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그 배우] 고수희 “‘선녀씨이야기’로 기분 좋게 울다 가세요”
강이슬 기자 | 기사작성 : 2013-08-14 08:18   (기사수정: 2014-02-0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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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희 [사진=양문숙 기자]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선녀씨이야기’ 섭외 받고, ‘나 또 엄마 해야돼?’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많은 나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역할을 계속 하게 되네요. 이번 연극을 통해 한국 어머니에 종지부를 찍고 싶어요.(웃음) 더 이상의 엄마 역할은 없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임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영화 ‘분홍신’, ‘친절한금자씨’, ‘그놈 목소리’, ‘써니’, 드라마 ‘자명고’, ‘무신’, ‘패션왕’, ‘빅’까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배우 고수희다.
 
때로는 푸근한 옆집 언니처럼, 때로는 따듯한 엄마처럼, 또 악랄한 악역을 오가며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 고수희의 연기 인생은 1999년 연극 ‘청춘예찬’에서부터 시작됐다.
 
영화와 드라마 출연만으로도 벅차 보이지만, 연극 ‘백무동에서’, ‘경숙이, 경숙아버지’, ‘로미오와 줄리엣’, ‘쥐’ 등 꾸준히 연극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해오고 있었다.
 
▲ 고수희 [사진=양문숙 기자]

■ 우연이 계속되면 필연!

-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됐습니까.
 
“연기를 하겠다는 생각은 정말 전혀 없었어요. 정말 우연한 계기에 대학로에 있는 한 극단에 포스터 붙이는 일 등 기획하는 팀에 들어갔었어요. 그런데 그 극단에 배우가 없는 거예요. 돈 주고 배우를 쓸 여력이 안 되자, 어쩔 수 없이 제가 그 자리를 메우게 됐습니다. 그렇게 오르게 된 연극이 ‘청춘예찬’이예요. 감사하게도 그 공연이 너무 잘 되어서, 봉준호 감독님과 영화(플란다스의 개/2000년)도 촬영할 수 있었고, 영화를 보신 PD님이 또 드라마에 불러주시고…그렇게 된거죠.”
 
- 연기를 한 번도 꿈꾸지 않은 사람이 무대에 오르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아무것도 몰라서 겁이 없었어요. 제가 뭔가 좀 알았으면 ‘제가 어떻게 해요~’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아무것도 모르니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내가 그렇게 겁 없었을 때 아무렇게나 할 수 있던 거라는 걸 알게 됐죠. 이제는 경험이 생기니깐 어떤 것을 하면 안 되는지, 뭘 조심해야 하는지 조금씩 알게 돼 어려워진 것 같아요.”
 
- ‘청춘예찬’ 연극 성공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연기에 뛰어드신 건가요?
 
“아니요. 그런 것도 아니에요. 하다보니깐 다른 작품 제의가 들어와서, 하게 됐고. 또 제의가 들어와서 하게 됐고. 이렇게 저렇게 하다보니깐 어느덧 15년 동안 연기를 하고 있더라고요. 한 10년차 될 때까지도 제가 정말 연기를 해야 하는 건가 고민했었어요.”
 
- 그럼 지금은 연기가 본업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다른 거 할 줄 아는 게 없어요.(웃음) 제가 예고, 예대를 나왔는데, 배우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제가 차라리 상고를 나왔으면, 경리로 취직했을 테고, 공고를 나왔으면 기술직으로 취직을 했을 텐데, 예고를 나오고도 연기에 꿈이 없었으니 할 줄 아는 게 없더라고요.”
 
- 그러면 제작 쪽으로 예고를 진학하신건가요.
 
“그것도 아니였어요. 중학교 때 공부를 잘 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담임선생님께서 상고 야간반을 추천해주시는 거예요. 어린 마음에 야간반이 자존심 상했는데, 인문계 갈 성적은 안 된다고 하시니 고민에 빠졌죠. 그 시기에 양호선생님께서 8월에 시험을 보는 예고가 있다고 알려주셨어요. 그 학교에 원서를 한 번 넣어서 합격하면 좋고, 아니면 그 다음에 다시 고민해 봐도 된다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우연치 않게 예고 시험을 봐서 합격했고, 그 뒤로도 계속 그 쪽 계통으로 나가게 된 거죠.”
 
- 예고 진학부터, 연극 데뷔까지, 정말 우연의 연속으로 배우 자리에 오신거네요.
 
“제가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웃음)”
 
- 평소에 연극 자주 보러 다니시나요.
 
“사실 남의 연기 보는 걸 많이 안좋아해요. 제가 연기를 하다보니깐, 그냥 관객의 입장에서 편하게 관람하는게 어려워요. 연극을 보러 가면 ‘저 배우는 저기서 왜 저렇게 움직이지? 이렇게 움직여도 될텐데’, ‘동작은 왜 저렇게 할까?’ 이런 식으로 자꾸 연기 분석을 하고 있으니깐, 연극이 보여주는 그 이야기에 막 빠지질 못 하겠더라고요.”
 
