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은 공간철학]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 ‘시간의 흐름에도 규칙(規則)이 있다는 것이다.’
윤재은 대기자 | 기사작성 : 2014-12-04 17:08   (기사수정: 2014-12-0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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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재은 기자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도 규칙(規則)이 있다는 것이다.

(뉴스투데이=윤재은 대기자) 계절이 바뀐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에도 규칙(規則)이 있다는 것이다. 규칙이란 ‘다 함께 지키기로 정한 사항(事項)이나 법칙(法則)’으로서,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는 시간의 규칙을 벗어날 수 없다. 삶은 ‘시간의 규칙’에 따라 그 흐름 속에 잠시 머물렀다 가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있어 항상 청춘일 것만 같던 젊음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소멸되어간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뿐 아니라 생명을 가진 모든 동·식물이 동일하다. 생(生)의 규칙은 시간에 의해 지배받기 때문이다. 시간이란 살아있는 모든 것을 관장하는 ‘신(神)’과 같다. 신은 시간에 의해 생명을 부여하고, 부여된 생명을 마감하게 한다. 이처럼 시간은 신의 속성을 대변하는 ‘사건(事件)’으로서 결과를 동반한다.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은 창세기(創世記)와 같은 ‘사건(事件)’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 사건은 규칙에 의해 일어나고, 그 규칙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신의 규칙에 의해 창조된 세계를 보면, 세상의 모든 것은 시간이라는 규칙에 의해 그것들이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신은 흑암(黑暗)으로 이루어진 혼돈의 세계에서 로고스(Logos)를 통해 무(無)에서 유(有)의 세상을 창조하였다. 신의 창조는 아무것도 없음 가운데, 모든 것이 존재하는 기적과 같은 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아무것도 없는 무의 세계에서 왔다가 잠시 머물다 사라져 버리는 ‘꿈’과 같은 것이다.

창세기에서 신은 첫째 날 빛을 창조하고 빛을 통해 밝음과 어둠을 두시었다. 이렇게 창조된 밝음과 어둠은 하루라는 시간이 되었고 하루는 일생이 되기도 한다. 신은 둘째 날 궁창을 물과 물로 나누고 궁창을 하늘이라 이름 하였다. 그리고 셋째 날 신은 뭍의 물을 한곳으로 모아 땅과 바다로 구분하고 땅에 생명체를 부여하였다. 넷째 날 신은 태양과 달, 별을 만들어 낮과 밤을 관장하였다. 다섯째 날 신은 땅과 물에 살아있는 생명체들을 만드시고 그 생명이 끝없이 번성하도록 만드시니, 세상은 수많은 생명체로 채워지고 세상은 삶의 세계가 되었다. 여섯째 날 신은 자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시고, 자연의 모든 생명체를 다스리게 하였다. 그리고 다음날은 모두가 쉬게 하였다.

6일간의 사랑으로 태어난 세계는 신의 규칙(規則)이 만들어낸 세계로서 수많은 변화를 통해 오늘로 현존(現存)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창세기를 통해 신의 창조에도 나름대로의 규칙과 법칙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그의 법칙은 ‘사건의 법칙’이요, ‘속성의 법칙’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수많은 시간의 사건은 세계가 스스로의 규칙에 의해 변화되고 지속된다는 것을 말한다. 하루하루 각각의 속성들이 세계를 채워가고 소멸되는 것은, 그 속성들이 스스로의 욕망에 의해 지속되고 생성되는 ‘코나투스(conatus)적 욕망’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창세기 규칙에서 어떤 것의 창조를 위해서는 하나의 규칙이 형성되어야 하듯이,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에도 나름대로의 규칙이 존재해야 한다. 규칙 없는 삶과 세계는 무질서만이 남게 되어 혼돈스럽기 때문이다. ‘삶의 혼동’이란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右往左往) 하다가 삶을 마감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에게 있어 삶의 방향을 정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다. 유한한 인간으로서 삶의 방향을 정하고 살아가는 삶과, 그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사는 사람과의 차이는 삶의 질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삶이란 끝없이 이어지는 인생의 항로로서 시간의 흐름을 따라 흘러가는 것이다. 세상에 남겨진 고독한 존재의 한 인간으로서 인생의 항로에서, 지나가는 항해의 과정에 행복과 추억이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면 삶의 규칙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다. 삶의 행복은 자신의 방식과 규칙에 따라 확실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계몽주의의 철학자 데카르트(René Descartes)는 자신의 삶에 있어 하나의 학문으로서 실체적 존재를 증명하는 것에 삶의 목표를 정하였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었던, 믿고 있었던 모든 것들에 대해서 회의(懷疑)의 눈을 가지고 그 것의 실체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하룻밤의 유희를 불러오는 신기루로 보았고, 그것들은 언제나 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관념(觀念)으로 채워진 조그마한 지식을 가지고 그것을 뽐내거나 주장하려 한다. 하지만 변치 않는 진리(眞理)는 신의 속성 속에 존재할 뿐 그 어떤 논리도 시간의 연장 속에서 거짓이 될 수 있다. 데카르트는 이러한 관념의 유동적 불확실성을 인식하고, 자신만의 규칙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진리의 영역에 한걸음 다가서고자 했다.

