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 컬처클럽] 한컷 사진에 목숨 거는 ‘셀피’족

정승원 기자 입력 : 2015.10.13 08:52 ㅣ 수정 : 2015.10.13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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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멋진 사진을 찍기 위해 목숨을 걸고 위험한 곳에 올라가는 셀피(Selfie)족들이 늘고 있어 관광지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출처=플러스구글닷컴]


(뉴스투데이=정진용 기자) 스릴 넘치는 한컷 사진을 찍기 위해 목숨까지 거는 '셀피’(Selfie)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는 사람은 아찔한데, 위험할수록 인스타그램등 SNS에서 호응이 높아지자 너도나도 이를 따라하고 있다. 올해에만 위험한 셀피 놀이를 하다가 목숨을 잃은 사람만 14명에 달하고 부상을 당한 사례는 수천건에 이르고 있다. 급기야 일부 국가에서는 위험지역에 대한 셀피 금지령이 내려졌지만 스릴과 모험을 즐기려는 셀피족들의 목숨을 건 도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유행처럼 번지는 ‘대담무쌍한’(daredevil) 셀피 인증샷

지난 5일 20대 영국여성이 호주에서 실감나는 셀피를 찍으려다 추락해 사망했다. 호주를 여행 중이던 여성 관광객 조이 울머(23)가 북부 준주의 관광 명소 킹스 캐니언에서 가이드들로부터 절벽에 올라가 보라는 권유를 받고 절벽에 매달린 것처럼 보이도록 셀피를 찍으려다 추락사한 것이다. 사건 발생 50분 후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까지도 의식이 있던 울머는 현장에서 20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이에앞서 지난달에는 러시아 북서부 볼로그다에서 안드레이 레트로브스키(17)가 9층 빌딩의 옥상 구조물에 올라선 뒤 사진을 찍다 땅으로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안드레이는 평소 고층 건물의 난간이나 절벽, 낭떠러지 등에서 아찔한 셀피를 찍어 SNS에 올려온 인물이다. 안드레이는 보다 더 스릴넘치는 장면을 올리기 위해 결국 9층 건물 옥상에 설치된 임시 구조물에서의 셀피에 도전했으나 안전장치 역할을 하던 로프가 갑작스레 풀리는 바람에 바닥에 떨어져 숨졌다.


▲ 평소 위험한 셀피찍기를 좋아했던 러시아청년 안드레이 레트로브스키. [사진출처=뉴스닷컴에이유]


또 지난달 18일에는 66세 일본인 관광객이 인도의 대표적 관광지인 타지마할에서 난간에 기대어 사진을 찍다 떨어져 숨지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위험한 셀피로 인한 사망유형에는 추락사고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수류탄, 총기, 고압선 감전 등 사고유형도 가지가지다.

올해 1월 러시아에서는 두 청년이 수류탄을 들고 찍는 사진을 연출하다가 수류탄 핀을 뽑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같은 달 인도에서는 20~22세 학생들이 달려오는 열차에 보다 가깝게 다가가 셀피를 찍다가 열차에 치여 모두 숨지기도 했다.

5월에는 루마니아 소녀가 루마니아 북부도시 이아시 지역에서 열차 위에 올라가 사진을 찍다가 고압선을 건드리는 바람에 2만7000볼트 전류에 감전되어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러시아에서는 같은 달 21세 직장여성이 경비원의 총을 빌려 자신의 머리에 겨누는 사진을 찍다가 실수로 총알이 발사되어 중상을 입는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들이 인스타그램 등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데어데블’(대담무쌍한) 셀피놀이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실제 서양사람들이 많이 애용하는 인스타그램에서는 위험하고 아찔한 셀피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에게 야유는커녕 환호를 보내고 응원하는 이상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호기심에, 더 많은 관심을 받기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문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않는 대책없는 셀피족들로 인해 안전문제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시위현장과 자전거경주 도로에까지 진출하는 셀피족들

▲ 셀피족들은 심지어 세계적인 권위의 프랑스 도로사이클대회인 투르드 프랑스 경주현장에까지 뛰어들어 대회를 방해하고 있다. [사진출처=레이티스트뉴스링크닷컴]


지난 7월 프랑스 콩코드 광장에서 열린 세계 최고 권위의 프랑스 도로사이클대회에서는 선수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 셀피를 찍으려는 일부 관광객들 때문에 선수들이 경주에 방해를 받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선수들은 가까이 다가오려는 셀피족들을 향해 거칠게 손으로 막거나 뿌리치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장면이 방송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됐다.

