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그 배우] 강애심 “‘넙쭉이’, 참 좋은 죽음을 이야기하는 소녀”
강이슬 기자 | 기사작성 : 2013-09-10 07:57   (기사수정: 2014-02-06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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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애심 배우 [사진=양문숙 기자]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연극 ‘넙쭉이’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요. ‘넙쭉이’라는 아이는 참 좋은 죽음을 유쾌하게 이야기하는 소녀이고요.”
 
오늘의 주인공은 언제나 관객에게 마음의 울림을 선사하며 무대 위에서는 언제나 행복한 배우 강애심이다.
 
강애심은 ‘쉬어매드니스’, ‘마술피리’, ‘줌데렐라’, ‘살’, ‘빨간시’, ‘헤다 가블러’ 등 다수의 무대에 올랐으며, 최근 연극 ‘넙쭉이’ 초연 무대에 이어 재연 무대에도 오르고 있다.
 
연극 배우의 삶이 감사하다는 그녀를 연극 ‘넙쭉이’가 공연되는 서울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만나고 왔다.
 
▲ 강애심 배우 [사진=양문숙 기자]

■ 죽음을 이야기하는 아이 ‘넙쭉이’
 
연극 ‘넙쭉이’는 미성숙아이며 자폐를 가지고 태어난 한 어린 소녀가 자신에 대해, 자신의 생에 대해,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죽음에 대해 소녀가 바라보는 시각으로 이야기한다. 1인극으로 강애심과 김태리가 더블 캐스팅되어 오는 9월 15일까지 공연한다.
 
“작년에 ‘넙쭉이’ 공연 끝내고 3~4개월 동안 우울증에 빠졌었어요. 여러 가지 복합적인게 오더라고요. 좋은 역할을 하다가 끝나니 허탈하기도 하고, 결국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그런 여파가 와서 우울증에 빠졌었죠.”
 
강애심 배우를 우울증에 빠지게 한 연극 ‘넙쭉이’, 어떤 공연일까?
 
- ‘넙쭉이’ 공연 소개 부탁드립니다.
 
“넙쭉이는 지진아로 태어났고, 거기다 자폐아에요. 그렇지만 한 분야에는 뛰어난 아이로 숫자에 대해선 아주 잘 하는 아이입니다. 다른 건 전혀 못해요. 그런데 거기에 암까지 걸렸네요? 아빠는 철학박사고, 엄마는 철학박사 공부하는 중이고요. 두 분이 얼마나 황당했겠어요? 그런데도 이 아이는 꿈을 꾸죠. 침대에 누워만 있지만, 꿈속에서는 너무나도 밝은 꿈꾸는 아이랍니다.”
 
“처음 작품을 봤을 때는 동작에 대한 지문이 없이 대사와 장면 사이사이 나오는 오페라 넘버만 있었어요. 한 장 끝날 때마다 오페라 넘버가 흐르는데, 그 때 도대체 뭘 할 것인가를 놓고 연출이 고심을 많이 했어요. 또 넙쭉이는 7살 정도의 아이로 설정을 잡았는데, 나이 많은 사람의 인생경험이 묻어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캐스팅됐죠.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어린 아이를 연기하려면 문제가 많을 것 같아 중간중간 저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넙쭉이 대사밖에 없던 공연을 맨땅에 헤딩식으로 만든 거죠. 극 중에서 넙쭉이가 하는 놀이들도 직접 생각해낸 거예요. 흙장난을 할까, 숲으로 꾸며놀까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많이 나왔어요. 고심끝에 나온 게 지금의 무대입니다.”
 
- 처음 대본을 보셨을 때 바로 출연을 결심하셨는지.
 
“모노드라마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익숙하지도 않고, 저에게는 안 어울릴 거라 생각이 들었는데, 이 대본을 보니깐 ‘넙쭉이’는 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흔쾌히 하게 됐습니다. 너무나도 아픈 이야기지만, 또 심오한 이야기에요. 진부하게 흐를 수도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스스로도 배울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 선택했죠.”
 
- 7세 소녀를 표현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셨는지.
 
