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부원의 세상만사] 반기문은 안동 하회마을에서 무엇을 배우고 갔나

권부원 기자 입력 : 2016.05.30 15:38 |   수정 : 2016.05.3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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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반기문 UN사무총장이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하고 있다. ⓒ뉴시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5박6일은 지역·계층 편중 된 개인일정
 
대선후보 출마하려면 행동으로 통합·애국의 리더십 보여줘야
 
(뉴스투데이=권부원 경제문화에디터) 경상북도 안동의 어느 마을에 자리를 깔고 누워있다가 저승 구경을 하고 온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저승여행 중 안동이 배출한 명문대가의 어른들이 모여사는 마을을 방문했다. 그곳에서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을 만났다고 했다. 그는 처음엔 퇴계 선생이 뼈만 앙상하게 남은채 맥없이 누워있어 몰라보고 지나칠 뻔 했다. 그가 “왜 이렇게 힘없이 누워계시냐”고 물었더니 퇴계선생이 “후손들이 나를 하도 팔고, 뜯어먹어서 내 살점이 다 떨어져 나가 이꼴이 되어있네”라며 “혹시 이승에 돌아가면 후손들에게 나를 그만 팔아먹고 살란 말을 전해달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안동지방에서 구전되는 이야기다. 듣다보면 약간의 풍자가 들어있는걸 알 수 있다. 조상의 명성에 기댄 채 보잘 것 없게 살고 있는 후손들을 꼬집는 내용이다. 퇴계선생은 조선 성리학을 집대성한 대학자로 동방의 주자로 불리기도 했다.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과 학봉(鶴峯) 김성일(金誠一)을 제자로 뒀으니 후손인 진성(眞誠) 이씨(李氏)들이 두고두고 자랑할만한 조상이라고 하겠다.
 
진성 이씨들이 가문에 대해 갖고있는 자부심은 '양반의 소굴'이라고 하는 안동지방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실제로 안동에 가면 조상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자칭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다. 풍산 류씨, 의성 김씨, 영천 이씨는 물론이고 안동의 삼태사로 유명한 안동 권, 안동 김, 안동 장씨 등등. 과거 한가락했던 명가들을 꼽자면 열손락으로도 한참 모자란다.
 
저승에서 만난 퇴계선생 얘기는 잘난 조상 이름을 팔며, 조상 이름을 뜯어먹고 살아가는 후손을 비꼬고 있다. 분명 진성 이씨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쪽에서 퍼트린 얘기로 보인다. 퇴계선생 대신 서애, 학봉을 대입해 얘기하면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서애 선생을 배출한 풍산 류씨들의 집성촌이 유명한 하회마을이다. 하회마을은 경북 안동시 풍천면에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9일 방문하며 다시 화제에 올랐다. 반 총장은 광주 반씨(光州 潘氏)로서 풍산 류씨와 별 관련이 없다.
 
전국에 유서깊은 마을은 많다. 한국역사에 위인들도 많다. 반 총장이 5박6일간 방한기간 중 하회마을과 류성룡을 선택한 이유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반 총장은 이렇게 해석한다. 충효당 방문 시 방명록 글은 그가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서애 류성룡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 나가기를 빕니다.'
 
반 총장은 이에 대해 "서애 선생은 조선 중기 재상을 하시면서 아주 투철한 조국 사랑 마음을 가지시고, 어려운 국난을 헤쳐오신 분"이라며 "서애 선생님의 숨결, 손길, 정신이 깃든 하회마을을 방문해 그분의 나라 사랑 정신, 투철한 공직자 정신을 기리면서 다 함께 나라의 발전을 위해 나아가기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류성룡은 임진왜란 때 구국의 상징 인물이다. 반 총장은 하회마을을 방문함으로써 류성룡의 애국 이미지를 차용하려고 애썼다. 국민들이 그가 의도한대로 생각할지는 또다른 문제다.
 
우리 언론은 오히려 안동이란 방문지에 대해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안동은 조선시대 영남학파의 본산, 유림의 본고장이다. 우리나라에는 대구경북(TK)말고도 PK, 호남, 강원과 같은 지역도 있다. 때문에 충청출신 반기문의 TK에 대한 구애표현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대선출마 시 충청-TK연대를 통해 반기문 정권을 창출하고 싶다는 속마음의 표현이란 해석이 그것이다. 한국언론의 후진적인 지역주의 부추기 망령이 또 살아난 것 일수도 있다. 그것 또한 다른 지역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반 총장은 이번 방한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떠났다. 장외 대선주자로서 유엔사무총장이란 직함을 교묘하게 활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반 총장의 대선출마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말한다. 세계는 넓고 분쟁지역은 많다. 테러 또한 끊이지 않는 곳이 지구촌 일상이다. 이번 반 총장의 한국방문을 통해 유엔사무총장이 대단히 한가한 자리라는 사실을 알았다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방문 중 공식일정 아닌 개인일정도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김종필 전 자민련총재 방문, 노신영, 이현재 전 총리를 비롯한 원로그룹과의 만찬, 하회마을 방문 등. 개인적 인연, 자신의 미래설계와 관련된 만남이자 일정으로 채워졌다. 만남 또한 여권 또는 재계인사 일색이란 느낌이다.
 
반 총장은 더 낮은 곳으로 들어가야 했다. 한국엔 평화와 사랑이 필요한 곳, 유엔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곳을 찾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고 싶어하는 이들의 손을 잡아야 했다. 통합과 애국을 주창하려면 그에 걸맞는 행동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반 총장은 30일 한국을 떠난다. 그는 "방한 중 활동과 관련해 오해가 없으시기를 바란다"면서 "정치적 행보와 전혀 무관하게 오로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제적 행사에 참여하고, 주관하기 위해 온 것"이라며   "저의 국내에서의 행동에 대해 확대 해석하거나 추측하는것은 좀 삼가,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언론과 국민들이 잘못 해석한 것인가. 그가 말한대로 자연인으로 돌아오는 내년이면 알게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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