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장] 픽시스 정진석 대표, 보석 상자서 전통 상자 명인 되기까지

강이슬 기자 입력 : 2014.04.25 09:44 |   수정 : 2014.04.3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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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석 명인, 그 앞에 놓인 상자는 공모전에서 수상한 ‘한옥을 담은 보석함’이다. [사진=양문숙 기자]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옛 전통방식 그대로 고수한 전통 상자는 정말 고풍스럽고 멋있지만, 가내수공업 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구매하기에는 부담되기도 하죠. 제작 공장을 갖춘 우리는 대량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통 상자를 현대화, 대중화해서 더 많은 분들이 전통 상자를 접할 수 있게 하고 싶어요.”
 
현대적, 서구적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는 현재, 우리 전통 공예를 계승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이 뒤따른다. 전통 방식을 고수해 공예품을 만들시 비용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전통 공예품을 사용하는 소비층도 과거에 비해 상당량 줄었기 때문에 경제적인 측면에서 늘 어려움이 있는 것. 이에 중요한 우리 전통 공예의 계승, 발전을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마저도 현저히 부족하다.
 
때문에 전통을 지키면서, 경제적 이익을 내기란 녹록치 않다. 하지만 오늘 만날 정진석 명인은 전통을 새로운 측면에서 접근해 전통과 이익 창출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대부분 먼저 전통 공예를 만들고 그 뒤에 그것을 통해 이익을 내려고 한다면, 정진석은 경제적 이익이 뒷받침 되는 전통을 만드는 식으로 전통에 접근했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 픽시스 개성공장 [사진=픽시스]
▲ 서울 본사 내 전시실 [사진=양문숙 기자]


■ 국내 최초 보석상자 전문 회사 ‘픽시스’
 
정진석의 전통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살펴봐야할 것이 그가 운영하고 있는 ‘픽시스’사(社)다. 픽시스는 국내 최초 보석 상자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회사로, 주로 보석 상자와 디스플레이 제품을 디자인, 제조, 판매하고 있다.
 
“24살에 창업을 해서 30여 년 됐어요. 10대 때 보석 상자를 만드는 길에 들어섰어요. 당시 취직을 해 회사에 다니면서 보석상자를 만들 때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보석 상자를 다른 상품 케이스처럼 주문한데로 만드는데 그치고, 더 이상 발전하기 못 했죠. 당시 인식 자체가 그랬어요. 상자 안에 있는 내용물만 중요하게 생각했지, 그것을 싸고 있는 상자는 단순한 ‘포장’의 개념이었죠.”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보석상자나 진열대는 보석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으로, 단순 포장의 개념에서 벗어나 고급스런 보석상자를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어린 나이었지만 스스로 창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1984년 전문 보석상자와 디스플레이 제작 회사 ‘신라케이스’를 만들었고, 현재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 귀부인들이 귀중한 물건들, 보석이나 화장품 등을 담는 상자를 뜻하는 ‘픽시스’로 상호명을 변경해 운영되고 있다. ‘상품’이 아닌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보석상자를 만들고 있다는 픽시스는 현재 서울 본사의 디자인개발연구소와 파주의 고객맞춤제작공장, 그리고 개성공단의 제1공장과 곧 준공될 제2공장을 토대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 진출에도 앞서고 있다. 또한 파주 공장에 전통공예연구소를 두고, 전통공예를 좀 더 심층적으로 다루려는 노력도 열심이다.

▲ 정진석 [사진=양문숙 기자]


■ 포장명인 정진석이 만드는 전통 상자
 
여기까지 본다면 정진석을 단순 CEO로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는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에서 ‘포장명인’으로 당당히 인정을 받았으며, 전통상자를 만들어 ‘KDB전통공예산업대전’에서 이화문양을 접목시킨 작품으로 입선했고, ‘대한민국 국가상징 디자인공모전’에서 팔각 형태의 ‘한옥을 담은 보석함’으로 한국무역협회 회장상을 수상하는 등 다수의 전시회에서 ‘전통상자’로 수상한 바 있다.
 
회사의 전체 상품 중 약 90%는 보석상자와 디스플레이 제품이 차지하지만, 그가 절대 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전통 상자다.
 
- 신라케이스 때부터 전통 상자도 같이 다뤄왔나요?
 
“그렇죠. 결혼할 때 사용하는 혼수함이나 패물함 제작을 주로 했어요. 특히 비단을 응용한 케이스를 처음으로 만들었죠. 기존함에는 ‘우단(羽緞)’이라고 해서 비단 보다 질이 좀 떨어지는 재질을 사용했는데, 저희는 색다른 우리만의 전통 케이스를 만들고 싶어서 비단을 활용했었습니다. 우단 보다 가격은 좀 비싸더라도, 저희가 추구하는 고급스러운 함을 만들기에는 적합했죠. 비단에 한국적인 분위기의 상자를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 국내에 고급 보석 상자를 다루는 곳은 없다고 하더라고, 패물함 등 전통 함을 다루는 곳을 여럿 있었을 것 같은데.
 
“많이 있죠. 그런데 완전 전통을 고수해 함을 제작하면 아무래도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듭니다. 나전, 옻 등 고급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죠. 국가에서 지정한, 정말 전통을 고수하는 분들이 제작한 함은 물론 보기도 좋고, 고급스럽지만, 대중들이 아무나 쉽게 접하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운 부분이 많죠.”
 
