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영화]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한 축 - ‘명필름 전작전 : 스무 살의 기억’

조영신 입력 : 2015.08.03 09:30 ㅣ 수정 : 2015.08.0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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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4일부터 9월 16일까지 명필름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명필름 전작전:스무살의 기억’ 포스터 [사진=명필름아트센터]


(뉴스투데이=클라렌스의 그래도, 영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의 10여 년은 훗날 어느 시대에 기억하든 한국영화의 잊지 못할 시절임이 분명하다. 비디오 시장의 급속한 팽창과 대기업 자본의 한국영화 투자 붐으로 새로운 감각을 지닌 영화인들의 세대교체를 요구한 그때, 과거보다 확실히 진일보한 제작 시스템과 시장 소비세력의 트렌드를 읽어낼 줄 아는 젊은 제작자들은 이른바 ‘프로듀서의 전성시대’를 열어젖힌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에 가까웠던 60년대 ‘신필름’의 규모만큼은 아니었지만, (영화 제작 과정 전반의 모든 시설과 스태프들을 갖추고, 스타들의 매니지먼트, 신인 배우들의 트레이닝까지 해냈던 신필름은 한국영화의 첫 번째 전성기였던 1960년대 초반부터 10년간 100편이 넘는 작품을 만들었다.) 참신한 기획력과 체계적인 마케팅 역량을 갖춘 많은 프로듀서가 자회사를 차려 활약한 시대였고 이들이 발굴한 젊은 감독들은 작가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그중에서도 탁월한 마케터이자 프로듀서, 제작자인 ‘심재명’을 중심으로 한 ‘명필름’은 수많은 제작사가 흥망을 거듭하고, 사라지진 않았더라도 (대기업 직접 투자, 배급 시대를 맞아) 한 해에 한 편 만들기도 버거운 다른 영화사들에 비해 꾸준히 작품 제작을 해왔다. 다소 추상적인 개념의 ‘웰 메이드’라는 수식이 여전히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사 이름만 보고도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제작사가 아닌가 싶다. 달라진 환경에 움츠러들 법도 한데 더욱 과감한 투자로 영화사, 학교, 공연장, 영화관을 고루 갖춘 새 사옥을 파주출판단지에 완공한 명필름은 그 첫 번째 행사로 20주년 특별전을 두 달여간 개최한다. 각자의 호불호를 떠나 스무 살까지 버텨준 이 영화사가 무척이나 고맙고, 앞으로도 번성하길 기대한다.

명필름 전작전 : 스무 살의 기억 (7/24~9/16, 명필름 아트센터)
http://mf-art.kr/m/m-program/

추천작 - <접속> (1997, 장윤현 감독)

▲ 영화 <접속> 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코르셋> 이 창립 작품이라는 의미를 가진 것에 그쳤다면, 두 번째 제작 영화 <접속> 은 말 그대로 ‘흥행 대박’이 난 작품이기도 하거니와 ‘명필름’이라는 브랜드 색깔을 온전하게 각인시켜준 대표작이다. 드라마의 히트와 <닥터 봉> 의 예열을 거쳐 <초록 물고기> , <넘버3> 와 함께 97년을 기념비적인 해로 만든 한석규는 차치하더라도 장윤현이라는 스마트한 신인 감독을 등장시키고, 뭐니뭐니해도 ‘전도연’이라는 (지금의) 대배우가 브라운관을 건너 스크린의 세계로 들어온 첫 영화. 말 그대로 ‘여왕의 시작’은 바로 여기부터다.

안구 건조증에 걸린 홈쇼핑 상담원(여자)과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라디오 방송국 피디(남자)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지만, 누군가와 제대로 마주할 일은 없는 현대 사회를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주홍색 가로등이 길게 이어진 한강변을 혼자 자동차로 달리거나 혼자 지하철을 타고, 혼자 바에 가거나 혼자 염색을 하고, 혼자 (오피스텔에) 사는 이들을 우연찮게 이어주는 건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온라인(인터넷)의 세계다.

아픈 과거에서, 어긋난 관계에서, 웅크린 방 안에서 스스로 나올 수 있는가에 관한 현대인을 향한 존재론적 관찰은 PC통신이라는 새로운 소통 방식에의 희망으로 결론 맺는다. (개인적으로 십수 번을 넘게 볼 정도로 좋아하는 이 영화에서 여전히 불만스러운 장면은 마지막 컷을 멈추게(freeze)한 선택이다. 정지되는 그 순간의 어색함 때문인지, 영화적으로 박제되는 것 같은 불안함 때문인지 아직도 이유를 찾지 못했지만, 아무튼 볼 때마다 아쉽다.)

이 작품을 말하면서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은 ‘영화음악’에 관한 것인데, 해외 팝을 적극적으로 삽입하는 방식을 취한 첫 사례이기도 하지만, 장면 장면마다 이야기와 감정에 착 들러붙는 탁월한 선곡은 지금까지도 최고 수준이다. 멀티플렉스가 거의 없던 시절,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이 음악은 CD와 테이프로 사서 듣던 그 시절 <접속> 의 OST는 관객 수보다도 많이 팔렸다고 한다(?). 그해 가을 도심 거리는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길보드’ 리어카에서 흘러나오는 사라 본의 ‘A Lover’s Concerto’가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리어카마다 틀어놔서 걸으며 지나치면 다음 리어카에서 자연스레 이어졌다. 진짜다. 정말 그 정도였다.) 그래서 수많은 한국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작업한 조영욱 음악 감독의 대표작은 여전히 억울하게도(?) <접속> OST다.

The Velvet Underground – ‘Pale Blue Eyes’
https://www.youtube.com/watch?v=PUgWVgZPfZQ

추천 프로그램 – 17명의 감독과 6명의 배우 GV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프로그램은 주말마다 이어지는 GV행사다. 배우 송강호, 문소리, 박원상의 출연작을 모아 상영하는 ‘Actor’s Day’, 그동안 명필름 영화의 연출을 맡았던 17명의 감독이 관객과 만나는 ‘Director’s Weekend’, 정성일, 김영진 평론가와 백은하, 주성철 기자가 영화를 읽어주는 ‘Critic’s Choice’가 7월 25일부터 9월 12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걸쳐 진행된다. (배우 이제훈과 수지를 각각 초대하는 ‘건축학개론’ 특별 섹션은 이미 매진됐다는 소식이다. 아쉽지만 취소 티켓은 분명 나올 테니, 매일 들어가 확인하자.)

부산, 부천, 전주 등 국제영화제에 가야 만날 수 있었던, 혹은 DVD 코멘터리에서나 들을 수 있었던 감독과 배우들의 작품 뒷이야기들, 비평가의 깊이 있는 영화 해석을 경험할 좋은 기회다. GV행사의 핵심은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니, 좋아했던 영화에 대한 질문이나 짧은 감상평을 준비해 가자. 마이크를 잡기 위해선 손을 번쩍!! 들어야 한다.

※ 명필름 전작전 상영(GV)시간표

▲ 7월 24일부터 9월 16일까지 명필름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명필름 전작전:스무살의 기억’ 상영시간표(1) [사진=명필름아트센터]

▲ 7월 24일부터 9월 16일까지 명필름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명필름 전작전:스무살의 기억’ 상영시간표(2) [사진=명필름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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