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은 공간철학] 스피노자의 에티카(Ethica), 실체와 속성 - ‘자연(自然)의 속성’은 신의 본성을 대변하는 실체이다.

윤재은 기자 입력 : 2015.01.29 17:45 ㅣ 수정 : 2015.01.2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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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재은 기자]

‘스피노자의 에티카(Ethica), 실체와 속성’ :
‘자연(自然)의 속성’은 신의 본성을 대변하는 실체이다.

(뉴스투데이=윤재은 대기자)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속성 중 ‘자연(自然)의 속성’은 신의 본성을 대변하는 실체이다. 자연은 수많은 속성으로 스스로 실체를 표현하지만, 그 표현의 속성은 유한하고, 남는 것은 또 다른 이름으로 태어난 속성들뿐이다.

‘신과 자연, 자연과 신은 하나의 실체이며 같은 것이다.’ 스스로 피어나고 소멸하는 자연의 속성 속에서 세상 만물은 소생하고 소멸한다. 이와 같은 자연의 생성과 소멸은 인간의 삶과 같다. 하나의 생명으로 태어난 인간은 소멸을 통해 또 다른 생명으로 태어난다. 자연은 생성-소멸-생성의 과정을 겪으며 ‘코나투스(Conatus)’ 적 욕망으로 나아간다.

자연이 보여주는 생명성은 신의 속성처럼 영원하다. 신은 무한한 실체로서 영원하지만, 인간은 그 실체를 알 수 없다. 만약 신의 실체를 언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신이라 할 수 없다. 신의 고유한 속성은 신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자연 속에 있고, 그 실체는 속성들의 표현 속에 있기 때문이다. 스피노자의 에테카(Ethica)처럼, 신은 무한한 실체이며, 무한한 실체는 곧 자연이다. 따라서 신은 곧 자연이며, 자연은 곧 신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각각의 속성은 시간 안에서 유한하고, 시간은 모든 속성의 소멸 원인이 된다. 속성의 소멸은 생명이 유한하다는 것을 말하지만, 유한한 속성들은 또 다른 속성들로 태어나면서 영원한 자연으로 남는다. 자연이 영원한 것은 신의 속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속성에서 생명은 가장 고귀한 속성 중 하나이다. 생명이란 살아 있음을 말하는 것이며,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생명이 있을 때 존재하는 것이다. 삶에 있어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생명은 모든 것이며, 존재이다. 생명이 없다면, 세상에 어떤 것도 없다. 생명이 없다는 것은 종말을 말하는 것이다. 종말이란 세상의 모든 생명이 죽음을 맞이하거나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아니고, 내가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나의 종말은 세계의 종말이며, 신의 종말이다.

세상에 있어 자신의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자신의 생명은 곧 자연이며, 자연은 곧 신이기 때문이다. 신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고, 마음은 신에게 향한다. 이러한 마음은 회귀본능에서 나오는 것이다. 인간의 근원인 창조주를 그리워하고 의지하는 마음은 근원을 향한 회귀본능에서 나온다. 자연으로서 삶의 근원 중 하나인 인간은 회귀본능을 통해 신에게 다가갈 수 있다.

인간에게 주어진 스스로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못하거나, 그 가치를 모르는 사람은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생명이 아니다. 생명의 가치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다. 하지만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은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이러한 행위나 생각은 신의 의지에 반하는 것이다.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생명은 그 어떤 물질이나 욕망으로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소중함은 자연의 생명체를 보면 알 수 있다. 자연의 생명은 너무나도 다른 형태의 속성들로 태어난다. 하지만 모든 생명은 자신의 생명을 귀하게 생각하고, 그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자신을 스스로 소중히 생각한다. 이러한 자연의 현상은 생명의 가치기준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물질주의적 사회에서는 생명의 소중함보다는 물질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려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생명이 다하려는 순간에 다다르면 물질은 물질일 뿐 생명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의 생명이 물질보다 못하게 취급되는 사회는 죽은 사회이다. 인간에게 있어 ‘살아있는 현재의 순간보다 더 소중하고 행복한 것은 없다.’ 살아있다는 것은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축복이며, 은총이다.

