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그 배우] ‘빈센트 반 고흐’ 김보강 “고흐 느끼려고 그림도 그려봐요”
강이슬 기자 | 기사작성 : 2014-03-12 08:32   (기사수정: 2014-03-1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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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보강 [사진=양문숙 기자]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배우 김보강이 천재화가 고흐로 돌아왔다.
 
‘마리아 마리아’ 예수, ‘로미오 앤 줄리엣’ 티발트, ‘올슉업’ 채드, ‘모범생들’ 안종태, ‘나쁜자석’ 앨런, ‘빨래’ 솔롱고 등 매번 색다른 역할로 관객을 만나온 김보강이 이번엔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에서 ‘고흐’역으로 활약 중이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연출 김규종/제작 HJ컬쳐(주), (재)안양문화예술재단)’는 그림에 인생을 걸고 영혼을 바친 열정의 화가이자 세상의 편견 없이 여인을 사랑한 평범한 남자 그리고 화가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던 순수하고 희망찬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고흐와 동생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를 바탕으로 그의 일대기를 담았으며, 그가 남긴 수많은 명작들을 만날 수 있다. 고흐의 삶과 그의 명작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공연이다.
 
김보강이 무대 위에서 만들어낸 고흐는 어떨까. 김보강을 만나고 왔다.

▲ 김보강 [사진=양문숙 기자]
 
■ 그림에 인생을 건 한 남자 ‘빈센트 반 고흐’
 
-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제 제 나이가 서른둘이에요. 남자에게 30대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다시 시작하는 입장이잖아요. 저도 30대로 접어들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에 차이가 명확하게 구분이 됐고, 그러면서 제 인격이 다시 한 번 성립이 된 것 같아요. 그랬던 시기에 만난 작품과 캐릭터에요. 고흐와 비슷하게 저희들도 무대에서 예술을 하는 무대예술가로서 장면과 대사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고흐와 제 나이대도 맞고요. 무엇보다 같은 나이대라는 점이 가장 끌렸던 것 같아요.”
 
- 준비에 임하던 마음가짐은 어땠나요.
 
“지금까지는 허상의 인물을 연기해왔다면, ‘고흐’는 현존하는 인물을 가지고 치열하게 분석을 해서 반만이라도 닮아가자고 다짐했어요.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닮은 모습을 보여서 ‘정말 저 사람이 고흐인가’ 할 정도로 보여주고 싶어요.”
 
- 처음부터 테오가 아닌 고흐를 원했나요?
 
“처음 대본을 읽고는 ‘고흐’라는 인물이 너무 부담이 돼서 ‘테오’를 해볼까 생각했어요. 사실 사람들이 테오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정확하고 세세하게 알진 못 하잖아요. 고흐의 친동생이자 고흐를 지원해준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어도 많이 안다고 할 수 있죠. 그만큼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이 고흐보다 더 커요. 반면 고흐는 왠지 정해져있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더 부담이 되기도 했죠. 그래도 순수한 고흐에 매력을 느끼게 됐습니다.”
 
- 고흐 역을 맡으면서 이전에 생각하던 고흐와 지금의 생각이 달라졌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 고흐의 그림 중 ‘해바라기’를 가장 먼저 봤어요. 삼촌 집에 그 그림이 있었어요. 진짜는 아니고.(웃음) 반 고흐라는 화가가 그렸다면서 그림에 대해 말씀해주셨는데 ‘이름이 뭐 그래’라며 봤던 기억이 있어요.(웃음) 고흐에 대해 알고 있던 건 기본뿐이었어요. 미치광이에 자신의 귀를 자른 화가 정도.”
 
