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人] 배우 영건, “영화는 내 마음대로 색칠할 수 있는 하얀색 도화지”
조호성 기자 | 기사작성 : 2014-03-03 11:09   (기사수정: 2014-03-0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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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건 배우 [사진=양문숙 기자]

(뉴스투데이=조호성 기자) “배우는 한 작품을 위해서 모든 걸 걸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번 한 작품으로 인해서 과거를 재조명하게 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는 한 작품을 연기할 때 작은 역할이라도 제 모든 것을 보여주려 열심히 노력해요.”
 
‘영건 탐정 사무소’의 주인공 영건을 연기한 배우 영건(37)은 실제로도 생기 있고 에너지가 넘쳐났다. 늦은 나이에 연기 인생을 살고 있는 그는 7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해왔다. 하지만 언제나 겸손하고 열정이 넘치는 ‘어린왕자’ 같은 배우였다.
 
2012년 개봉한 ‘영건 탐정 사무소’는 키노망고스틴이란 영화제작사에서 만들어진 네 번째 작품이다. 놀라운 건 키노망고스틴이 만든 영화는 모두 큰 상을 받았고, 영건이 모두 배우로 참여했다.
 
그는 자기소개를 이렇게 시작했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성장 판이 멈추지 않는 중고신인 배우 영건 이라고 합니다.”
 
- 배우가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배우를 동경해왔어요. 하지만 단지 동경일 뿐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었죠.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영화라는 판타지 세계에 푹 빠져 그 시간을 보냈어요. 스무 살이 되어서 평범한 일을 하며 7년이란 시간을 보냈죠. 그때 문득 “난 왜 이렇게 살아야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심각한 고민하다가 동경하던 배우가 되면 내 인생을 후회 없이 살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공부를 하고 대학을 가게 됐죠. 그때 나이가 29살이었습니다. 2007년에 대학을 졸업을 한 뒤, 바로 수많은 오디션을 보면서 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액션영화 작품에 참여를 많이 하셨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특별히 액션영화만 촬영하길 원하지는 않는데, 주로 액션영화를 많이 촬영하게 됐어요. 다양한 역할도 자신 있습니다, 굳이 이유를 꼽자면 저는 액션영화를 좋아해요. 어릴 때 아버지께서 무협영화를 많이 보셨는데 아버지 무릎을 베고 같이 영화를 보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80년대 중학생 시절엔 홍콩 느와르 전성시기였는데, 주윤발과 같은 배우들의 액션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습니다. 액션 영화는 누구든 재밌어하는 영화에요. 인간이 몸으로서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를 느낄 수 있고,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는 짜릿함. 그리고 흐르는 땀. 이런 것들이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 액션영화를 많이 찍게 되나 봅니다.”
 
- 로맨스 영화에 출연해 보고 싶은 생각은 없으신가요?
 
“로맨스 영화는 남자라면 당연히 참여하고 싶죠. 배우로서도 남자로서도 한번쯤 그런 상상을 하잖아요. 열정적인 사랑을…”
 

▲ 영건 배우 [사진=양문숙 기자]

■ 배우 영건과 영화감독 홍영근
 
- 작품 활동으로 단편영화도 많이 찍으셨는데, 참여 작품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영화 소개 좀 해주세요.
 
“2012년 말에 찍은 김창훈 감독의 ‘댄스 위드 마이 마더’가 많이 생각나요. 너무 재밌는 영화죠. 엄마와 아들이 보험사기를 벌이는 이야기이면서도 현실의 사회상을 꼬집는 내용이에요. 기억에 많이 남는 이유는 이 영화를 촬영할 때 정말 힘이 들었어요. 추운 겨울에 잠도 제대로 못 잘정도로 일정이 빡빡하고 심지어 학교 후배인 감독이 촬영까지 도맡아 하다 보니 정신이 없었죠. 그렇게 새벽에도 촬영을 진행 중이었는데 감독이 카메라를 들고 졸고 있는 거에요. 화가 나서 한마디 하려다, “저런 게 열정이구나. 나도 학생일 때 저런 열정을 가지고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어요. 이 작품은 대종상 단편영화제 시나리오 부문 경쟁작에도 오르고 미장센영화제에서 상은 못받았지만 봉준호 감독이 직접 거론을 할 정도로 좋은 결과를 얻은 작품이었습니다.”
 