인간으로서 ‘현재’라는 순간은 일생이며, 영원한 삶이다. 현재의 시간이 없다면 영원한 삶도 없는 것과 같다. 살아있는 순간, 숨 쉬는 순간, 그 순간의 호흡을 느끼는 ‘지금’이라는 현재의 시간은 삶에 있어 가장 가치 있는 것이다. 현재의 시간이 삶 전부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자연은 우리의 스승이며, 동반자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자연으로부터 배운다. 자연은 스스로 표현하면서 세상의 모든 것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자연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자연이 담고 있는 다양한 속성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다.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자연, 무한한 빛으로 발산되는 색채의 자연, 음악처럼 아름다운 선율의 자연, 생명의 환희를 알리는 탄생의 자연, 계절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사계(四季)의 자연 등 무수히 많은 자연의 표현은 그 신비의 영역으로 인간을 몰입시킨다.

이러한 자연에 감사하고, 사랑할 수 있으려면 의지가 필요하다. 자연과 하나 되려는 삶의 의지는 신의 의지에 다가서는 것이며, 선(善)의 의지이다. 선한 사람은 자연을 가까이하고, 악한 사람은 자연을 멀리한다. 자연은 인간이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의지로서 선에 속한다.

신의 속성으로 태어난 자연에서 그 속에 깃들어있는 신의 의지를 읽어내기 위해서는 선(善)한 눈이 있어야 한다. 자연에 표현된 신의 의지는 무수히 많은 것들을 인간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마음의 눈이 없으면 그것을 볼 수 없다. 마음은 자연의 모든 대상을 받아들이는 문(門)과 같다.

빛은 자연에 수많은 색을 만들어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세상 어떤 예술가도 표현할 수 없는 색의 환희는 신의 의지로 표현된 자연만의 속성이다. 하지만 이처럼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은 그것을 볼 수 있는 의지가 있는 사람만이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의지(意志)는 같은 대상에서 서로 다른 것을 볼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 있어도 볼 수 없거나, 좋은 소리가 있어도 들을 수 없는 사람은 그것의 소중함을 모른다. 자연은 수많은 얼굴로 신의 속성을 표현하지만, 그것을 보려는 의지가 없는 인간에게 자연은 그저 수많은 속성의 대상에 불과할 뿐이다.

신과 자연, 실체와 속성의 언덕에는 스피노자(Baruch de Spinoza, 1632~1677)가 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시작된 형이상학적 실체이념을 에테카(Ethica)를 통해 계몽의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스피노자는 에테카에서 기하학적 질서에 따라 증명된 체계를 윤리학의 기본으로 보았다. 그는 자기 원인이란? ‘그것의 본질이 존재를 포함하는 것, 또는 그것의 본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보았다. 자연의 원인은 신의 본질이 자연에 내재되어 있으며, 신의 본성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중세의 신학에 의해 주장된 추상적 신의 실체가 봄의 새싹처럼 발아하여 계몽의 정신과 함께 자연 속으로 돌아온 것이다.

자연은 봄바람을 타고 피어나는 꽃처럼 각각의 속성들이 스스로 실체가 되고, 그 실체는 속성들의 성질을 통해 신의 실체가 된다. 스피노자의 무한성에 대한 사상은 실체에 대한 인식을 통해 신안에 있는 만물의 인식을 말한다.

항상 우리 곁에 있는 자연은, 항상 우리 곁에 있는 신과 같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물질화되어버린 정신이, 피폐한 영혼의 울타리를 박차고 나오는 길은 자연으로 회귀하는 길밖에 없다. 자연은 신을 대신해서 인간의 지친 영혼을 안식시켜준다. 육체가 힘들고, 정신이 피폐할 때 모든 번뇌를 버리고 자연으로 떠나보라. 그러면 자연으로 떠나는 그 걸음 속에서, 그 시간 속에서, 그 자연 속에서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윤재은(Yoon Jae Eun)
건축가이며 공간철학자. 현재 국민대 조형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홍익대건축학박사, Pratt Institute Master of Interior Design, New York, USA, Denmark International Study, affiliated with University of Copenhagen, Architecture &Design Program, 홍익대 디자인 학사를 졸업했다. 또한 UC Berkeley 건축대학에서 연구교수로 디지털건축을 연구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건축전문서적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가 있으며, 장편소설로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으로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의 저서가 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는 헤이리 블랙하우스, 25.7 하우스, 송해븐, 유진타워, 성북동 보현재주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