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그 배우] 정선아 “50세 전에 꼭 할리우드 진출 하고파”
강이슬 기자 | 기사작성 : 2014-02-27 08:50   (기사수정: 2014-02-27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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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아 [사진=양문숙 기자]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배우로서 최종 꿈은 무조건 헐리우드 진출이죠. 50세 전에는 꼭 이룰 거예요.”
 
어느덧 10년차. 대학로 선배 극단이 된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가 2014년 창단 10주년을 맞이해 ‘간다 GO 페스티벌’에 한창이다.
 
금요일 밤 9시, 아홉 커플에게 동시에 일어나는 사랑이야기를 담아 극단 배우들이 모두 출연하고, 또 간다를 좋아하는 배우 26명 최다 게스트가 함께한 연극 ‘올모스트 메인’를 장장 4개월간 공연했다. ‘간다 GO’의 바통은 ‘나와 할아버지’에게 넘어갔다.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4월 20일까지 공연하는 연극 ‘나와 할아버지’로 퍼레이드를 계속 이어 나간다.
 
10년 전 오프 대학로에서 겨우 공연을 올리며 관객들이 찾아오지 않아 속상해하던 간다는 이제 연일 매진을 기록한다. 어떤 공연이든 간다의 극단 이름만으로 관객에 믿음을 주는 극단으로 성장했다.
 
상임연출 민준호를 비롯해 요즘 뜨고 있는 연출 김재준,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 ‘직장의 신’ 등지에 출연한 배우 이희준, 대학로의 ‘흥행보증수표’가 된 진선규 등 모두 걸쭉한 스태프와 배우가 됐다.
 
주목을 받는 스타들 외에도 간다에는 간다 특유의 쫀쫀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많다. 그들 모두가 지금의 간다를 있게 한 이유고 원동력이다.
 
그 가운데 극단 간다를 지키며 자신의 색을 뚜렷하게 하고 있는 배우 정선아를 만나고 왔다. 2006년 간다 단원이 되어 지금껏 간다를 지키고 있는 정선아와 간다 그리고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정선아 [사진=양문숙 기자]

■ 간다 10주년 “말로 다 못 할 만큼 기뻐”
 
- 간다가 10주년 맞이했어요. 소감이 어떤가요.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기쁘고, 경사죠. 김연아 선수의 경기가 점수로 매겨지는 게 아무 의미가 없듯이, 관객 수나 돈 버는 액수로 작품을 평가 할 수는 없겠죠. 관객 수가 적고, 돈 버는 액수가 적어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 ‘간다 GO’ 퍼레이드로 공연한 ‘올모스트 메인’과 ‘나와 할아버지’는 정말 빈 객석 없이 많은 관객들이 보러 와주니 너무 기뻐요.”
 
“2008년 ‘우르르 간다’ 시리즈로 연극 4편을 공연할 때는 너무 속상했어요. 정말 재밌고, 좋은 공연인데 관객이 너무 없어서. 그렇게 힘든 시간을 버티고 이제는 대학로에 선배극단이 됐고, 우리 극단을 롤모델로 삼는 후배극단도 생기고, 선배들, 관객들이 좋아해주는 극단이 됐죠. 거기다 희준오빠 같은 걸쭉한 스타도 배출하고(웃음). 작은 연습실에 모여서 치열하게 했던 노력이 이런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해요.”
 
-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면.
 
“경제적인 문제나 인간관계적인 문제 등 여러 문제로 문을 닫는 극단도 정말 많고, 좋은 작품을 올리지만 관객이 찾아오지 않는 극단도 있어요. 저희도 마찬가지로 힘든 시절이 있었지만 우리는 늘 갈등하면서도 ‘우린 괜찮다. 잘하고 있다’라는 우리만의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 한 극단이 10주년을 맞이하는 것이 어떤 건지, 관객들은 잘 모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10년 간 공연을 통해 돈을 버는 단원이 없었어요. 모두 각자 아르바이트를 하고, 하기 싫은 작품이지만 돈을 벌기 위해 무대에 오르기도 했죠.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도 아니고, 부모님에게는 불효자식이고, 애인에게는 늘 미안한 애인이었어요.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고, 무대에 오르는 게 너무 행복했어요. 뭐든 10년은 해야 그때부터 진짜라고 하잖아요. 10년을 버틴 건 힘들기도 하고, 즐거운 일이기도 했어요. 앞으로는 진짜가 시작된 거죠.(웃음)”
 
- 극단 후배들이 생겨서 중간 위치가 됐습니다.
 
