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그 배우] 홍성덕 “‘우먼인블랙’, 그냥 공포연극 아닌 사람 사는 이야기”
강이슬 기자 | 기사작성 : 2013-08-07 08:03   (기사수정: 2016-08-26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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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홍성덕 [사진=양문숙 기자]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연극 인생 20년이 돌이켜보면 너무 빠르게 지나갔어요. 앞으로도 오래도록 연기하고 싶어요. 저 많이 불러주세요~”
 
날마다 새로운 공연이 쏟아져 나오는 서울 대학로 한 복판에 지나가는 행인들의 고개를 돌리게 하는 외침이 들려온다. “상상 아니야!! 진짜 내 이야기야!!” 힘껏 울부짖는 함성을 내지른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배우 홍성덕이다.
 
홍성덕은 국민연극 ‘라이어’를 10년 넘게 공연해 오고 있으며, 파파프로덕션의 기획 공연 ‘우먼인블랙’을 초연부터 올해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빠지지 않고 출연하고 있다. 
 
‘우먼인블랙’에서는 연기를 전혀 해 본 적 없는 소극적인 연기초보에서부터 과거의 아픔 때문에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까지, 극한의 감정 변화를 오가며 1인 다역을 소화해 낸다. 대학로 행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저 대사 또한 ‘우먼인블랙’에 한 장면이다.
 
유쾌한 말솜씨를 뽐낸 홍성덕과 유쾌한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 배우 홍성덕 [사진=양문숙 기자]
■ ‘우먼인블랙’하면 홍성덕!
 
연극 ‘우먼 인 블랙’은 ‘가디언’이 선정한 세계 5대 공포 소설 중 하나인 영국 작가, 수전 힐(Susan Hill)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연극이다.
 
과거 자신이 겪은 끔찍한 경험으로 수년간 악몽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중년의 ‘아서 킵스’는 젊은 시절부터 자신을 따라다니는 검은 옷을 입은 여인의 기억을 떨쳐버리기 위해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연극을 통해 들려주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그는 연극배우를 고용하고 처음 도전하는 연극 연습에 나선다. 고용된 배우는 ‘젊은 킵스’를, 중년의 킵스는 ‘과거 그가 만났던 인물들’을 연기하며 당시의 경험을 연극으로 선보인다.

올해로 다섯 번째 공연을 올린 '우먼인블랙'은 말 그대로 '믿고 보는 연극'이 됐다. 심리스릴러 타이들을 내 걸고 있지만, 무서우면서도 애절한 분위기와 함께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 ‘우먼인블랙’, 올해로 다섯 번째 출연하고 있는데, 계속 출연하게 되는 이유가 있나요.
 
“우선은 소속되어 있는 ‘파파프로덕션’에서 하는 공연이니 쉽게 캐스팅 될 수 있는 여건이 있고요.(웃음) 제가 우먼인블랙에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이 공연이 ‘공포’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사람사는 이야기’에 초점을 둔다는 거예요. 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아이 잃은 엄마 이야기를 통해 소중한 누군가를 잃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공포’만이 아니라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는 그 이야기들이 시간이 지날 수록 마음에 와 닿아요. 공연 할 때마다 출연배우가 달라질 때마다 공연이 조금씩 달라져요. 저는 그 때마다 재미를 느껴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초연과 지금, 달라진 부분이 있습니까.
 
“처음에 이 연극을 시작할 때는 ‘아이를 잃은 엄마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고 한스러울까?’에 초점을 두었어요. 제가 맡은 ‘아서 킵스’역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그런데 지금은 아서 킵스가 참 행복할 거란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누구나 말하지 못한 아픔을 가지고 살아요. 그런데 아서 킵스는 ‘연극’을 통해 밖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순간 스스로 치유가 되고 있을 테니까요. 연극을 하는 동안 그는 자신의 아픔을 떨쳐버리고 있는 중이죠. 그러니 자신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하고 있는 동안 그는 매우 행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트라우마로 인해 자신의 역할을 직접하지 못하고 자신의 주변인물들을 연기하면서도 고통스러워 하죠. 옆에서 ‘연극 배우’가 도와주니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거죠. 마음속에 큰 덩어리를 밖으로 하나씩 꺼내고 있으니 지금 얼마나 가볍고 행복하겠어요?”
 
“그렇게 생각이 변하고 나니 매번 공연을 올리고 나면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아요. 처음 공연했을 때는 하면 할수록 마음이 복잡하고 아팠어요. 그리고 제가 연기를 하면서 아프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매 공연이 행복한 순간으로 바뀌었어요.”
 
