 이어져온 살인적인 실업률 때문이다. 국제통계사이트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16년 2월 기준 25세이하 스페인의 청년실업률은 45.3%로 그리스(48.9%)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유럽연합(EU) 평균치인 19.4%애 비하면 2배 이상 높고, 프랑스(24.6%)에 비해서도 2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경제가 가장 좋은 독일(6.9%)에 비하면 무려 6.5배나 높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30세 미만 스페인 청년의 80%가 부모와 함께 산다는 믿기지 않는 통계마저 나오고 있다. 함께 살고싶어 사는 것이 아니라 독립할 수 없는 경제적 상황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숙련공을 우대하는 스페인 특유의 고용문화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말라가대학교 수잔나 예토 교수(경영학부)는 “스페인에서는 전통적으로 신규인력보다는 숙련공을 원하는 기업문화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면서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고등학교나 대학을 갓 졸업한 신규인력들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대학졸업생들은 당장의 일자리를 위해 단순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말라가 인근 관광지역인 마르베야에서 20년째 식당을 하고 있는 안토니오 몬테스씨(63)는 “과거에는 식당 서빙일은 주로 고졸자들의 몫이었는데 요즘에는 자기를 써달라며 식당을 찾아오는 대졸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 식당에서 웨이터로 일하고 있는 에르네스토 코카씨(25) 역시 유서깊은 그라나다대학 졸업생이다.

그는 “스페인에서 일자리를 찾지 못한 대학졸업생들은 대부분 해외로 나가기를 원하고 있다”면서 “독일이 가장 일자리 기회가 많지만 영어나 독일어를 잘해야 하는 조건이 있어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파트타임일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어 좌절한 스페인 청년들은 이미 2011년 정치적으로 거센 목소리를 냈다. 이른바 ‘인디그나도스’(분노한 자들) 운동으로 대표되는 이 사건은 2011년 5월15일 전국 58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시위를 통해 분노를 표출했다.

당시 시위 참여자들은 부패정치인 척결을 내걸고 “무능한 정치인을 쫓아내자”는 구호를 외쳤고 최근에는 이를 정치세력화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실제로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36년 군사독재가 무너진 이후 스페인 정치권은 우파 인민당(PP)과 좌파 노동자당(PSOE)이 양분해왔는데 좌·우파를 막론하고 부패 혐의로 현재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정치인은 130명을 넘는다.

스페인 청년들은 45%라는 살인적인 청년실업률 이면에는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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