“엄청난 중압감과 압박감이 생겼어요. 저는 늘 이쪽 일을 하면서 후배들의 눈이 두려워요. 왜냐면 선배들은 무대에서 얼어서 연기하던 모습부터 지금까지 제 모습을 다 알아서 귀엽게 봐주지만, 후배들은 제가 어느 정도 연기를 하는 모습부터 봤기 때문에 ‘학교에서 본 것보다 나은게 없네’라던가 ‘같이 직접 해보니 별로네’라는 생각을 할까봐 두려운 게 사실이에요. 그래도 후배들이 공연을 보러 오면 완성된 연기를 보기 때문에 두려움이 덜 한데, 극단 후배들은 완전 처음부터 모든 걸 다 보기 때문에 제 연기의 민낯을 보이니 긴장돼요. 어찌됐든 선배가 된다는 건 누군가의 모델이 돼야 하니깐 언기뿐만 아니라 약속, 배려 등 평소 인간적인 모습으로도 모범이 되고 싶어요. 그런데 무엇보다 예쁘고 어린 배우들이 들어왔으니깐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기를 더 열심히 해야겠죠?(웃음)”
 
- 정선아에게 극단 간다는 어떤 의미인가.
 
“가족이에요. 서로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 누구 여동생이 몇 번째 애인이랑 결혼했는지. 그런 세세한 것 까지 다 아니까. 특히 저는 외동딸이라 극단 가족이 생겨서 너무 든든하고 복 받은 것 같아요.”
 
- ‘간다’를 뺀 연극 생활을 생각해본다면.
 
“음, 잘하긴 했을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어디서든 적응력이 좀 빠른 편이라.(웃음) 실제로 외부작품을 했을 때도 잘 했어요. 그런데 간다에서 하지 않았다면 연기가 안 늘었을 것 같아요.”
 
“(민)준호오빠는 다른 눈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걸 다 봐요. 배우가 진짜 감정으로 연기를 하는지, 가짜 감정으로 연기하는지, 배우 본인으로서 연기를 하는지, 역할에 몰입해서 하는지를 알아차려요. 배우의 감정을 모두 꿰뚫고 있어요. 다른 연출가들은 제가 가진 10가지에서 10가지를 다 하면 ‘좋다, 잘한다’고 말해주시지만, 준호오빠는 ‘나는 네가 더 할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어. 그런데 네가 더 하지 않으니깐 화가 나’라며 저를 극한으로 몰아가고, 가끔은 정말 죽이고 싶을 때도 있어요.(웃음) 그런데 제 연기 인생을 길게 봤을 때, 그걸 알아내고 직접적으로 말해줄 수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죠. 그건 준호 오빠뿐만 아니라 단원들 모두 마찬가지에요. 옆에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행운이라 생각해요.”
 
▲ 정선아 [사진=양문숙 기자]

■지금 당신의 가족, 정말 잘 알고 있나요? 연극 ‘나와 할아버지’
 
연극 ‘나와 할아버지’는 민준호 연출이 실제 자신과 할아버지 사이에 있었던 이야기를 마치 한 편의 수필처럼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놓은 작품으로, 멜로드라마를 쓰고 싶은 희극작가 손자 ‘준희’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관찰하며 신작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할아버지의 첫사랑을 찾는 여정에 손자가 동행하게 되면서, 과거에 숨겨져 있는 사연들이 드러나게 된다. 그 가운데 준희는 자신이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할아버지의 삶을 대면하게 된다.
 
극중 정선아는 ‘할머니’ 역할을 맡았다. 처음으로 ‘할머니’ 역을 맡은 정선아는 ‘할머니’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런 면모를 보이는 ‘노년의 여인’을 연기한다. 할아버지에게 무심하게 대하는 듯 보이지만, 손자에게 첫사랑을 찾으러 가자는 할아버지의 부탁을 극구 사양하라는 사랑스런 할머니는 정선아를 만나며 매력을 배가시켰다.
 
- 작품에 대한 첫인상은 어땠나요.
 