“배우들은 습관상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해요. 이 아이 역을 한다고 했을 때부터는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했어요. 지난해 초연 때는 주변에 아이들을 관찰했고, 이번 재연 때는 MBC 예능 ‘아빠 어디가’ 아이들의 행동들을 보면서 도움을 많이 얻었죠. 제가 또 유아교육과 출신이라 그 당시 가르쳤던 아이들의 표정이나 반응 등을 많이 생각해보기도 했고요.”
 
- 초연과 재연, 무엇이 달라졌나요.
 
“초연 때는 아무래도 처음 선보이는 공연이고, ‘죽음’을 다루는 이야기고, 제가 처음 하는 모노드라마라 굉장히 심오하고, 진중한 느낌을 담으려고 무단히 애썼어요. 그리고 강애심이란 배우가 넙쭉이로 들어갈 때도 깊이 들어갔죠. 또 ‘나’로 빠지는 장면들이 지금보다 좀 더 길었었어요. 그러다보니까 공연 시간도 늘어났고, 어린 아이로 들어갔을 때도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어요. 그 때는 몰랐는데, 지금과 비교해서 보니 그렇더라고요.”
 
“너무 어린 아이 역할을 하려고 힘이 들어가니깐,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객들도 다 알죠. 제가 7살이 아닌 나이 든 여자라는 거. 그래서 지금은 꼭 어린 아이 같지 않더라도, 마음만으로도 충분히 표현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조금 가볍게 하려고 해요. 그러다보니 제가 힘도 덜 들고, 관객 반응도 작년 보다 더 좋아지고, 쉽게 보시는 것 같아요.”
 
▲ 강애심 배우 [사진=양문숙 기자]

- 공연 전 ‘넙쭉이’가 아닌 ‘배우 강애심’으로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는 오프닝이 인상적입니다.
 
“감사합니다. 작년에도 연출 형식을 똑같았어요. 그런데 중간에 ‘나’로 돌아오고, 대본을 보고, 이런 모습에 대한 이해가 안 되셨나 봐요. 그래서 이번에는 오프닝에 제가 직접 나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됐어요. 좀 더 친절하게 하려고 오프닝때 관객들에게 선물도 직접 드리고 있어요.”
 
- ‘넙쭉이’ 관람을 추천하고 싶은 관객층이 있다면.
 
“All.(웃음) 너무 어린 친구들은 조금 어려워 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도 와서 보기도 해요. 초등학교 저학년 친구들은 조금 어려워 할 수 있겠지만, 고학년은 관람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 극 중 초등학생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이야기들이 나와 걱정이지만, 그걸 차치하더라도 관람은 가능할 것 같아요.
 
“그렇죠?(웃음) 초등학생 정도 되는 친구들은 아이 정서로 가면 오히려 기분나빠하더라고요. 제가 아동극을 많이 했었거든요. 완전 어린 아이 흉내내면서 연기하니깐 초등학생들이 기분 나빠하더라고요. 약간 수준을 높인 걸 더 선호하니깐, 초등학생 고학년 부터는 ‘넙쭉이’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 공연에서 활동량이 많고, 또 혼자 무대를 채우다보니 다른 공연보다 체력적으로 더 힘이 들 것 같습니다. 어떠신가요.
 
“그런데 이상해요. 공연 올리기 전이 오히려 힘들고, 할 때는 힘든지 모르다가 공연 끝나고 나면 팔팔해져요. 왜 그럴까요? 술 마시러 갈 때가 되서 그런가?(웃음)”
 
“근데 사실 힘들다는 느낌은 거의 없어요. 아, 연습 때는 많이 힘들었어요. 어떻게 힘 주는 지도 몰라서 힘만 팍팍 들어가니 더 힘들었죠. 그래도 이번 연습 때는 초연보다는 덜 힘들었어요. 이번 공연에는 편안하게 놀듯이 하거든요. ‘나’로 돌아올 때도 충분히 돌아오고. 관객들하고도 미리 이야기가 됐기 때문에 부담 없이 하기 때문에 공연 자체가 힘들다는 느낌은 없어요.”
 
- 극 중 좋아하는 대사는 무엇인가요.
 