- 배우뿐만 아니라 영화감독으로서도 활동을 하셨는데 어떤 작품을 찍으셨나요?
 
“저의 첫 연출작품은 대학생활 때 찍은 단편영화였어요.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추억이 될 만한 영화를 작품을 찍어보는 게 어떨까하는 생각에 촬영을 시작하게 됐어요. 물론 저도 배우로써 출연을 했죠. ‘eventual’이라는 작품이었는데 피가 난무하는 그로테스크한 느낌의 액션영화였는데 학생영화로서는 흔하지 않은 스타일이었죠. 러시아 부끼끄영화학교에 초청돼 상영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어요. 다음 작품으로는 친분을 이어가던 키노망고스틴의 오영두 감독과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이웃집 좀비’의 에피소드  두 편을 연출을 맡았죠. 그 후로 친분 있는 배우의 프로필 영상인 ‘Kill Blues’라는 영화를 연출했는데, 처참한 실패를 맛봤어요. 그래서 더 많이 공부를 하고 계속해서 촬영을 했고, 스마트폰영화제에 'ONE DAY'라는 작품이 경쟁작에 올랐어요. 또 12년도에 찍은 단편영화 ‘CRASH’라는 작품이 있는데 아직 후반작업 중에 있어요.”
 
- 이름을 두 개 갖고 계신데 어떤 이유가 있으신가요?
 
“배우 이름으로는 ‘영건’ 감독이름으로는 ‘홍영근’이란 이름을 사용합니다. 제 연출 작품에 선입견을 갖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두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어 “배우가 연출한 작품이네?”라며 약간은 선입견이 들 수 있거든요. ‘영건’이란 이름은 키노망고스틴에서 만든 작품을 촬영하면서 얻은 이름인데 저와 잘어울리고 마음에 들어서 예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 영건 배우 [사진=양문숙 기자]

■ 키노망고스틴과의 인연
 
- 키노망고스틴이란 영화제작사와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시는데 어떤 관계이신가요?
 
“키노망고스틴은 저에게 있어, 가족과 같은 분들이에요. 연출을 맡고 있는 오영두 감독과 그의 아내인 장윤정 메이크업 아티스트, 그리고 류훈 감독과 배우인 영건이 함께 만드는 영화제작집단과 같아요. 이들은 영화를 한지 15년 이상 된 프로라고 볼 수 있어요. 저와 키노망고스틴의 인연은 1997년 오영두 감독과의 만남이었어요. 군복무 시절에 선임인 오영두 감독을 처음 만났었죠. 영화를 좋아하던 저와 영화 현장 스텝이었던 오영두 감독의 관심사가 같아 매일같이 영화얘기를 해왔어요. 그렇게 인연이 계속 되고 대학 졸업 후 오영두 감독과의 관계가 더욱 가까워지면서 자연스럽게 단편영화를 같이 만들게 됐어요. 그때 탄생한 작품이 단편영화 ‘크리스마스를 베다2’였죠. 좋은 결과를 낳은 작품이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어요. 그리고 우리만의 이름이 필요했는데, 장윤정 형수가 좋아하던 과일이 망고스틴이었고 우린 영화를 좋아해서 키노를 합쳐 키노망고스틴이란 이름이 탄생되었죠.“”
 