“전통을 고수해 함을 만드는 분들의 함은 쉽게 구할 수 없을 만큼 가격도 많이 나갔고, 그 외에 패물함은 사실 허접한 함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희는 그 중간 지점에 자리를 잡은 거죠. 품질이 우수한 전통 함으로 고급스러우면서도 적정한 가격에 함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 하지만 전통 상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전통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을 것 같은데.
 
“맞아요.(웃음) 제가 제일 아쉬운 것이 이론이 조금 부족하다는 거였어요. 감이나 끼는 가지고 있지만,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지 못 해서 항상 아쉬웠죠. 그래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대학교에서 공예 디자인 분야를 배우고, 올해 3월에 졸업했어요. 디자인의 이론적인 부분을 많이 공부했는데, 더 배우고 싶어 또 전통문화 관련해서 한국문화재단에서 하는 강의를 듣고 있어요. 오늘도 들으러 갑니다.(웃음) 전통과 제품을 연결하는 부분에서 계속해서 이론적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중이에요. 계속 알아야죠. 이론적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아는 것이 재밌고, 꼭 필요한 것 같아요.”
 
- 전통 상자를 깊이 있게 다루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 할 때부터 전통 상자를 다뤘어요. 또 처음부터 보석 상자를 만드는 회사였기 때문에 보석 상자를 만드는 건 당연하지만, 전통적인 부분 또한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었죠. 그러나 우리가 만드는 보석 상자가 인간문화재들이 만드는 과정(길)을 밟아서 만든 것은 아니지만, 예부터 내려오는 전통 분위기를 어떻게 낼까 라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전체 매출 중에 전통 상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 밖에 되지 않지만, 제가 계속 해야 된다고 생각해야 된다는 부분이라 꾸준히 공부하면서 발전시켜 나갈 계획입니다.”

▲ 정진석 [사진=양문숙 기자]


■ 전통상자의 현대화, 대중화 앞장
 
- 어떤 전통상자를 만들고 있나요.
 
“우리처럼 만드는 보석함이나 전통함은 없는 것 같아요. 전통을 고수하는 분들이 만드는 상자는 화각이나 나전칠기 상자를 주로 제작해 1백만 원을 호가해요. 1천만 원을 넘는 것도 있고. 그런데 그런 상자를 구매할 수 있는 소비층은 소수라고 생각해요. 전통 분야에 정말 유명한 분들이 만든 고급 상자를 소수만이 갖기 때문에, 우리는 전통 상자를 현대화하고 대중화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전통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그분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그로 인해 대중들에게 소비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통 상자를 풀고 있습니다.”
 
- 전통상자에는 다양한 소재가 있는데, 주로 사용하는 소재는.
 
“전통적인 모양이지만, 가죽을 입혀 만들고 있어요. 완전 100% 가죽은 가격이 비싸고, 100% 인조 가죽은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진짜 가죽과 인조 가죽을 섞은 소재로 상자에 입혀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지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고 해요. 그래서 ‘한지사랑’이라고 상품등록 및 서비스포 등록도 끝냈습니다.”
 
- 픽시스에서 만드는 전통상자의 가장 큰 장점은 뭘까요.
 
“전통하고 관련된 함과 멋을 가지고 있으면서, 직접 제조 현장까지 갖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점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 정진석 [사진=양문숙 기자]

■ CEO에서 명장으로
 
- 회사 대표가 아닌 명인으로 소개되는 소감은.
 
“회사를 운영하면서 명인이 된 것이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어요. 회사 전체의 90%는 전통과 관련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요. 하지만 전통 관련 일을 할 때는 분명 좋은 부분이 있어요. 전통상자를 만드는 회사의 대표가 명인인 것에는 분명 이점이 있죠. 제가 명인을 신청하면서 그런 부분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외적으로 제 진짜 목적은 제가 만드는 상자가 ‘작품’이라는 애착과 더 깊이가 있는 과정을 접목시켜 발전해나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에요. 아까 얘기했듯이 일부만 공유할 수 있는 전통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전통을 취급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는 전통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항상 어떻게 전통을 접목시킬까 고민을 많이 해요. 더 전통적인 색깔을 내고 싶은데, 대중화를 시키기 위해서는 또 완전 전통을 고수할 수도 없거든요. 그러나 지금까지 온 과정을 보면, 상자 제조 기술과 디자인적 이론을 이용해 아주 재밌게 많은 전통상자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앞으로는 어떤 전통상자를 만들고 싶으신가요.
 
“전통 상자를 떠오르면 보통 결혼할 때 쓰는 ‘함’만 생각하는데, 과거에는 궁궐이나 사대부 집안에서 단순한 소품을 넣을 수 있는 상자도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꼭 특별한 상자가 아닌, 일반 소품이나 생활용품을 쉽게 담을 수 있는 그런 상자들을 더 만들고 싶어요. 거울 시리즈, 액자 시리즈 등 전통적인 생활용품으로 분야를 넓힐 계획입니다.”
 
“전통적인 것을 의미있게 생각하고, 깊이 있게 다루려고 항상 고민합니다. 전통 관련 서적들도 많이 보유하고 있어요. 많이 알아야지 진짜 전통 상자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런 것들을 많이 보고, 느끼고, 저에게 스며들면, 제품을 개발할 때 깊이가 나오거든요. 전통을 배우는 것은 앞으로도 제가 해야 할 숙제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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