“제일 마음이 딱 갔던 대사는 ‘내가 만나는 사람과 하는 행동은 다 기도야’라는 대사요. 또 ‘불꽃’에 대한 이야기도 좋고요. ‘불꽃’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꼭 어떤 것이 ‘불꽃’이라고 꼬집어 이야기할 순 없지만, 우리가 그 불꽃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죠.”
 
- ‘넙쭉이’가 이야기하는 ‘죽음’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이 극을 통해 하는 이야기들이죠. 내가 있지도 않고, 있을 수 없는 것. 텅 비어있는 것, 텅 비어있는 것 조차도 없어. 나는 없지만 모든 게 꽉 차있고, 꽉 차있데 사실은 아무것도 없을 수도 있고. 내가 곧 우주고, 우주 안에 작은 알갱이 일 수도 있는 거고. 그렇게 생각하면 그다지 아웅다웅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죠.”
 
-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넙쭉이’, 공연을 하면서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바뀌셨나요.
 
“나이를 좀 먹으니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죠. 그러다 보니 이번 공연을 하면서 ‘아 맞아. 이거지’라는 생각에 역할을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완전 ‘딱 이거다’는 아니지만, 죽음에 대한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됐죠.”
 
▲ 강애심 배우 [사진=양문숙 기자]

■ 강애심, 무대를 꿈꾸다
 
- 연극 무대는 언제부터 꿈꾸셨는지.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학예발표회를 상당히 크게 했어요. 그 당시 제가 노래를 잘 한다고 해서 1학년 때부터 합창반에 들어가서 솔로도 하고 그랬어요. 그러다 2학년 때 ‘백설공주’를 뮤지컬 식으로 만든다고, 학교에서 노래 잘 하는 학생을 선발하는 오디션이 열렸어요. 그 오디션 보기 하루 전 날 합창반에 수업을 했는데, 그 때 제가 큰 목소리로 노래부르니, 선생님께서 합창은 다른 친구들과 함께 부르는 거라서 그렇게 크게 부르면 네 목소리만 들리니 작은 소리로 부르라고 알려주셨어요. 그 날 그렇게 배우고, 다음날 오디션에 가서도 선생님 말씀을 떠올려 그런 식으로 노래를 불렀어요. 그렇게 오디션에 떨어졌죠. 공연날 객석에 앉아 그 공연을 보는데 내용은 하나도 생각이 안나고 ‘내가 저 무대에 섰어야 하는데, 내가 왜 여기 있지?’라고만 생각했어요. 제 인생에서도 큰 그림처럼 머리 속에 각인이 되어있어요. 그래서 계속 연극반을 하고 싶었는데, 제가 갔던 학교에는 연극반이 없어서 합창반 활동을 계속 하게 됐죠. 뭐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유아교육과를 가게 됐고, 대학교 동아리에서 처음 연극을 했어요. 그렇게 스무살 때부터 동아리 활동과 극단생활을 했습니다.”
 
-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공연은 무엇입니까.
 
“대학생 때 ‘엘리베이터’라는 작품이었어요. 첫 무대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그저 무대에 선다는게 너무 좋았어요. 연습 열심히 했던 것 같고, 한 장면, 한 장면 끝나고 나면 서로 감격해서 끌어안고 울기도 하고.(웃음)”
 
- 이제 어느새 연극계에서는 선배가 되셨어요.
 
“그러게요. 제가 어느샌가 선배가 돼있더라고요. ‘선배님’, ‘선생님’ 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니까 놀라기도 하고, 외로워요. 저 어릴 때 선배님들의 마음을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왜 선배들이 후배들을 끌고 다니며 술을 마시고 다녔는지.(웃음)”
 
- 배우들은 정말 공연 후에 술 한 잔에 위로를 많이 받나 봐요.
 
“공연이 극도의 긴장감이잖아요. 거기다 관객과의 호흡에 따라 매일 달라지는 공연이라 극도의 환희와 극도의 스트레스가 함께 오죠. 그러다보니 공연이 끝나고 나면 ‘아~ 맥주 한잔!’ 이 생각이 나게 되죠.(웃음)”
 
-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들을 보면,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작품을 많이 하신 것 같아요.
 