“3년 전에 준호오빠가 ‘춘천을 가면’이란 제목으로 리딩공연을 한다고 저보고 ‘할머니’역을 맡아달라고 해서, 처음 봤어요. 그때는 너무 재미없었어요. 그냥 그렇게 묻혔죠. 그러다가 작년 6월 남산 낭독공연에서 선규오빠랑 저랑 (오)의식이랑 (이)석이랑 같이 연습을 하는데 엄청 재밌었어요. 공연 전날 선규오빠가 ‘나 왔어’라는 대사를 하는데 연출, 조연출, 배우들 모두 정말 대성통곡을 했어요. 오빠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너무 슬픈거에요. 울면서도 우리가 우리 작품에 감동받아서 우니까 좀 웃기기도 했죠.(웃음) 그때까지도 우린 감동해도 관객들은 별로 안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목요일 오후 3시에 진행된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객석 300석이 꽉 차고, 정말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어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반응이라 더 놀랐었죠. 공연을 보신 관객들이 트위터에 ‘이거 도대체 언제 공연하냐’며 난리가 난거에요. 정말 진심은 통하는 구나 싶었어요. 제 배우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날이었어요.”
 
- 첫 할머니 역할, 소화를 너무 잘하던데.
 
“아휴. 그래도 저는 선규오빠에 비하면 한참 부족해요. 저는 지금 오빠랑 8번째 작품을 하는 건데, 오빠가 저를 죽이려던 역할도 있었고, 제가 죽이려던 역할도 있었고, 제가 혼내던 역할도 있었고, 커플 연기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선규 오빠라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어요. 딱 그 역할로만 보였죠. 사실 저는 그렇게 변신을 하는 배우는 아니거든요. 조금 달라요. 제가 할 수 있는 진심을 다해 할 뿐이죠. 그런데 선규오빠는 차이 다른, 정말 고차원인 연기를 한다고 생각해요. 평소 모습도 무대에서와 너무 똑같은 사람이에요. 무대 밖에서 정말 귀엽고 재치 있고, 수줍음도 많고, 엄청 겸손해요. 저는 막 ‘오늘 나 괜찮지 않았어?’라며 자랑도 하는데, 선규오빠는 절대 그러지 않아요. 너무 겸손해서 짜증날 정도?(웃음) 늘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하는 배우고, 자신이 가야할 길이 많다고 생각하는 배우죠.”
 
- 극중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말을 쉴 새 없이 주고받는 연기가 인상적이에요. 배우간의 합이 중요하겠죠?
 
“그래서 매번 공연하기 전에 그 부분을 꼭 연습하고 들어가요. 관객들도 많이 좋아해주는 장면이죠. 저는 대학로에서 최고로 웃긴 여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웃음의 질과 양을 많이 따져요. 어느 날 이 장면을 연기하는데 제가 선규오빠의 할아버지 대사가 채 끝나지도 않았을 때 제가 오버랩으로 확 치고 들어갔는데 객석에서 빵빵 터지더라고요. 그 다음부터 그걸 노리고, 선규오빠랑 연습할 때 ‘내가 그쯤 대사하는 게 제일 웃긴 것 같아’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오빠가 너무 웃음에만 연연하면서 연기에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또 한 번 오빠가 정말 좋은 배우라고 느꼈어요. 오빠는 정말 매순간 살아있는 배우에요.”
 
▲ 정선아 [사진=양문숙 기자]

- 이번 공연. 무대도 넓어지고, 객석도 많아졌는데, 그에 따른 부담은 없었나요.
 
“전 오히려 좋아요. 배우는 화가처럼 죽고 나서 유명해지기가 어렵잖아요. 저는 고흐나 모차르트, 베토벤은 영원히 살아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배우는 그렇지 못 하죠. 제가 좋아하는 말론 브란도(Marlon Brando)가 죽고 그의 영화를 볼 순있지만, 살아있는 연기를 못 보잖아요. 그것처럼 우리도 지금 알려져야 하는 사람들이에요. 배우 나이 30대, 40대가 제일 피크거든요. 지금 우리 극단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하는 연기를 더 많은 관객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저도 제일 후회되는 게 제가 그렇지 못했다는 거거든요. 정재영, 신하균, 설경구, 황정민, 박해일 이런 배우들이 한참 대학로에서 활동할 때가 97년~99년 인데, 저는 그때 99학번이라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서 대학로 공연을 안 봤거든요. 정말 죽여줬다는데. 그분들의 무대 연기를 보지 못 했다는 것이 너무 후회가 됐어요. 우리 극단도 레전드로 남을 거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더 많은 관객들이 와서 보셨으면 해요.(웃음)”
 
- 극중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뭔가요.
 