“그런데 제가 지금 만난 고흐는 미치광이가 아니라 누구보다도 가장 일상적인 사람이에요. 너무 인간적이죠. 단지 남들보다 더 순수할 뿐이에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고, 공동체 안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딱 정해놓고 살지만, 고흐는 자신이 좋아하던 것만 고집하며 살았어요. 너무 순수했기 때문이죠. 그런 순수한 마음으로 다른 사람들과 섞여서 살 수없었을 뿐이에요. 고흐는 살아생전에 맛있는 거 먹어 본 적도 없고, 매일 술, 커피, 물 몇 잔씩 마셔가면서 자신의 혼을 담아서 그림을 그렸고, 그러다 결국 자신을 자해하고, 자살까지 몰아가죠. 그런 여러 가지 삶들을 표현하고 연기하면서 굉장히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 이제는 누군가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가 누구에요?’라고 묻는다면 정말 자신있게 고흐라고 답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네. 저는 정말 고흐를 존경하고 좋아합니다.”
 

▲ 김태훈, 김보강 [사진=양문숙 기자]
■ 고흐 그림 펼쳐지는 환상의 무대
 
- 무대가 너무 예뻐요. 중극장에서 이렇게 퀄리티 높은 영상 시도는 처음이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무대에서 초연하는 소감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일단은 뿌듯해요. 항상 처음이라는 건 중요하잖아요. 이 작품이 좋은 시작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무대예술이라는 건 굉장히 무궁무진 하거든요 뛰어난 기술력이 무대에 들어와 배우와 조화가 되면 정말 어마어마한 걸 표현해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 저희 무대에서 보여주는 기술들이 계속 발전한다면 나중에는 연극과 뮤지컬 시장이 굉장히 독보적인 매체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싶어요.”
 
- 배우와 영상의 합을 맞추기 위해서는 연습과정이 다른 공연보다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무대 적응 시간도 길었을 것 같고.
 
“가장 아쉬운 게 그 점이에요. 무대를 많이 못 밟아 보고 공연을 시작했어요. 무대에서 공연을 아주 많이 해봐야 하는 공연이거든요. 제작기간이나 연습기간 또 여러 가지 여건들 때문에 그러지 못해 아쉬워요. 연습 처음부터 영상과 하나가 되자는 욕심이 있었어요. 그래서 연습실에서도 영상을 쏘면서 하기로 되어 있었죠. 그런데 그 영상 만드는 게 정말 만만치 않다고 하더라고요. 영상감독님도 지금까지 했던 뮤지컬 중에 가장 힘들었다고 얘기하세요. 감독님께서 ‘이 세상 것이 아니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고흐의 그림이 주는 색채가 굉장히 독특해서 표현하기 어려운 작업이었데요. 단순히 고흐의 그림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고흐의 색채를 살릴 고퀄리티 영상을 필요로 한 거죠. 그러다보니 연습기간에는 영상과 하는 시간이 줄었어요. 그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초연이고 공연 초반이니까 공연하면서 더 다듬어지고 잘 맞춰질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런 라이브한 매력이 또 있어요. 무대 위에 작은 실수들도 관객분들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저희가 영화처럼 완벽하게 만든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거니까, 그런 라이브함을 좋아하는 분들이 계세요. 말 그대로 그 공간안에 함께 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기 때문이죠. 그게 제가 무대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 주변 동료배우들도 공연 보고나서 영상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할 것 같은데.
 
“네. 지인들이 하나같이 ‘이런 무대 한 번 해보고 싶다’고 입을 모아 말해요. 자신은 너무 일상적인 평범한 공연들만 해오지 않았냐며 부럽다고 하는 배우도 있어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제3의 영역이 어마어마하게 크다보니까 네가 안 보이더라. 힘들겠다’라고 말해주던 선배도 있었어요.”
 
- 영상에게 위기감을 느끼겠어요.
 
“그렇죠. 처음으로 라이벌 의식을 느꼈어요. 영상에.(웃음)”

▲ 김보강 [사진=양문숙 기자]
 
■ ‘빈센트 반 고흐’를 더 재밌게 즐기고 싶다면?
 