“그렇게 됐어요. 사실 저는 코미디 전문배우인데.(웃음) 코미디도 많이 했지만, 요즘 진지하고, 고뇌에 빠진 역할을 많이 했어요.”
 
-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누구나 하고 싶겠죠. 사랑하는 역할이요. 로맨스 한 번도 안해봤어요. 아, 아니다. 한 번 해봤어요. 영어뮤지컬로 ‘향단이’역 맡았을 때 ‘방자’와 사랑 노래를 부른 적은 있는데, 멜로 라인은 전혀 없었어요. 그냥 노래만 했을 뿐이죠.”  
 
▲ 강애심 배우 [사진=양문숙 기자]

■ 연극배우로 산다는 거
 
- 모노드라마 첫 도전, 어떠신가요.
 
“무대 위에서 하는 작업 자체는 관객하고 만나니깐 무대 위에선 외롭지 않은데, 그 이전까지가 굉장히 외롭더라고요. 연습 할 때도 외로우니깐, 우리 스태프들 다 데리고 와서 함께 지내려고 했죠.”
 
- 작품 선정하실 때 기준을 보는 것은?
 
“저는 작품보다 일단 ‘사람’을 봐요.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같이 작업을 하는 편이죠. 좋은 사람이 이상한 작품을 선택할리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배역자체를 두고 큰 배역, 작은 배역을 따지는 편이 아니에요. 강애심이 어느 정도 그 배역을 소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하는 거죠. 예전에 제가 딱 한 번 배역을 고사한 적이 있었는데, 김시라 씨의 연극 ‘품바’에 나오는 여자였어요. 제가 그런 역할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거절했었죠. 지금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는 자신 없었어요. 아마 맡았어도 잘 못했을 거예요.”
 
- 연극배우로 산다는 건 어떠신가요.
 
“감사하죠. 지금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한 건 확실해요. 그래서 제가 열심히 한 만큼에 대해선 만족하고 감사해요. 연극배우, 정말 행복하죠. 단점을 찾자면 돈이긴 한데, 그래도 어떻게 입에 풀칠하고, 술도 조금 마실 수 있을 정도니 다행이죠. 이 직업에 정말 만족하며 살아요. 연극 하는 사람들이 돈을 많이 못 벌어도 할 수 있는 게, 만족감과 공연 위에서 살아있다고 느끼기 때문이에요. 저도 그래서 오래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관객들이 강애심 배우를 어떻게 기억하면 좋겠는지.
 
“그런 생각은 안 해봤는데, 음 ‘진실 된 것을 말하는 배우’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노력하고 있습니다. 꾸미지 않고,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그런데 저도 모르게 배우병이 생기죠.(웃음) 조명 찾아가고, 중앙 찾아가고, 내가 제일 잘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제 안에 꽉 차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관객 입장에서 봤을 때 그런 배우를 보다는 욕심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만 딱 하는 배우들에게 많이 배우려고 해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노력해야죠.”
 
- 앞으로의 계획은.
 
“오는 11월에 ‘살’이라는 작품 할 거고, 중간 중간에 소소하게 작품을 계속 할 계획입니다.”
 
-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연극하고 관련이 없는 꿈이긴 한데요. 막연하게 자연으로 가서 텃밭 일구면서 살고 싶어요. 후배들이 MT를 오면 맛있는 밥도 대접해주고. 연극을 오래동안 계속 하고 있다면 너무 감사하고요.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다 보니까 연극 무대에서의 입지가 조금씩 줄어드는데, 그거에 대한 마음에 준비를 좀 해야될 것 같아요. 욕심부리고 싶진 않아요. 왜냐면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신체적인 부분, 재능 등에 비해서 좋은 것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후회는 없어요. 아까 농담 삼아 로맨스 하고 싶다고 했는데, 배역 욕심 같은 건 없고, 무대에 오래 설 수 있다면 그거 하나에도 감사하죠. 그런데, 로맨스 주어지면 꼭 하긴 할 거예요!(웃음)”
▲ 강애심 배우 [사진=양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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