▲ 고수희 [사진=양문숙 기자]

■ 생각만 해도 뭉클한 단어 ‘어머니’…연극 ‘선녀씨이야기’
 
연극 ‘선녀씨이야기’는 수십 년을 밖으로 돌다 영정사진 앞에 선 아들 종우의 시선에서 바라본 어머니 선녀씨의 삶과 현대 가족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연극으로, 지난해 ‘제30회 전국연극제’에서 대상(대통령상) 및 희곡상, 연출상, 최우수연기상, 연기상 등 5관왕을 차지한 바 있다.
 
고수희는 ‘선녀씨이야기’에서 평생 한 사람의 아내이자 3남매의 어머니로만 살다가 끝내 별이 되지 못한 어머니 역을 맡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할 것이다.
 
‘선녀씨이야기’에는 고수희를 비롯해 임호, 이재은, 진선규, 한갑수 등이 출연하며, 8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센터K 네모극장에서 공연한다.
 
- ‘선녀씨이야기’는 어떤 연극인가요.
 
“‘선녀씨이야기’는 내 어머니의 일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어떤 특별한 이야기도 아니고, 유별난 사건도 없지만, 우리 어머니의 일상만으로도 감동을 줘요.”
 
“나와는 먼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저의 이야기, 여러분,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렵게 작품을 분석하지 않으셔도 돼요. 마음 편히 오셔서 시원하게 울고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처음 대본 봤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제가 느낀 ‘어머니’는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였어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자신을 내려놓은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밝은 엄마가 아니라 굉장히 괴로운 엄마였는데, 웃음 코드가 많아요. 억지로라도 밝게 하려는 모습들이 많아서, 그런 점에 중점을 두고 표현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 다른 출연배우들은 처음에 대본을 읽으면서 울었다고 하는데.
 
“저는 굉장히 냉정하게 보려고 노력했어요. 제가 엄마 역할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 보면서는 ‘아, 이번엔 이런 엄마구나’라고 생각하며 냉철하게 봤죠.”
 
- 함께 연습하면서 감정과잉이 되기도 했는지.
 
“네. 다들 연습하다가 갑자기 울컥해지면 각자 울기 바빴어요. 그래서 연출가가 ‘너네 도대체 뭐하는  배우가 울면 안 된다. 관객이 울어야지’라고 말하기도 했죠. 연습하다가 감정에 빠지다 보면 자기 설움에 빠져서 막 울어요. 그러다 대사도 까먹기도 하고.. 본 공연이 걱정될 정도예요. 옆에서 ‘훌쩍’하는 소리만 들려도 막 울었거든요.”
 
- 극 중 가장 좋아하는 장면을 꼽자면.
 
“극중에서 ‘젊은 선녀’(이재은 분)와 딱 한 번 눈을 마주치는 장면이 있어요. 정말 아무런 말없이 쳐다보는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어요. 재은씨가 표현하는 젊은 선녀의 눈빛에서 미묘한 느낌이 느껴지는데, 그 장면이 이 작품에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 특별히 힘든 장면도 있습니까.
 
“극중에 엄마가 죽기 전에 유언을 남기는 장면이 있는데, 연출가는 자꾸 밝게 하라고 하세요. 그런데 막상 그 대사들을 읽으면 도저히 밝게 할 수가 없어요. 자식을 두고 가는 엄마의 마음이 오죽할까 싶죠. 제가 아이가 있진 않아서 그 마음을 100%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어떤 어머니도 다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자식을 두고 가는 엄마의 마음을 표현할 때 눈물이 너무 나서 힘들어요.”
 
- 이재은 배우가 하는 ‘젊은 선녀’역할이 탐나지는 않았는지.
 
“저는 처음에 대본 읽고 제가 ‘젊은 선녀’역을 하는 건 줄 알았어요. 대본 읽고 나서 기획사랑  통화할 때 알았죠. ‘아니, 수희씨 선녀가 아니고 어머니역할이에요’라고 말해주셔서요.(웃음) 뭐 그런데 이런 일이 요즘엔 많이 있어서, 피하진 않으려고요.”
 
- 실제 고수희씨 어머니는 어떤 분인가요.
 
“저희 어머니는 굉장히 강한 엄마에요. 왜소하시지만 결단력 있고, 추진력 있고. 남자로 태어났으면 장군감이에요. 그런 엄마의 모습을 ‘선녀씨이야기’에도 담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선녀씨어머니’의 엄마는 힘들어도 절대 힘들다고 말하지 않거든요. 우리 엄마와 그런 부분이 많이 닮았어요.”
 