그는 세상의 변치 않은 진리는 ‘마음의 빛’이요 ‘진리의 빛’이라고 믿었다. 그러한 빛의 세계를 보기 위해서는 그 빛을 볼 수 있는 규칙이 필요하였다. 그는 복잡한 세계 속에서, 수많은 지식과 상상 속에서, 자신이 굳게 믿어왔던 모든 것들은,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어둠속에 묻혀 버렸다. 데카르트는 불확실한 어둠을 걷힐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고, 그러한 방법으로 진리의 등불이 될 수 있는 4가지 규칙을 설정하였다.

첫째, ‘명증성의 규칙’으로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편견과 권위로부터 벗어나 오로지 내 자신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진리로 삼으려는 규칙이다. 그는 자신의 관념 속에서 조금이라도 의심이 가는 것이라면, 그것은 진리가 될 수 없다고 보았다. 확실하지 않는 관념은 이성을 현옥시킬 수 있는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둘째 ‘분해의 규칙’으로서 어떤 문제에 봉착하였을 때 그것을 작은 단위로 분류하여 그 해답을 찾는 것으로서,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행하겠다는 확고한 규칙이었다. 셋째, ‘열거의 규칙’으로서 단순한 것으로부터 시작하여 복잡한 것으로 질서 있게 접근하려는 규칙이다. 넷째, ‘종합의 규칙’으로서 자신이 찾고자 하는 대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것도 빠뜨리지 않고 질서 있게 열거하여, 그 진리에 도달하려는 의지를 말한다.

데카르트는 4가지 규칙을 통해 자신이 알 수 있는 모든 것에서, 관념이라는 고리를 떨쳐버렸다. 그는 관념의 고리를 스스로 풀어헤치며, 진리의 범주에 도달 할 수 있는 실체를 찾고자 하였다. 하지만 그 실체, 그 존재는 인간의 생각이나 관념으로 해결하거나 도달할 수 있는 곳에 있지 않았다.

데카르트의 노력은 오히려 의심만을 불러일으켜 회의(懷疑)하는 자아(自我)로 발전하며, 그 회의가 곧 그를 지혜의 의지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였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그의 말은 회의(懷疑)하는 모든 것들은 언제든지 거짓이 될 수 있지만, 의심하는 순간으로서의 나는 반드시 존재해야만 한다는 명제를 깨달게 한다.

데카르트가 발견한 진리의 코기토(Cogito)는 한 인간으로서 세상에 삶의 규칙을 세우는 중요한 교훈이 된다. 세상에 태어나 명확한 삶의 목표를 정하고, 어렵고 복잡한 문제가 자신의 삶을 괴롭게 만들 때, 그 고뇌의 원인이 되는 문제를 하나하나 분해해보면, 그 해답은 문제에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처럼 삶이 고달프고 힘들 때는 그 문제들을 작게 분해하거나 열거하고, 그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판단하고 실행해야 하는 것이다.

삶의 규칙은 어떠한 억압된 법칙이 아니고, 자신의 삶을 바르게 살아가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며, 약속이다. 데카르트에서 시작된 회의적 질문이 우리들의 삶을 뒤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윤재은(Yoon Jae Eun)
건축가이며 공간철학자. 현재 국민대 조형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홍익대건축학박사, Pratt Institute Master of Interior Design, New York, USA, Denmark International Study, affiliated with University of Copenhagen, Architecture &Design Program, 홍익대 디자인 학사를 졸업했다. 또한 UC Berkeley 건축대학에서 연구교수로 디지털건축을 연구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건축전문서적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가 있으며, 장편소설로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으로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의 저서가 있다. 주요 건축 작품으로는 헤이리 블랙하우스, 25.7 하우스, 송해븐, 유진타워, 성북동 보현재주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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