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장] 유숙자 명인이 수원 화성서 자수 놓는 사연

강이슬 기자 입력 : 2014.08.18 09:13 |   수정 : 2014.08.1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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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틀에 수를 놓는 유숙자 명인. [사진=양문숙 기자]

전통자수로 ‘전통도시의 부활’ 꿈꿔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우리 자수가 이렇게 예쁘다는 걸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유네스코로 등재된 수원 화성은 조선 정조의 효(孝)로 지어진 성이다. 뒤주에서 죽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배봉산에서 수원 팔달산 기슭으로 이전하기 위해 지었다. 아버지의 묘를 이전하는 것뿐만 아니라 신도시로 수원을 택한 것이다.
 
이런 정조의 효로 지어진 전통도시에서 유숙자 명인은 전통자수를 하며 전통도시의 부활을 꿈꾼다. 최근 전주, 서울 북촌 등 한옥 마을의 인기가 뜨겁다. 다른 한옥마을에 비해 정조의 효와 혼이 묻어있는 수원 화성에 어느 곳보다도 전통자수와 꼭 맞는 도시이다.
 
유숙자 명인이 수원에 공방을 연지는 2년.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다. 원래는 전주 한옥마을을 염두해 두었지만, 수원에 한옥마을이 예정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수원을 찾았다. 수원 화성 근처 마을을 둘러보고는 그대로 마음을 뺏겼고, 직접 발품을 팔아 돌아다니며 수원 팔달구에 공방을 차렸다. 유숙자 명인의 공방이 특별한 이유는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게스트 하우스를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성 성곽이 감싸고 그 안에 옹기종기 아담한 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수원 팔달구 장안동에 위치한 유숙자 명인의 공방 송아당을 찾았다. 
 

▲ 유숙자 명인이 자신의 딸이 시집갈 때 지어준 당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의에는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꽃을 수놓았다. [사진=양문숙 기자]


■ 서양자수에서 전통자수로
 
- 전통자수는 어떻게 시작했나?
 
“원래 손을 쉬지 않고 이것저것 많이 했다. 바가지 공예도 했고, 매듭도 했었다. 특히 십자수와 서양자수를 줄곧 해왔다. 제가 십자수 놓는 걸 보던 지인이 동양 자수를 추천해줬다. 그렇게 전통자수와 연이 닿았다.”
 
- 경험으로 느낀 서양자수와 전통자수의 차이는?
 
“저는 전통자수가 훨씬 더 재밌다. 십자수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다 정해져있는 반면에 전통자수는 하는 사람이 얼마든지 응용할 수 있다. 물론 전통방법이 있긴 하지만, 마음에 드는 도안이 있으면 얼마든지 전통과 현대를 접목시킬 수도 있어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다. 그러나 사실 접목은 많이 못했다. 전통만으로도 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일단은 전통을 충실히 하고, 그 뒤에 새로운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
 
- 처음 배울 땐 어려웠을 것 같은데……?
  
“2000년 무렵 고행자 선생님께 배우며 시작했다. 처음 배울 때부터 선생님께 인정을 받았다. 같이 배운 다른 제자들에 비해 속도도 빨랐다. 자수를 시작하고 1년 뒤에 바로 전시를 할 정도였다. 선생님께서 마지막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장롱 수를 직접 나에게 시키셨다. 어려운지 모르고 계속해서 수(繡)를 놓았다. 시어머니께서 24시간 병간호를 해드려야 하는 상황이였는데, 그때 어머니 곁에서 수를 놓으며 함께 했다. 자수를 하면서 어머니 임종도 지켰다. 후에 시아버지도 임종을 지켰다.”
 
“고행자 선생님 돌아가신 뒤에는 한상수 선생님의 수법도 배우고 싶어서 선생님을 찾았다. 나름 자수 경력이 있었음에도 선생님께서는 기초부터 다시 탄탄히 배우게 했다. 이때도 남들 2~3개월 걸리는 과정을 보름 정도 걸려 배웠다.”
 
- 원래 손재주가 좋았나 보다.
 
“고향이 남원인데, 남원이 수(繡)로 유명하다. 친어머니께서 한복 바느질을 하셨다. 그때 어깨너머로 배우며 재능을 물려받은 것 같다.”

▲ 유숙자 명인이 자신이 만든 '풍뎅이'를 직접 착용해보이고 있다. [사진=양문숙 기자]

  

▲ 유숙자 명인의 작품으로 왼쪽부터 여아·남아 풍뎅이와 2층 장. [사진=유숙자 제공]


■ 유숙자 명인의 손을 거친 자수
 
- 주로 어떤 작품을 하나?
 
“족두리, 신발, 반지 고리, 결혼함, 2층장, 수젓집, 미인도, 병풍 등 다양한 작품을 하고 있다. 주로 생활용품이다.”
 
- 주요 작품 몇 개 소개해 달라.
 
“이번에 공모전에 낸 작품으로 ‘풍뎅이’를 만들어 봤다. 유럽 가는 친구들에게 단체로 풍댕이를 만들어 줬다. 머리에 쓰고 브로치를 꽂아 사용하게 만들었다. 뒤집어서 다른 색상으로도 착용할 수 있다. 여행가서 외국인들에게 너무 예쁘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더라.”
 
- ‘풍뎅이’라는 것이 원래 있던 건가?
 
