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장] ‘데코파쥬’ 이용란 “싫증나고 낡은 것? 새작품으로 승화”

강이슬 기자 입력 : 2014.01.24 11:29 |   수정 : 2014.02.0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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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란 [사진=양문숙 기자]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달력, 잡지, 냅킨, 연하장, 액자, 시계, 가구 등 한 번 저희 집에 들어온 ‘모든 것’은 버리는 게 하나도 없어요. ‘데코파쥬’ 공예를 통해 모두 ‘작품’이 되거든요.”
 
‘데코파쥬(Decoupage)’,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정확하게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데코파쥬의 어원은 불어로 ‘잘라낸다’, ‘오려내다’라는 뜻이다. 그림을 오려 붙이는 장식기법 혹은 문양 등을 오려붙여 장식한 물건을 의미한다.
 
데코파쥬는의 역사를 살펴보면 참 재미나다. 동양과 서양을 오갔으며, 사회적으로 하위 계층과 상위 계층을 오갔다. 17세기 동양의 실크로드를 따라 전해진 ‘칠공예’를 유럽에서 그들만의 스타일로 모방하면서 시작됐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가구 장인들이 개발했다고 알려진 데코파쥬는 당시 유행하던 칠기가구를 살 수 없었던 가난한 계층이 가구에 종이를 붙이고 칠을 하면서 보급이 되나간 것. 그 뒤 이 기법은 프랑스 왕실까지 넘어가 왕족에게 사랑받았다. 그렇게 인기를 얻은 데코파쥬는 이후 미국 등으로 건너갔으며, 칠공예를 전수한 동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데코파쥬는 문화센터 등 주위에서 쉽게 배워볼 수 있을 만큼 자리를 잡았다.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할 순 없지만, 그 인기가 식었다고도 할 수 없다. 데코파쥬는 우리 주위에서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게 꾸준히 ‘취미 공예’로 자리해있다.
 
우리 주위에 데코파쥬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몇몇 공예인들이 일조한 덕이다. 그 중 이용란은 데코파쥬를 주제로 논문(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데코파쥬 디자인의 표현기법에 관한연구)을 발표해 체계를 잡았으며, 대학과 센터 등 강의를 통해 데코파쥬를 알렸다.
  
취미로 시작한 ‘데코파쥬’에서 어느새 ‘전문가’가 되어 데코파쥬를 주제로 한 논문을 국내 최초로 펴냈으며, 이후 ‘금박장식공예’까지 그 분야를 넓혔다. 이용란의 데코파쥬 이야기를 들어보자.
 

▲ (위) 데코파쥬 작품 촛대와 다용도함, (아래) 금박공예 작품 2단꽂이 및 캔디볼 [사진=이용란 제공]
▲ 데코파쥬 작품 콘솔 및 액자 [사진=이용란 제공]

■ 남들에겐 ‘쓰레기’도 이용란에겐 ‘작품’
 
- 데코파쥬의 기본 작업 과정은 어떻게 됩니까.
 
“색을 칠하고, 오리고, 구상하고 붙여 마감제로 마감하는 것이 기본 4단계에요. 좀 더 깊이있는 작업은 표면을 연출하는 기법입니다. 예를 들어 크랙 느낌이나 가죽무늬, 앤틱무늬 등 그림의 입체 표현 등이 있습니다.”
 
- 데코파쥬에 대해 알아보니 거의 모든 것에 데코파쥬 작업을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맞나요?
 
“움직이지 않는 모든 고체에 가능해요. 나무를 비롯해 도기, 유리, 프라스틱, 수석 등 모든 것에 가능하죠. 또한 일상생활에서 싫증난 물건이나 쪽이 떨어진 물건, 금이간 물건들을 리폼해 새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데코파쥬만을 위한 재료들이 시중에 다양해 졌지만, 혼자만의 작업인 리폼이 아무래도 매력이 있어요.”
 
