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나 에그아트] 내 마음의 꽃다발(The Bouquet of My Heart)

강이슬 기자 입력 : 2013.10.22 08:36 |   수정 : 2013.10.2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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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그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곤 한다.
한국에서 내가 살고 있었던 아파트의 주변은 온통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아침마다 지저귀는 새소리에 잠을 깨고 계절에 맞추어 나타나는 매미의 합창에 마치 전원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대도시 한가운데 위치한 19층짜리 고층아파트와는 대조적으로 아파트 뒤편의 집들은 나지막한 언덕에 온통 무허가 건물들이다. 아파트 주변의 모든 토지가 공원지역으로 묶여 있어서 주택다운 주택도 마음대로 지을 수 없었기 때문에 수십 년 전부터 생긴 현상들이다.

도시의 한가운데서 볼 수 있는 야누스적 풍경이다. 그나마 있었던 무허가 건물들이 하나 둘 철거 되면서 더 아름다운 녹지와 공원이 조성되고 있고, 거대한 대지위에 KBS 드라마 센터와 시에서 건축한 대규모 청소년 스포츠 센터가 들어선 지도 6년이 넘고 있다.

몇 십 년 전부터 무허가 건물을 지어놓고 살던 사람들이 지금은 다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와중에 꿋꿋하게 버티면서 정부의 보상을 인정하지 않고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욕쟁이 아저씨가 한 분 남아 있을 뿐이다.

새소리에 잠을 깨면서 듣게 되는 건 해병대 출신의 욕쟁이 아저씨가 우렁차게 외쳐대는 고함소리이다. 아파트에서 15미터만 걸어 나가면 30미터 8차선 대도로가 나오는 이곳은 항상 주차공간의 부족으로 무척 복잡하다. 주변에 있는 고층빌딩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그곳의 방문객들로 인해 주차공간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이, 욕쟁이 아저씨가 자신의 땅이라고 금을 그어놓은 부분까지 차를 대놓고 떠나버리는 것이다.

워낙이 다혈질인 욕쟁이 아저씨는 자신의 거대한 앞마당(사실은 시에 속해 있는 공원용지이지만)에 까지 차가 들어오는 것을 용납할 수 가 없다. 어디서 가져다 놓았는지 경찰관들이 사용하는 접근금지 차단물까지 공원입구에 설치해 놓고 대비하고 있지만, 개인의 사적공간이라고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는 그곳에 용감한 젊은이들이 차를 세우거나 대담무쌍하게도 마당 한가운데 자신의 차를 세우고 간다.

어느 날 들려오는 와장창 유리 깨지는 소리에 내려다보니 누군가 세워놓고 간 자동차 앞 유리창을 커다란 돌로 내려치고 있었다. 곧이어 자동차 앞부분을 내리치고 그래도 분이 안 풀리는지 또다시 옆에 있는 자동차 까지 박살을 내고 만다. 나중에 연락받고 나타난 자동차 주인, 황당한 얼굴로 화가 나서 대들어보기도 하지만 세상에 무서울 것 없는 욕쟁이 아저씨를 누가 이길 수 있으랴…… 신기하게도 싸우다가 포기하고 떠나버린다. 아무래도 욕쟁이 아저씨는 천하대장군인가 보다.

난 그곳에 살면서 그렇게도 다양한 한국의 욕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한 번도 그 아저씨를 가까이서 본적은 없지만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기는 7층에 살고 있는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정도로 무서웠으니 그는 내가 생각해도 엄청난 기를 갖고 있는 것 같다.

뉴질랜드로 와서도 한국에 있는 가족과 통화할 때 그 욕쟁이 아저씨는 잘 있냐고 안부를 물으면 한마디로 “여전하지” 라고 말한다. 이웃들이 전해주는 그 아저씨의 집안 이야기는…… 나이 드신 어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어머니와도 사이가 안 좋아서 같은 집에 살기는 하지만 각자 따로 음식을 해먹고 다른 냉장고를 사용하고 남처럼 지낸다는 이야기 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노어머니가 시름시름 앓다가 운명을 달리 하셨는데…… . 아들 모르게 비상금으로 갖고 있던 자신의 전 재산 4천만 원을 이자라도 받을 생각으로 빌려주었다가, 그 사람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받을 길이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끝까지 아들에게 비밀로 하였고 그런 억울함을 혼자서만 삭이며 분해하시다 화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였다. 아들 역시도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한참 뒤 그 소식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나이 드신 할머니의 4천만 원은 40억에 맞먹는 재화가치를 지닌 것인데 그것을 하루아침에 잃게 되었으니 80세가 가까운 노인이 충격을 받고 그로 인해 갑자기 돌아가신 것이다.

그 이후로 그 아저씨의 기세가 많이 꺾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도 여전히 그 집 주변으로 쇠로 만든 차단물이 설치되어 있지만 욕쟁이 아저씨의 고함소리는 들리지 않고…… 아저씨의 거대 마당인 공원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피가 끓게 외쳐대는 어머니~이 어머니~이……. 살아계실 때 못한 불효 때문인지 이틀에 한 번씩 여러 번에 걸쳐 토해내는 어머니를 부르는 소리…… 나와 관련된 사람은 아니지만 괜스레 가슴이 뭉클해진다.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그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곤 한다. 욕쟁이 아저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생전에 잘 돌보지 못했던 것을 가슴 아프게 느끼고 있었다. 나에게 있어 고마우신 분, 사랑하는 사람들을 우린 항상 잊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싶은 시간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사람들에게 보내고 싶은 타조 알로 만든 내 마음의 꽃다발이다.

바쁘게 살다보니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가있는 내 주변의 친구들을 다시 한 번 불러보며 시들지 않는 꽃으로 장식한 내 마음을 한 조각을 나비의 날개에 실려 보낸다.

소재: 타조알



헬레나 김 주 (Helena Kim Ju)
뉴질랜드 에그아트 재단 이사
한국공예예술가협회 상임이사
Institute of Helena Egg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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