같은 달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타라고나 주에 있는 빌라세카에서는 해마다 열리는 연례행사인 투우달리기 행사에서 좀더 실감나는 사진을 찍기위해 달리는 소에 다가서던 한 남성이 소뿔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9월 미국 휴스턴에서는 19세 청년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 장전된 총을 머리에 겨누는 사진을 찍다가 실수로 총알이 발사되어 목숨을 잃었다.

▲ 브뤼셀에서 열린 농부들의 시위현장에서 불에 탄 잔해 앞에서 셀피를 찍고 있는 여성. 이들에게 셀피는 때와 장소 구분이 없다. [사진출처=시엔엔닷컴]


샌디에이고에서는 한 남성이 방울뱀 앞에서 셀피를 찍다가 물리는 바람에 5일간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고 퇴원하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공과대학 학생 한명이 친구와 함께 콜리 힐 꼭대기에서 바위 위에 올라 사진을 찍다가 바위가 깨져 떨어지는 바람에 추락해 사망했다.


잇딴 사망사고에 러시아는 위험지역에서의 셀피 금지령 선언

사망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자 세계 여러나라 정부가 셀피행위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나선 국가는 러시아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7월 고층빌딩의 난간이나 절벽 등 추락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은 일부 위험 지역에 ‘셀피 금지령’을 내렸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올해에만 러시아에서는 100건이 넘는 셀피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종류도 가지가지다. 높은 빌딩에서 추락하는 사고는 물론, 달리는 철도에 매달려 셀피를 찍다 고압선에 감전되는 사고, 수류탄을 던지는 모습을 연출하다가 실제 손에 쥐고 있던 수류탄이 터지는 사고 등이 그 예에 해당한다.

보다 못한 러시아 내무부는 결국 금연 표지판과 같이 ‘셀피 금지 표지판’을 만들어 사고 발생 위험 지역 곳곳에 설치했다. 표지판에는 총 9가지 상황에서 셀피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그림으로 표현돼 있다. 달리는 철도 앞에서 셀카를 찍는 행위, 고층 건물 난간이나 건물 옥상에서 셀카를 찍는 행위, 호랑이나 사자 등 맹수 앞에서 셀피를 찍는 행위 등이 금지 대상으로 포함됐다.

▲ 러시아 내무부가 공개한 셀피 금지 표지판


뉴욕에서도 지난 2월 사자, 호랑이 등 야생동물과의 셀피를 금지하는 금지령을 선포했다. 뉴욕주는 최근 동물원에서 한 여성이 원숭이와 셀피를 찍으려다 머리채를 낚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는 모든 동물과의 셀피 금지령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멀리서 사진을 찍게 해주는 셀피봉의 유행도 골칫거리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셀피봉을 이용해 곰 같은 야생동물에게 접근하는 관광객들을 규제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에는 셀피봉을 이용해 곰에게 접근할 경우 강제 퇴장시킨다는 경고문도 써붙여 놨지만 별효과가 없다.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 있는 디즈니랜드는 지난 7월1일부터 공원내 전역에서 아예 셀피봉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일부 관광객들이 위험한 놀이기구를 타면서 자기모습을 찍기 위해 셀피봉을 이용하다가 기계를 건드리는 바람에 놀이기구가 멈춰서는 아찔한 안전사고가 여러 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경마대회인 켄터키 더비와 윔블던 테니스 대회 같은 세계적인 대회에서도 셀피봉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유는 안전사고와 다른 사람의 관람방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최측은 설명하고 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셀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웹사이트 미스트레블닷컴(MissTrevel.com)이 올해 관광경험이 있는 5만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명중 2명은 관광도중 가장 짜증났던 것이 셀피봉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일부 호텔들은 자기호텔에서 묵으면서 셀피를 찍을 수 있는 이른바 ‘셀피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면서 호객행위를 하기도 한다. SNS에 퍼질수록 홍보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셀피(selfie) = 스스로 찍은 사진을 의미하는 자가촬영사진(Self-Picture)의 줄임말이다. 셀피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불리는 셀카(셀프 카메라)와 같은 뜻으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자기 자신을 직접 찍은 사진이다. 옥스퍼드대학 출판사가 선정한 ‘2013년 올해의 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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