- 그림을 직접 그리지 않으니, 손재주가 없거나 공예에 완전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네. 정말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공예에요. 초보자라도 색칠하고, 오리고, 붙이고, 칠하는 원칙만 꼼꼼히 따라하면 만족할만한 자신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죠.”
 
“또 그림을 잘 그리는 분이라면, 자신이 만든 그림을 액자 뿐 아니라 모든 용품에 적용할 수 있으니 더 재밌게 할 수 있죠.”
 
- 잡지 한 권을 사더라도 거기서 만들 수 있는 작품이 엄청 나겠네요.
 
“그렇죠. 그래서 저는 잡지 한 권이 우리 집에 들어왔다고 하면 정말 버리는 게 하나도 없어요. 일단은 다 수집하고, 필요한 건 따로 스크랩을 해놔요. 그림이든 문양이든 다 스크랩해서 모으는 습관이 있어요. 잡지 뿐만은 아니에요. 신문이나 달력, 연하장 등 모든 종이류는 다 작품으로 만들 수 있으니 버릴 게 없죠.(웃음)”
 
- 주로 하는 작품은 어떤 건가요?
 
“저는 주로 생활공예 위주의 작품을 하고 있어요. 액자처럼 감상 위주의 작품도 하지만 이왕이면 실생활에 필요로 하는 것들 시계, 거울, 보관기능이 있는 함이나 콘솔 등을 주로 작업해요.”
 
- 작업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뭔가요.
 
“마감 처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주로 종이류를 붙이고 색칠하는 작업이다 보니 표면이 매끈하지가 않아요. 그러나 마감제를 여러번 발라 붙여준 턱을 없애주는 작업을 거치면 매끈한 표면을 표현할 수 있죠. 데코파쥬의 완성도는 이 마감처리를 얼마만큼 깔끔하게 했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을 하나 꼽자면.
 
“콘솔 작품을 가장 좋아해요. 콘솔은 데코파쥬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유럽스타일이 콘솔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 것 같아서 콘솔에 작업하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곳에 콘솔이 나오면 무조건 저희 집으로 가져와요.(웃음) 남들에겐 쓰레기일지 몰라도 저에겐 작품이거든요. 남들이 쓰레기 버리는 곳이 저에겐 보물창고에요.”
 

▲ 이용란 [사진=양문숙 기자]


■ 노후대책도 ‘데코파쥬’로 완성
 
이용란이 데코파쥬를 시작한 것은 30여 년 전이다. 결혼을 계기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취미생활로 지점토공예를 배우게 됐고, 그러다 우연히 데코파쥬를 접하게 됐다.
 
“좋아하는 명화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었는데, 우아하고 앤틱한 작품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좋아서 하다 보니 정말 힘든 줄도 모르고 여러 작품을 해봤어요.”
 
- 원래 손재주가 좋은 편이었나요?
 
“손재주가 좋은 편은 아니었는데, 데코파쥬는 기존에 있는 그림이나 문양을 이용하기 때문에 무난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선 작업을 즐기면서 하니 작품대상이나 구성, 컷팅, 터치, 덧칠 마감하는 모든 것을 계속해서 반복했죠. 그런 식으로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흔히 말하는 ‘전문가’ 타이틀이 주어져 문화센터에서 수업을 진행하게 됐어요.”
 
-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요즘에는 바빠서 하루 종일 있지는 못 해요. 오전에는 강의나 개인적인 일을 하고, 오후에는 공방에 가서 작업을 계속 하죠. 그런데 작품을 만드는 시간보다는 작품을 구상하는 상념의 시간이 더 많은 것 같아요.”
 
- 30년간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나요?
 
“데코파쥬 하는 순간은 매 순간이 정말 즐거웠어요. 전시회 일정이 잡히면 밤을 새는 즐거움이 있었고, 제 수업을 들었던 제자들이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보람을 느꼈죠.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한 번도 해본적 없어요.”
 
- 30년간 데코파쥬를 할 수 있던 힘은 어디서 받았나요.
 
