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나 에그아트] 큐피드가 된 브렌다 베로니카 하이드

강이슬 기자 입력 : 2014.03.24 08:23 |   수정 : 2014.03.2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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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요정 큐피드는 신이 창조한 아름다운 장미꽃을 보고 너무나 사랑스러워 키스를 하려고 입술을 내밀었습니다.
 
그러자 꽃 속에 있던 벌이 깜짝 놀라 침으로 큐피드의 입술을 콕 쏘고 말았습니다.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여신 비너스는 큐피드가 안쓰러워 벌을 잡아서 침을 빼내어 장미 줄기에 꽃아 두었지만, 큐피드는 가시에 찔리는 아픔을 마다 않고 여전히 장미꽃을 사랑했습니다.
 
* * * * * * *
 
Brenda Veronica Hyde의 집 정원은 빨간 장미로 가득합니다.
 
Brenda 부부는 영국에서 왔는데 남편 Ken이 은행 매니저로 정년퇴직을 하면서 8년 전 런던을 떠나 이곳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정착했다고 합니다. 
 
에그아트 전시회에 관객으로 찾아왔다가 좋은 인연을 갖게 되었던 Brenda의 첫 인상은 정갈한 이미지에 크림색 의상이 아주 잘 어울렸던 귀부인이었습니다.
 
영국에서 오랫동안 에그 아트 작업을 해왔고 여러 대회에서 많은 상을 수상 했던 경력의 Brenda는 그 미모에서도 매우 뛰어났으며 이는 벽에 붙어있는 젊은 시절의 미인대회수상 사진이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Brenda가 보여준 50년 전 결혼사진, 흑백영화 속의 주인공들처럼 잘생긴 모습으로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진 속 커플을 보니 나도 그 사진 속 어딘가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하객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처음 초대를 받고 펜달톤에 있는 Brenda의 집을 방문했을 때 살짝 열린 대문을 통해 보인 정원가득 빨강색 장미꽃들이 주었던 상큼한 첫인상의 기억이 있습니다. 거실에 들어서니 현대적 감각의 선명한 빨강색 소품들이 곳곳에 배치된 품격 있는 엔틱 가구들과 함께 묘한 조화를 이루며 집안 전체를 생동감 있게 표현해주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작품 하나하나를 설명해주면서 행복해했던 그녀 자신의 에그 아트 소장품들은 지금까지 보았던 외국작가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마무리와 고급스러움을 공유한 작품들이었기에 나 역시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속에서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뉴질랜드의 부드러운 날씨와 아름다운 햇살을 사랑하던 그녀는 그치지 않는 고통과 싸우고 있었던 암 환자였습니다. 앞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선고에 천천히 그리고 담담하게 자신의 생을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앨범의 마지막 장에 남을 사진을 찍듯이 정성스럽게 자신과 주변 모든 이에게 더 큰 사랑을 주면서 자신이 사랑했던 모든 것들에 작별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3개월 후에 Brenda의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작품구상을 위한 오랜 여행 후 뉴질랜드로 돌아왔던 어느 해 봄에 Brenda의 남편 Ken으로부터 집을 방문해 달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식탁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여러 개의 박스들…….
 
Brenda가 저에게 마지막 선물로 남겨 주었던 것은 그녀가 정성스럽게 모아두었던 여러 종류의 귀한 알이었습니다. 곱게 포장된 알들을 보면서 Brenda가 얼마나 이 작업을 사랑했는지 박스 속에 정갈하게 놓여 있는 모습만 보아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저희 집의 작업실 한 편에 놓여 있는 Brenda의 박스를 볼 때마다 그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 모든 알들이 생명을 지닌 작품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혹은 완성된 작품을 통해서 항상 그녀와 함께했던 소중한 우정과 아련한 연민을 느끼게 됩니다.
 
2009년 전시회에서는 그 중에서 한 개의 알을 꺼내어 Brenda가 가장 좋아했던 로얄앨버트의 장미를 장식해 보았습니다. 
 
장미의 나라 영국 런던에서 온 Brenda. 장미로 가득했었던 그녀의 아름다운 정원, 그리고 장미처럼 고귀한 품격을 지녔던 Brenda의 정갈한 모습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내부에도 온통 로얄앨버트의 장미로 가득한 이 작품은 타조알과 스와로브스키 보석을 사용했는데 특별한 소재로는 데칼 종이를 이용한 장미 필름 꽃입니다. 원하는 장미문양을 사진 찍은 후 데칼 종이에 복사해서 투명스프레이를 뿌려준 뒤 물속에 넣으면 원하는 장미꽃만 투명한 비닐처럼 분리가 되는 작업입니다. 알을 절단하는 작업보다 장미꽃의 형태와 위치를 디자인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특히 윗부분에 입체로 표현된 장미는 8장의 종이 속에서 원하는 패턴만 오려 입체적인 꽃을 만드는 쉐도우박스 작업을 함께 시도한 것으로서 빨간 장미가 주는 첫 인상이 Brenda의 대문 사이로 보였던 장미정원의 화려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Brenda, 지금은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다른 세상에 있지만 저는 항상 이 작품을 통해 그녀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소재 : 타조알






헬레나 김 주 (Helena Kim Ju)
뉴질랜드 에그아트 재단 이사
한국공예예술가협회 상임이사
Institute of Helena Egg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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