“저는 이번 시즌부터 너무 좋아진 장면이 있는데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티격태격하는 장면, 둘이 처음 만나는 장면이 제일 좋아요. 제가 할아버지한테 ‘아 피곤해서 그래요~’그러면 할아버지가 ‘아 그러니까 일찍 잤어야지!’하는 대사가 있는데, 요즘 그 대사가 너무 웃긴 거예요.(웃음) 연습하면서 찾아낸 대산데, 매번 들어도 매번 웃겨요. 무대 뒤에서도 혼자 막 웃고 있어요.(웃음)”
 
- ‘나와 할아버지’를 통해 관객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관객들 개개인이 꼭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니더라도, 내가 잘 돌보지 못 했던 주변의 사람들을 알아가고 싶은 마음과 더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엄마는 어렸을 때 어땠어?’, ‘할머니랑 할아버지는 처음에 어떻게 만났어?’라는 말 한마디라도 전달할 수 있다면 정말 더 바랄게 없겠어요.”
 
“이 공연을 보고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관객이 단 한두명 이라해도 정말 값진 공연이라 생각해요. 팍팍한 세상을 산다고 해도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 한 명만 있다면 세상을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어요. 저도 그렇거든요. 연기 생활을 하면서 지칠 때 저의 유일한 여자 팬 한 분이 제 이름 새긴 떡이나 간식거리 주면서 응원해주시면 정말 힘이 나요. ‘그래 나는 이 분 한 분만 위해서라도 연기할 수 있어’라며. 그 분이 저에게 주시는 힘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거든요.”
 
- ‘나와 할아버지’를 연기하고 나서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해 달라진 생각이 있나요?
 
“저는 외국 생활을 오래 했고, 일찍 돌아가셨기 때문에 할머니 할아버지를 거의 모르고 살았어요. 그래서 참 막연했어요. 영화 ‘집으로’ 보면서도 너무 슬프고, 나는 무엇인지 모르는 거지만, 차원이 다른 사랑이라고만 생각했죠. 그러다 이 작품을 하면서 최근에 결혼을 했고, 어떻게 보면 저에게 가장 친숙한 첫 할머니, 할아버지인 시부모님을 만나니 여러 감정이 생기더라고요. 극중 할머니처럼 갑자기 돌아가실까봐 너무 걱정되고, 자주 만나서 두 분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고, 하루라도 젊으실 때 여행도 많이 다니며 추억도 많이 쌓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애틋해졌죠.”
 
“연극은 하는 사람이던 보는 사람이던 무언가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나와 할아버지’가 딱 그래요. 공연 후기를 보면, 후기를 모아서 책을 내고 싶을 정도에요.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일화, 추억을 쓰기도 하고, 공연 보자마자 바로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갔다는 이야기도 있고,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는 이야기 등 관객들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작은 울림들이 전달되는 것 같아서 좋아요.”
 
▲ 정선아 [사진=양문숙 기자]

■ 연극배우를 꿈꾸게 한 ‘전율’의 한 마디
 
정선아는 영화감독을 꿈꾸고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단편영화를 3편이나 촬영했지만, 기대치에 미치지 못 했다. 스스로 이쪽에 재능이 없다고 판단했고, 주위의 추전으로 연기에 도전했다. 동기들보다 뒤늦게 연기를 시작한 정선아는 주로 단역을 맡았다. 비중 없는 역할로 연기에도 별 흥미를 붙이지 못 했다. 하지만 대학교 3학년 시절 1인3역의 연기를 하며 연기에 재미를 붙였다.
 
“멍청한 여자, 똑똑한 여자, 자기가 섹시한 줄 아는 여자. 완전 다른 세 역할을 연기하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연기 서적을 보고, 고민하고, 지나가는 선배 붙잡고 물어보고, 써보고, 해보고,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어요. 공연을 하면서 저랑 잘 맞는다고 느꼈죠.”
 
연기에 재미를 붙인 정선아는 대학교 졸업공연에서 연기를 평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졸업 공연은 여자 3명이 서로 얼굴도 보지 않고, 정면만 보고 앉아서 연기하는 작품을 했는데, 극중 제 친구가 죽게 돼요. 그럼 제가 그 친구를 부르면서 표정과 목소리 톤만으로 연기를 하는 건데, 그때 마침 한 관객이 객석에서 ‘…죽었어?’라며 놀라는 거예요. 딱 그 말을 들으니깐 몸에 전율이 느껴지면서 ‘연기 평생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그렇게 살게 된 연극배우의 삶은 어떤가요.
 