- 남자 2인극이 강세입니다. 그 중 고흐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나쁜자석’으로 남자 배우 4명만 나오는 연극, ‘우먼인블랙’으로 남자 배우 2명만 나오는 연극 등 몇몇 작품을 했어요. 특히 ‘우먼인블랙’에서 둘이 한 시간 반 동안 극을 끌고 가야 하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죽을 만큼 무대에서 쏟아내다가 쓰러지기 직전에 공연이 끝나고, 다 끝났다며 털썩 앉을 때의 느낌이 너무 좋더라고요. 사실 지금은 그 매력에 빠져있어요. 대극장에서 데뷔하고 이후로도 계속 대극장 공연을 하다가 소극장으로 오면서 소극장의 그런 매력에 완전히 매료가 됐죠. 그것이 연극을 만나면서 더 커졌어요. 또 사실 뮤지컬은 관객과 어떤 벽 하나가 있는 느낌인데, 연극은 배우와 관객이 호흡하면서 굉장히 편한 느낌이에요.”
 
“그런데 ‘빈센트 반 고흐’는 분명히 뮤지컬인데도 연극적인 느낌이 나요. 그래서 살아있는 것 같죠. 배우에게도 영상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서인지 2인극이라는 부담감이 덜해요. 영상이 많이 도와줘서 다른 2인극처럼 허허벌판에 둘만 있다는 느낌은 없어요. 그러다보니 보시는 관객분들도 더 편히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극중 가장 좋아하는 대사나 장면은.
 
“정말 다 주옥같아요.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고흐를 보면서 답답하고 우울하다고 할 수 있지만, 대사와 가사를 잘 들어보면 그가 얼마나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 느끼실 거예요. 저희가 하는 대사나 가사들이 대부분 고흐와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 그리고 편지를 토대로 한 소설과 다큐멘터리 등을 다 참고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그냥 지어서 한 게 거의 없어요. 중간에 애드립만 빼고는 그대로 가져왔죠. 그러니 모든 대사나 가사가 명언일 수밖에 없어요. 그래도 그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사람을 닮은 그림’ 넘버에요. 이 작품 안에는 분명히 그런 것이 있어요.”
 
- 공연을 보기 전에 고흐와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나 그림, 명언 들을 공부하고 오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이 공연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팁을 주세요.
 
“인물에 대해서는 그냥 내려놓고 오셔도 상관이 없을 것 같은데, 고흐의 그림들은 참고하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언제, 어디서 그렸다는 정보들을 한 번 정리하고 오시면 정말 재밌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아 저 그림이 저렇게 그렸구나’라며 박수를 치며 보실 걸요? 저는 고흐 역할을 맡자마자 고흐의 그림을 정말 미친 듯이 찾아봤어요. 그런 그림들을 대본과 맞춰가면서 다시 보니 더 재밌더라고요. 어떤 예술 작품이 있을 때 그 작품이 더 빛을 내려면 그 작품이 갖고 있던 역사가 들춰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 작품은 고흐의 역사를 들추는 공연이에요.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어떤 마음을 가지고 그렸는지 보여주거든요. 그러니 그림에 대해 정보를 알고 오시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 김보강 [사진=양문숙 기자]

■ 무대 아래서도 온통 ‘고흐’
 
- 공연기간 중에 공연이 없는 날에는 뭐하세요?
 
