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은 공간철학] ‘인간의 경험과 오성(悟性)’
윤재은 대기자 | 기사작성 : 2015-04-30 10:28   (기사수정: 2015-04-3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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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재은 기자]

‘인간의 경험과 오성(悟性)’ : “경험은 인간 지식의 근원이며, 모든 것이다.

(뉴스투데이=윤재은 대기자) 삶에 있어 깨달음은 자각(自覺)하는 것이다. 자각이란 자신의 형편이나 처지를 스스로 깨달아 내면의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내면의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이란 편한 것, 좋은 것, 많은 것을 추구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이며, 자각의 길보다 풍요의 길을 택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각은 마음속에 맺혀진 꽃봉오리와 같아, 그 향기를 발할 때 절정에 이르고, 타락할 때 악취를 품어낸다. 스스로의 자연은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그 속에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품어낸다. 세상의 모든 만물 중 스스로 아름다운 것은 자연뿐이며, 자연은 모든 것의 근원이다. 자연은 모든 것을 깨닫게 하는 세계의 중심이며, 모든 것이다. 자연을 이해하고, 깨우치는 것은 오성(悟性)의 마음으로 세계의 본질에 다가서는 것이다.

오성(悟性)이란 인간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이며, 관념(觀念)이다. 오성은 1689년 존 로크(John Locke)의 인간오성론(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에서 나온 개념이다. 오성은 인간이 지성이나 사고의 능력을 말한다.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무엇에 근거하여, 그것이 진리라고 생각하는가? 이러한 사고와 판단의 근거는 인간의 경험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경험은 인간 지식의 근원이며, 모든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 세상에 근거하는 모든 것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있는 것이다. 있지 않는 것을 있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로크는 경험에 의해 갖게 되는 관념은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있다. 대상의 사물이 있으면서, 있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인간의 마음은 어떻게 이성과 지식의 근거를 확보하는가? 이러한 질문의 답은 “경험”만이 답할 수 있다. 우리가 갖는 모든 관념의 근원은 경험인 것이다.

인간은 감각적 인식과 표상에 의해 주어지는 것만을 진리라고 말한다. 로크의 오성은 인간의 지식에 관한 탐구의 방법이며, 확실성을 말한다. 인간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은 관념의 범위를 넘지 못하는데 환상, 개념, 종(種)에 의한 모든 것을 인간의 관념이라 말한다. 이러한 관념은 마음의 대상을 통해 형성되는데, 지식의 기원을 탐구하는 것이다.

인간의 내면에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담는 마음의 크기에 따라 인간의 모습도 달라진다. 한편으로는 선(善)하고, 한편으로는 악(惡)한 두 개의 마음이 인간의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신의 얄궂은 장난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세계의 주체로 나아갈 수 있는 자존(自尊)감을 주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그 선택과 의지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판단할 수 있는 오성(悟性)의 올바른 사용에 있다.

세계 속에 홀로선 ‘나’의 모습은 연약한 갈대처럼 바람에 휘날리며, 고독해 한다. 세상을 향해 불어오는 거센 바람은 거대한 나무와 집들을 무너뜨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나약한 갈대의 존재는 거센 바람을 이겨내고 홀로 선다. 아무리 거센 바람도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평온의 상태로 되돌아오기 때문이다. 인간의 평온은 마음에 근거하며, 마음은 이성적 사고에서 생겨난 관념이다. 마음과 관념은 하나이며, 동일한 것이다. 마음이 통하면, 관념은 마음과 함께 하나의 오성으로 나아간다. 오성의 기본이 되는 경험은 물질적인 것 같지만, 정신적이며, 관념적이다.

인간의 삶은 거센 파고(波高)를 이겨내는 갈대와 같이 스스로에게 의지를 주어야 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다할지라도, 그 어려움은 잠시 일뿐, 곧 지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세상의 삶 속에서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는 의지는 당당함에서 나온다. 세상에 홀로선 당당함은 올바른 오성에 의한 지혜의 바탕에서 나온다. 오성은 진리이며, 관념이며, 선(善)인 것이다.

사람을 선(善)하게 만드는 것은 선한 오성이 마음을 깨닫게 하는 것이고, 마음이 악한 것은 오성이 오염되어 마음이 탁한 것을 말한다. 세상에 당당한 주체로 사는 것은 올바른 오성을 통해 진리의 길을 걸어가는 것뿐이다. 진리란 흔들림 없이 스스로 홀로 서는 것이며, 어떠한 말이나 글을 통해 얻어지는 지식이 아니다. 세상에 고독자로서 당당함을 드러내는 것은 의지의 확실성을 통해 오성으로 호흡하고, 오성으로 말하는 것이다. 오성은 진리이며, 삶이며, 본질인 것이다.

오성을 통한 당당함은 자만이 아니고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깨어남이다. “세계 속에 홀로선 고독한 인간이여! 잠들어 있는 자아(自我)를 깨우고, 세계 속으로 나아가자! 세계는 그대 때문에 존재하고, 그대는 세계의 주인이다.” 세상에 버려진 그림자를 태양 빛 아래로 끌어내어 나의 주체, 나의 존재, 나의 삶을 실체하게 만드는 것은 그늘 속에 잠재되어 있는 스스로의 오성을 깨우는 아침의 메아리이다.

세계의 주인으로서, 내 몸과 마음의 주인으로서, 세상에 홀로선 나는 외롭지도, 어렵지도, 불행하지도 않는 당당한 존재이다. 세상에 보여 지는 모든 물질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 당당한 나의 모습을 스스로 만들어보자. 세계는 나약한 자에게, 비겁한 자에게, 어떤 것도 주지 않고, 오직 절망만을 안겨줄 것이다. 하지만 의지의 당당함으로 세계의 중심에 서면, 세계는 나의 것이요, 나는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은 어둡지만도 않고, 그렇다고 밝지만도 않다. “세상은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는 터널”이며, 우리는 그러한 세계에서 삶을 살아가는 고독자이다. 고독한 삶은 어둡고 우울한 삶이 아니고 부조리함으로부터 벗어나 침묵하며,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다.





윤재은(Yoon Jae Eun)
건축가이며 공간철학자. 현재 국민대 조형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홍익대건축학박사, Pratt Institute Master of Interior Design, New York, USA, Denmark International Study, affiliated with University of Copenhagen, Architecture &Design Program, 홍익대 디자인 학사를 졸업했다. 또한 UC Berkeley 건축대학에서 연구교수로 디지털건축을 연구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건축전문서적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가 있으며, 장편소설로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으로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의 저서가 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는 헤이리 블랙하우스, 25.7 하우스, 송해븐, 유진타워, 성북동 보현재주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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