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 ‘Pinktie展’ 텅 빈 옷에서 본 사람의 부재

강이슬 기자 입력 : 2014.04.16 14:42 ㅣ 수정 : 2014.04.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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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이영은 개인전 ‘Pinktie’이 오는 23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도스에서 열린다.
 
옷장은 외출을 하기 전 변신의 공간이다. 이 장소를 시작점으로 사람들은 각양각색의 경계들을 넘나든다. 장소와 신분 같은 다양한 조건들에 맞춰 입게 되는 옷은 특정한 균일화를 불러오게 되고, 그 중 하나인 넥타이는 현대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획일화의 상징물이다.
 
이처럼 이영은의 그림 속에서 의복의 부표가 된 일상의 물건은 작가의 시선을 대변한다. 속이 텅 빈 옷들은 일상의 여러 장면들 속에서 주인공인 사람이 부재하는 상태로 재조명을 받는다.
 
일거리가 쌓여있는 컴퓨터 앞에 쓰러져 잠든 모습, 만화책을 읽다 드러누운 모습, 횡단보도를 걷거나 카페에서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 등 주인 없는 옷들이 만들어내는 기이한 광경들이다. 입는 사람이 없이 널브러진 옷들은 방금 벗어둔 것처럼 사람의 자세가 흔적처럼 남겨져 있다. 이런 흔적들 덕분에 옷들만 가지고도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상태를 짐작해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과정이다.
 
이런 것이 가능한 또 다른 이유로는 옷의 종류와 그걸 입는 상황이 어떤 사회적인 카테고리 안에 담겨있는지를 관람자의 머릿속에 이미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입력된 규칙으로 충분히 분류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은연중에 이러한 점들을 지적한다. 드레스 코드라는 단어가 공공연히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때와 장소에 따른 복장은 규정이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강제성을 부여한다. 소속감은 동시에 구속감의 의미를 동반하게 되었고 넥타이 또한 부정적인 의미에서는 회사의 한 구성원으로 복종하게 만드는 목줄 정도로 인식된다.
 
작가는 본연의 자신을 감추고 타자의 필요에 의한 이미지를 만들어 사용하는 사람의 '외부'와 누구의 시선도 받지 않는 곳에서만 자기 스스로에게 솔직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내부'를 주관적인 자신, 그리고 객관적인 타자의 눈으로 응시한다.
 
작품 속 풍경을 바라보는 시점은 카페 바로 옆 테이블에 앉아서 바라보는 것 같은, 그리고 공중에 설치된 CCTV의 렌즈를 통해 관망하듯 내려다보는 듯한 시선 등 다양한 위치에서 시작된다. 이런 외면과 내면, 그 둘의 경계선에서 공존이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중개자의 의미를 작가는 의복에 두게 되면서 넥타이 시리즈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영은의 작품 속에서 우리가 훔쳐보게 되는 단편적인 타인의 삶의 순간들은 자신의 삶과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공감의 여지를 갖고 있다. 특정한 주인공이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는 어떠한 등급과 구분도 존재하지 않으며 온라인 네트워크처럼 익명성이 만들어주는 모종의 평등함을 연상케 한다.
 
이영은의 작품 속에서 넥타이는 여러 장소에서의 각각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외적인 모습 전부가 그 자신에게 소속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등과 같은 역할을 한다. 작가는 익명의 옷들을 통해 우리가 생활 속에서 어떠한 소통을 만들어 왔는지를 자각하게 한다. 주인공이 없는 작품 앞에서 자신은 타인에게 어떤 형태로 비춰지기를 바라고 있는지, 또 그걸 위해 자신이 만들어낸 외면은 어떤 모습인지를 자문하게 만든다.
 
한편 이영은 작가는 세종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회화학과를 졸업했으며, 2012년 갤러리 우림에서 열었던 첫 개인전 ‘Bluetie’에 이어 이번 전시도 두 번째 개인전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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