“이후 오영두 감독이나 류훈 감독이 시나리오를 준비하다가 우리끼리 단편하나씩 옴니버스로 찍어보자 해서 나온 작품이 옴니버스 장편영화 ‘이웃집 좀비’가 완성 됐습니다. 좀비를 콘셉트로 찍기로 했어요. 총 제작비 2천만 원과 스텝도 우리끼리 촬영했고 부천판타스틱영화제 관객상,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키노망고스틴이란 이름이 세간에 주목받게 됐습니다. 이에 탄력을 얻어 더 적은 예산으로 기상천외한 영화를 완성하게 됐어요. ‘에일리언 비키니’란 작품인데 이 작품 또한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독립영화계에선 유명해지기 시작했죠. 이때 심사위원 중 한 분이 일본 탐정영화의 대가 하야시 카이조 감독이었는데 이 분이 ‘에일리언 비키니’를 재미있게 보시고, 다음 영화를 탐정영화로 찍어보라 권유하시면서 자신의 한 달 월급을 고스란히 투자하셨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영건 탐정 사무소’입니다. 키노망고스틴이 만든 모든 영화가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수상을 했고, 일본에서는 모든 작품이 개봉까지 하는 등 좋은 성과를 올리게 됐어요. 이렇게 계속 키노망고스틴과 함께 자연스러운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죠. 영화를 좋아하고 즐기는 자율적인 집단인 키노망고스틴은 제 가족과도 같아요. 소속되어 있지 않지만 그보다 더한 신뢰가 계속해서 작품을 찍을 수 있던 원동력이었어요.”
 
- 현재 키노망고스틴에서 차기작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아직은 계획이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아직’일 뿐 언제든 만나서 작업을 할 수 있고, 언제든 좋은 작품 만들기 위해 개인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서로 언젠가 만들 것이라는 약속 아닌 약속을 했죠. 언젠가 나올지 모르는 키노망고스틴의 작품, 많이 기대해주세요.”
 

▲ 영건 배우 [사진=양문숙 기자]

■ 나의 트레이드마크는 ‘콧수염’
 
- 닮고 싶은 배우나 존경하는 감독은 누군가요?
 
“저는 홍콩영화에 대한 정서적인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홍콩영화 ‘따거(형님)’들 주윤발, 유덕화, 장학우, 여명, 장가휘 등 너무나도 멋지고 존경합니다. 국내 배우에서는 황정민 선배님을 닮고 싶어요. 연기에서 보여주는 에너지와 연기의 스펙트럼, 감탄스럽죠. 감독으로서 존경하는 감독은 역시 영원한 저의 우상 오우삼 감독님, 임영동 감독님을 제일 먼저 말씀드리고 싶어요. 또 박찬욱, 봉준호, 이정범, 류승완 등 저에게 자극을 주는 모든 감독과 배우들을 존경합니다. 그리고 나의 영원한 스승님 송옥숙 선생님 정말 좋아하고 존경합니다.”
  
- 배우로써도 차기작이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찍은 작품은 ‘해무’라는 작품으로 올해 안에 개봉할 예정이고요. 차기작은 아직 정해진 게 없습니다. 최근에 소속사를 SH미디어와 전속계약을 한 상태이고요. 이 곳에서 잡아주는 계획대로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예정입니다.”
 
- 출연한 거의 모든 영화에서도 콧수염이 있으시던데, 콧수염을 기르는 이유가 있나요?
 
“콧수염에 얽힌 일화나 커다란 이유는 없어요. 단지 사람들에게 기억되기 쉽게 보이려고 기르고 있는 거죠. 김흥국하면 콧수염! 찰슨브로스하면 콧수염! 같은 거죠. 또 남자들이 가진 마초성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이유도 있고, 제가 생각보다 동안이라서 수염을 길러보았습니다. 언제든지 작품을 위해서라면 콧수염을 자를 수 있어요. 영화적인 콘셉트를 위해서 콧수염을 기르는 건 아닙니다.”
 

▲ 영건 배우 [사진=양문숙]

■ “영화는 하얀 도화지입니다.”
 
- 배우 영건에게 독립영화란?
 
“저는 독립과 상업이라는 말로 영화를 구분 짖고 싶지 않아요. 단지 영화로서 ‘독립’이란 단어가 붙는다면 좀 더 편한 느낌이 들 뿐이에요. 저에게 영화란, 내 마음대로 색칠할 수 있는 하얀색 도화지입니다.”
 
- 영화가 아닌 인생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어요.
 
“영화를 빼면 저에게 평범한 것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굳이 제 인생 목표로 보자면 좀 더 저를 알리는, 대중들에게 저의 존재를 알리는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해주세요.
 
“저의 가족 같은 키노망고스틴 오래오래 건강해서 다 같이 영화를 찍었으면 좋겠습니다. 존경하는 송옥숙 선생님도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좋은 연기를 보고싶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한 작품을 위해서 끝없이 노력하는, 성장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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