“남편이 없었다면 제가 이렇게 편안하게 하지 못 했을 것 같아요. 금전적인 부분에 쪼들려서 살았다면 숍을 차려 작품을 파는데 주안을 뒀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오히려 강의를 통해 데코파쥬와 금박공예를 알리는 데 더 중점을 둘 수 있었죠. 그런 바탕을 만들어 준게 남편이기 때문에 남편에게 참 고마워요.”
 
- 데코파쥬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취미생활로 충분히 좋은 공예라고 생각해요. 소재 조달에 어려움이 없고, 노후에도 손을 놀려 얼마든지 취미생활과 경제활동을 병행할 수 있어서 좋아요. 적극 권해드리고 싶어요.”
 
- 데코파쥬 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싫증이 나지 않는 것. 명화를 이용해 색상톤을 조절하면 앤틱한 느낌이 주로 나오니 오래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아요. 그리고 설령 싫증이 난다면, 그 위에 다시 데코파쥬를 해 변신을 시킬 수 있죠.”
 
“여러 공예를 접해보았지만, 30년 가까이 데코파쥬를 놓지 않는 이유는 작은 작품하나를 만들더라도 ‘새롭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같은 소재, 같은 그림이라도 만드는 사람마다 그 느낌이 다 다르거든요. 기계로 찍어내는 것이 아닌 ‘손공예’만의 매력인 거죠.”
 
- 데코파쥬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할 때는 언제인가요.
 
“친구들한테도 항상 듣는 얘기지만, 제가 지금까지도 무언가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하고 싶은게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워요. 데코파쥬를 하면서 바쁘게 살고 있다는 게 감사하고 즐거운 일이죠. 노후대책은 데코파쥬로 했다고 봐요. 나중에 더 나이를 먹고 무료할 때 앉아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노후대책을 했다고 봐요.(웃음)”
 

▲ 금박공예 협탁 [사진=이용란 제공]


■ 데코파쥬와 금박이 만났다
 
이용란은 지난해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에서 선정하는 ‘제1회 한국예술문화명인’으로 선정됐다. 하지만 ‘데코파쥬’ 종목이 아닌 ‘금박장식공예’로 명인이 됐다.
 
“정말 2013년도는 한국예술문화 금박장식공예에 명인으로 선정되어 너제게 아주 뜻 깊은 한해였어요. 소감을 말하자면, 일단 너무 기뻐요. ‘명인’으로서의 책임감도 느끼고요. ‘명인’이라는 타이틀에 맞게 좀 더 연구하고 싶어요. 그래서 금박공예에도 우리 문양을 접목하는 시도를 하고 있고요.”
 
- 명인으로 지정받은 종목은 ‘데코파쥬’가 아닌 ‘금박장식공예’던데 금박공예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순금을 얇게 핀 종이와 같은 금박을 가지고 공예를 하는 공예 입니다. 데코파쥬에서도 금박을 이용한 기법은 이미 다루고 있긴 했지만, 아주 간단하게만 다루고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치않게 2000년 초반에 해외 전시를 나가서 엔틱한 금박공예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기존에 우리가 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공예였죠.”
 
“문양을 바닥에 찍어서 나타난 문양 위에 금지를 붙여서 하는 작품이었는데, 새로운 금박공예가 눈에 확 들어왔어요. 너무 예쁘더라고요. 그 기법을 배운 선생님이 일본에 계셔서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기법을 전수받았어요. 우리나라에서 ‘금박장식공예’는 제가 선구자라고 자부해요. 선구자로서 연구도 많이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우리 전통문양을 활용해 작업을 하고 싶어서 계속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 금박공예의 선두자로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데코파쥬 재료는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금박공예 재료는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금박’ 자체는 우리나라에서도 구할 수 있지만, 그 외에 부수적인 재료들은 어렵죠. 금박공예하는 인구가 늘어나야 재료조달이 용이할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라도 금박공예를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더 많은 분들에게 데코파쥬를 알려서 제가 느끼는 이 즐거움을 공유하고 싶어요. 회원전이나 단체전은 상황이 주어질 때마다 하고 있고, 개인전은 8년 주기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 이용란 [사진=양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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