“공연 안 하는 날은 더 힘들어요. 더블캐스팅이라서 하루건너 공연을 하는데, 공연을 안 하는 게 쉬는 날이 아니에요. ‘하루 쉬고 하는 데 뭐’라고 하실 수도 있는데, 쉬는 것이 더 불편해요. 집에서 자료를 더 찾아보기도 하고, 더 연구해요. 이 작품은 특히 더 그런 것 같아요. 정말 대본을 몇 백번은 본 것 같아요. 뭔가 더 찾고 싶어요. 똑같은 말이지만 계속해서 보다보면 다른 것들이 느껴져요. 그런 작업들을 쉬는 날에 하고 있죠.”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 하면서 학창시절 수업시간 외에 처음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집에 있는 크레파스, 색연필로 그림을 그려봐요. 그림을 그리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느끼고. 그림을 그릴 때 자세는 어떤지 살펴보기도 하고요. 좀 더 섬세하게 표현해내고 싶어서. 친구 중에 그림을 정말 잘 그리고, 고흐를 좋아하는 화가가 있는데, 그 친구 만나서 ‘배고플 땐 어때?’, ‘힘들땐 어떠?’ 라며 인터뷰도 했었어요. 지금은 이 ‘고흐’란 캐릭터에 완전히 매료가 되어있어서 다른 것들은 못 하겠어요. 공연 끝날 때 까지도 계속 이렇게 무언가를 하고 있을 것 같아요.”
 
- 그렇게 그린 그림들을, 여기 로비에 전시하는 건 어떤가요.(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 공연장인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로비에는 이 시대의 고흐를 후원하는 의미로 미대생들의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아 안돼요. 너무 형편없어서.(웃음) 만약에 제가 4월 27일(마지막 공연 일자) 안에 여기에 공개할 정도가 된다면 막공 기념으로?(웃음) 기본기가 전혀 없다보니까 참 어렵더라고요. 정말 막연하게 그리니 점점 산으로 가요. 나중에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뭔가가 되긴 해요.(웃음)”
 
- 공연 올라가기 직전에 꼭 하는 게 있나요?
 
“어떤 공연이든 기도를 한 15분 정도해요. ’김보강’이 아닌 ‘캐릭터’로 보일 수 있게 해달라고 하고, 사고 없이 무사히 잘 되게 해주십사하고.(웃음) ‘빈센트 반 고흐’ 하면서는 한 가지 더 생긴 게 테오와 많은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왜냐면 테오는 친 동생이잖아요. 그러면 굉장히 친해야하거든요. 그 친한 정도가 단순히 동료의 느낌이 아니라 그 사람을 완전히 알아버려야 돼요. 배우들끼리 이렇게 대화를 많이 해본 작업이 처음이에요. 원래 공연 전에는 배우들이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대화를 많이 안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테오랑 대기실에서 계~속 얘기해요.(웃음)”
 
- 공연 후기를 잘 보는 편인가요?
 
“저는 아예 안 봐요. 정말 안 봐요.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 가를 알게 되고, 어떻게 평가 받고 있는가를 알게 되면 배우들은 분명히 잘하고자 노력해요. 후기에서 언급당한 실수를 신경 쓰게 되거든요. 그런데 희한하게 이 작품은 보게 돼요. 현존했던 인물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고흐의 영역을 숭고하게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나(잘 지키고 있나) 찾아보죠. 디테일하게 보진 않고, 인터파크 후기 정도는 꼭 봐요. 고흐에 대해 어떤 부분을 집중해서 보고 있는지 확인하고, 그 부분을 더 집중해서 보실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또 아무래도 초연이다 보니까 잘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찾아보게 돼요.”
 
- 마지막으로 ‘빈센트 반 고흐’를 꼭 봐야할 이유를 언급한다면.
 
“화가 고흐가 궁금해서라도 봐야하고, 그의 그림이 보고 싶어도 보셔야 돼요.(웃음) 하지만 그걸 다 떠나서 이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고흐는 희망을 그린 사람이라는 거예요. 고흐는 힘들게 살다가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지만, 현 시대에서는 완전히 성공한 화가잖아요.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장담하건데 이 시애 모든 인간이라면 누구나 힘들 거예요. 하지만 그 힘듦이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어요. 그게 이 작품에 메시지에요. 희망을 그린 고흐의 일대기를 담은 ‘빈센트 반 고흐’에서는 희망을 볼 수 있어요. 삶에 무게에 눌려서 힘들고 지친 분들은 꼭 보러 오셔서 고흐의 희망에 위로 받고 자신을 탈피하길 바랍니다.”

▲ 김보강 [사진=양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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