“이 세상에서 제일 복 받은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한테 미안할 정도에요. 일단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되고, 하다못해 미술관을 가고, 헬스장을 가더라도 사람이 가장 없는 평일 낮에 갈 수 있고, 아침잠 많은 제가 아침잠을 실컷 잘 수 있고. 주변 친구들만 봐도 회사나 자신의 비전보다는 월급을 이유로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그들에 비해 저는 20대에 경제적으론 어려웠지만, 너무 행복해요. 오랜 외국생활을 바탕으로 번역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또 연기도 가르치면서 돈을 벌고, 좋아하는 연극일 할 수 있으니 좋죠. 자신이 가진 걸 최대한 누리는 것이 행복이라 생각해요. 저는 최대한 누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분장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나올 때까지 계속 깔깔 거리며 즐기고 있어요. 단 한 번도 하기 싫었던 적이 없어요. 너무너무 즐겁게 일을 하고 있고, 사랑하는 극단 가족이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제 연기를 보고 응원해주고 박수펴주는 관객들이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정선아라는 사람을 모르지만, 제 연기만으로 저에 대해 호감을 갖는 분들이 있다는게 감사하죠.”
 
- 매 공연 새로운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을 때, 정말 많은 힘을 얻을 것 같아요.
 
“사실 커튼콜 때마다 아직도 너무 쑥스러워요. 이 많은 공연들 중에 우리공연을 보러 와준 관객에게 제가 고마운 마음이 더 커서 오히려 미안해요. 하도 어색해 하니깐 준호오빠한테 맨날 혼나요. 따로 커튼콜 연습도 시키고.(웃음) 저도 어떤 공연을 보러 가면 박수를 엄청 크게 치기도 하고, 작게 치기도 하고, 안치기도 해요. 그렇게 제 마음을 표현하는 거죠. 그런데 저는 제가 한 번도 ‘박수 받아 마땅한’ 연기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쑥스럽고 미안해요.”
 
- 스스로 어떤 배우라고 소개하고 싶나요.
 
“20대 때는 ‘유쾌한 배우’, ‘행복바이러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그게 참 기분이 좋았어요. 그런데 요새는 ‘찰지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데, 그것도 참 좋더라고요. 이문식 선배님, 오달수 선배님 등 저도 찰진 배우를 좋아하거든요.(웃음) 그러니 저는 ‘여자 오달수’라고.(웃음)”
 
▲ 정선아 [사진=양문숙 기자]

- 앞으로의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이번년도에 드라마, 예능에 출연하는 게 목표에요. 서른이 넘어서 단역으로 드라마에 몇 번 출연했어요. 새로운 매체에 대한 연습과 적응의 훈련이라 생각했죠. 완전히 준비된 상태에서 무대연기를 하는 것과 생판 모르는 배우와 간단한 리허설만 하고 수많은 스태프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니까요. 한 마디의 대사를 하는 단역을 할 땐 솔직히 재미는 없었어요. 그러다가 SBS드라마 ‘대풍수’에서 10줄 정도의 대사를 연기했는데 간단한 리허설만 마치고 완벽하게 세팅된 낯선 공간에서 연기를 하는 게 너무 재밌는 거예요. 순간 몰입해서 연기하는 것이 참 재밌었어요. 그래서 더 도전해보고 싶어요.”
 
“제가 인터뷰하거나 말하는 걸 너무 좋아해요. 어쩔 때는 자괴감에 빠질 정도에요.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보다 무대 밖에서 얘기할 때 사람들이 저에게 더 집중할 때가 있거든요. 이런 저의 모습이 재능이라면, 예능에 적합하지 않나 싶어요. 승부욕도 있어서 운동이랑 함께하는 예능도 자신있고요.(웃음) 토크쇼 등 나갈 기회만 있다면 할 이야기가 주제별로 완전 장전되어 있어요.(웃음)”
 
- 꼭 나가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이 있나요.
 
“‘세바퀴’ 같은 프로에 고정 패널로 나가고 싶어요. 재밌는 얘기도 하고, 리액션도 하고. 제가 또 리액션은 세계 최고로 할 수 있거든요.(웃음)”
 
- 앞으로 배우로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배우로서 꿈은 무조건 할리우드 진출이죠.”
 
“제 캐릭터가 또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캐릭터에요. 외국에서는 유머를 굉장한 미덕으로 보기 때문에 웃긴 여자를 좋아해요. 아직까지는 헐리우드에 웃긴 동양여배우가 없으니, 제가 꼭 해보고 싶어요. 신랑(무술감독 서정주)이 이번에 ‘루시’라고 스칼렛 요한슨이랑 뤽 베송 감독 영화를 찍고 왔거든요. 그러니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아요. 50살 되기 전에 꼭 이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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