“원래는 조선시대 유수 가문의 아기들이 쓰던 모자이다. 그걸 털모자로 만들고, 귀걸이 까지 만들어 이번 전승대회에 출품했다.”
 
- 게스트하우스에 외국인도 많이 올 텐데?
 
“맞다. 전시되어 있는 작품 보고는 참 많이 좋아하신다. 병풍을 제작할 때에는 외국 손님에 맞춰서 4쪽으로 제작한다. 사용하기 좋고, 소장하기도 좋고, 들고 가기 편하게 하기 위해서.”

▲ 유숙자 명인이 직접 수를 놓은 신을 들어보이며 신에 얽힌 에피소드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양문숙 기자]


■ 명인이 운영하는, 공예품이 가득한 게스트하우스 송아당
 
- 말이 나온 김에, 공방에서 게스트하우스를 겸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러다 전주에 공방을 차릴까 알아보던 중에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있는 와중에 모교 이사님을 만나게 됐다. 그걸 둘러보면서 게스트하우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공예 작업만 해서는 경제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어서, 게스트하우스를 겸하게 됐다. 수원에서 게스트하우스로 사업자등록을 받은 1호이기도 하다. 인터넷을 잘 못해서 홍보도 거의 못했는데, 오히려 다녀가신 손님들이 후기를 작성해서 그 후기를 보고 많이 찾아오신다.”
 
- 투숙객들에게 자수 작품 반응은 어떤가?
 
“단지 머무르고 떠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많이 좋아해주신다. 장기투숙하는 분 중에서 배우고 싶다고 하는 분이 있어서 알려드리기도 했다. 그래서 요새는 체험코스로 단기간에 자수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 마을 공예인들끼리 교류도 한다고 들었다.
 
“그렇다. ‘마을 살리기’라고 해서 매주 월요일마다 작가들이 회의를 하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두 번째 네 번째 토요일엔 벼룩시장(프리마켓)을 운영하기도 하고, 등을 만들어 마을에 걸기도 했다. 또 작가들이 엽서를 만들면 방문객들이 그 위에 편지를 쓰고 일정시간이 흐르면 발송하는 것도 논의 중이다. 계속 토론하고 상의하고 있는 단계다. 앞으로도 더 많은 활동을 해서 수원 한옥마을을 살릴 예정이다.”
 
- 마을에 어떤 작품을 만드는 공예인들이 있나?
 
“조각보, 꽃담, 매듭, 도자기, 조각 등 다양하다. 작품하면서 카페를 운영하는 등 다른 일을 겸하는 작가들도 있다.”
 
- 한옥마을이라 하면 전주와 서울 남산 등이 떠오른다. 그 곳들에 비해 수원이 더 나은 점과 부족한 점이 있다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공간이라 그런지 먹거리가 부족한 편이다. 그렇지만 수원 화성 근처에 통닭이나 만두 등 유명한 맛집들이 많다. 마을 안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간식 먹거리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나은 점은 정조의 효를 느낄 수 있는 수원 화성이 자리 잡고 있어 볼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야경 또한 멋있다. 또한 나혜석 생가가 있던 장소이다. 수원시에서도 마을 곳곳을 사들여 한옥으로 예절관 체험관 등을 짓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유네스코에 등재된 만큼 올레길이나 외국인이 즐길 수 있는 관광요소가 더해지면 좋겠다.”

▲ 유숙자 명인이 전통자수에 대한 앞으로의 바람을 이야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양문숙 기자]


■ 전통자수 전성시대, 다시 돌아오길
 
- 작품 활동과 게스트하우스 운영까지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다.
 
“아침에 공방(게스트하우스 겸)에 와서 청소하고, 정리하고, 간단하게 아침을 제공해서 손님들을 보낸다. 그리고선 틈틈이 수를 놓는다. 그렇게 새벽 1~2시까지 있다가 집으로 넘어간다. 집에 가면 나를 기다리고 있는 수틀이 또 있다.(웃음) 수를 더 놓다가 잠자리에 든다.”
 
- 두 가지를 병행하는데 힘들 것 같은데?
 
“어쩔 때는 정말 힘들다. 지인들도 만나고 싶고, 전시도 많이 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시간에 쫓긴다. 두 번 갈 거 한번밖에 못 간다. 그래도 수원 한옥마을 속에 들어왔으니까, 여기에 멋있는 전시관을 만들고 싶다. 내 작품과 더불어 좋은 작품을 수집해 전시관을 차리는 게 꿈이다. 어디 시골에만 가면 집에 오래된 자수 작품 없냐며 다 내보여달라고 하고 다닌다.(웃음)”
 
-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은?
 
“다양한 전통 나비 문양 자수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응용하고 싶다. 직물에 나염해서 기발하다 싶을 정도의 큰 자수를 하고 싶다. 손으로 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 같은데, 동양적인 기계수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
 
-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많은 인내가 필요한 전통자수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제대로 된 한국의 자수는 40~50년 정도 그 맥이 끊겼다. 1960년대 자수가 흥하던 시절처럼 다시금 자수의 붐이 일어나서, 동양자수가 세계화되면 좋겠다. 또한 많은 분들이 우리 자수가 이렇게 예쁘다는 걸 볼 수 있게끔 전시관을 짓고 싶고, 박물관에 기증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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