- 연습 분위기는 어떤가요.
 
“너무 좋아요. 팀워크가 워낙 좋아요. ‘아버지’역 하시는 한갑수 선배님이 가장 연장자로써 큰오빠 역할을 톡톡히 해주시고요, 그 외에도 모난 성격을 가진 배우가 없어요. 다들 성격이 너무 좋아서 팀워크는 뭐 두말할 것 없이 좋죠.”
 
- 한 달여 공연에 원캐스트인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을까요.
 
“처음에 제작사에서 더블캐스트를 말씀하셨는데, 제가 원캐스트 하고 싶다고 했어요. 혼자서 해내야 할 것만 같았어요. 그만큼 욕심나는 작품, 캐릭터였죠.”
 
-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시고 계신가요.
 
“매일 헬스장 가서 운동하고 있어요. 아주 열심히! 그리고 뭐 제가 술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지만, 최대한 금주하려고 하고요.”
 
- 이번 연극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무엇을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어요.”
 
“이 공연을 보고 공감하고 감동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우리 엄마는 안 저래’라고 생각하시는 관객분들도 계실 거예요. 모든 관객들이 100%공감하진 않겠지만, ‘이런 엄마도 있구나’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어요.”
 
- 이미 상도 받고, 인지도 높은 배우들이 섭외된 ‘선녀씨이야기’, 전석 매진이 된다면 하고 싶은게 있으신가요.
 
“정말 완판 되고 싶네요. 열심히 연습하겠습니다. 매회 매진이 된다면 지방 투어를 꼭 하고 싶어요.”
 
▲ 고수희 [사진=양문숙 기자]

■ 영화, 드라마, 연극! 종횡무진 고수희
 
- 드라마와 영화를 하시면서도 꾸준히 연극무대에 오르고 있다. 연극 만에 매력이 있나.
 
“글쎄요. 연극을 꼭 하겠다고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무대에서 반응이 바로바로 오는 것이, 제가 마약을 한 번도 해본적은 없지만 마약을 하는 기분이 이런 기분일 것 같아요. 무대만의 짜릿짜릿한 쾌감이 있어요. 그걸 즐기는 거 같아요.”
 
- 드라마·영화와 무대 연기는 많이 다른가요?
 
“아무래도 호흡은 다르죠.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경우는 호흡이 끊어서 가지만, 무대는 처음부터 끝까지 호흡을 끌고 가는게 다르죠. 그러다보니 무대에 서기 위해선 지구력, 체력 그리고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어야 돼요.”
 
- 굉장히 다양한 역할을 해왔는데, 작품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게 있다면?
 
“진짜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일단 저를 필요로 해주시는 분들이면 거의 OK에요. 어떻게 매 작품이 성공하고, 완벽할 수 있겠어요? 제가 볼 때도 재미있을 작품이 있고, 이해가 안 되는 작품도 들어오지만,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어요. 어찌됐든 저를 원하시면, 어떤 장르라도 도전해보려고 하는 스타일이에요.”
 
- 지금까지 했던 역할 말고,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으신가요.
 
“저 정말 멜로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제대로 멜로다운 멜로는 못해봤고요, 독립영화에서 억지스런 멜로를 해 본 적은 있어요. 정말 제대로 된 멜로가 하고 싶어요. 예쁜 여자와 멋진 남자만 연애하는 게 아니잖아요. 외모에 상관없이 누구나 사랑을 하잖아요. 그러니 저도 멜로 할 수 있죠.”
 
- 생각해보신 멜로 상대 배우가 있으신가요.
 
“하정우! 하정우씨는 왜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걸까요?”
 
- 고수희 배우도 연기 잘 하시잖아요.(웃음)
 
“스스로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 그럼 연기를 잘하는 건 어떤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관객들이 볼 때 배우가 아닌 배역에 빠져서 볼 수 있게 하는 연기가 잘하는 연기라고 생각은 해요. 제가 실제로 정말 연기 잘한다고 존경하는 분은 김지영 선생님이에요. 정말 선생님이 연기하시는 거 보면 연기하는 것 같지 않게 연기하는 것 같아요. 정말 생활연기에 달인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연기를 하고 싶어요. 영화 ‘도가니’를 보면서도 잠깐 나오시지만, 그런데 저 엄마를 어떻게 저렇게 표현할 수 있지? 쉽지 않거든요. 제가 저 나이가 된다면 자도 할 수 있을까? 이런 막연한 바람이 있어요.”
 
- 연극 끝나고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영화 준비하고 있어요.”
 
- 정말 쉴 틈 없이 새로운 작품을 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야죠.(웃음)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반면에 일이 없어서 못하는 친구들도 많으니 저를 찾아주시는 곳이 많다는 것에 감사하죠. 열심히 하고 있어요.”
 
▲ 고수희 [사진=양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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