- 극 중에서 ‘아서킵스’의 주변인들로 다양한 역할을 하시는데, 특별히 연기하기 어려운 역할이 있나요.
 
“원래 극 중 ‘케퀵’의 대사가 현재 공연보다 더 많았는데 많이 줄였어요. 왜냐면 발음을 제대로 못하는 설정의 케퀵의 인상이 너무 강렬하거든요. 극중에서 ‘젊은 배우’가 늪지에서 케퀵을 부르다가 마차 사고가 나서 케퀵을 부르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케퀵이 나타나 ‘이뤈 안괘는 건너려고 하면 앙됑여!(이런 안개는 건너려고 하면 안돼요)’(웃음)라며 어설픈 발음으로 하는 대사가 있어요. 이런 대사들이 여럿 있었는데, 케킥의 인상이 워낙 강했어요. 공연이 다 끝나고 돌아가면서 관객들이 머릿속에 케퀵만 남아서는 케퀵 말투를 따라해서 말을 하는 거예요.(웃음) 그러다보니 초연때보다 대사도 줄이고, 얼굴 표정도  덜 과장되게 하고 있어요.”
 
- ‘우먼인블랙’을 본 관객이라면 극 중에 궤짝 위에 앉아 있지만 마차를 타는 것처럼 연출한 장면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항상 마차 장면을 얘기해주시더라고요. 그 장면이 어쩔 때는 궤짝 대신에 의자를 놓고 공연한 적도 있어요. 사실은 무대 위에 보이는 건 그 궤짝 혹은 의자 밖에 없는데 상상하면 여러 가지 모습을 볼 수 있죠. 어떤 관객들은 그 궤짝 마차가 자기에게 막 달려온다고 얘기해주시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 그렇게 상상을 증폭하실 수 있는 관객들이 오시면 너무 기분이 좋죠.”
 
- 마차 장면 연기하실 때 두 배우의 호흡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아요. 같은 말에 오른 두 사람이 같은 시기에 퉁겨져야 하니까요.(웃음)
 
“말이 빨리 달릴 때가 있고, 늦게 달릴 때가 있어요. 한 마차에 탔으니 두 명이 같이 통통 거려야 하는데, 어쩔 때는 어긋날 때도 있어요. 그래서 제가 틈틈이 상대배우 허리를 잡고 같이 퉁겨요. 이번 공연은 더블캐스팅이다 보니까 안 맞출 수가 없어요. 근데 그 장면이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든 장면이기도 해요. 그 장면 한 번 하고 나면 땀이…(웃음)”
 
- 배우 홍성덕이 생각하는 극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어떤 장면인가요.
 
“저도 마차 장면이 가장 좋아요. 마차 장면이 초연보다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1막과 2막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더욱 케퀵과 마차장면이 기억에 남기도 하고요.”
 
- 시놉시스만 보면 ‘공포’ 연극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로 보니 공포 장르로 한정지을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우먼인블랙’을 어떤 장르라고 말해야 좋을까요.
 
“특정한 장르로 나눠야 한다고 콕 집어서 얘기할 순 없을 거 같고, ‘공포만은 아니다’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공포 쪽에 가까운 부분은 있지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나서 이런 얘길 해요. 연극을 보고 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아이 잃은 엄마의 이야기가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해주시는데, 저도 그 부분에 공감합니다. 그러나 원작에서부터 그 이야기는 잘 나와 있지 않아요. 그 이야기만 더 보완이 된다면 좋을 거 같아요. 저희도 아쉬운 부분이에요.”
 
- 스릴러 공연이다 보니까 유별나게 놀라는 관객들도 많을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관객이 있나요.
 
“굉장히 많아요. 일단은 객석 맨 앞줄에 치마를 입고 앉아 계신 여성 관객분이 극 중 상황에 놀라서 본인도 모르게 다리를 벌린 경우가 있어요. 무대 위에서 배우가 객석을 보면서 연기를 하는게 아니지만, 시선 안에 들어오잖아요. 그 모습에 오히려 배우들이 놀란 적도 있죠.(웃음)"
 
"며칠 전에도 어떤 여성분이 너무 놀랐는지 혼자서 몇 초간 ‘으아아악~~~~’하고 소리를 지르셨어요. 그 주위 관객들은 그 여성관객 때문에 웃음이 터진 적도 있죠. 그럴 땐 공연 끝나고 관객분들에게 인사하면서 ‘많이 놀라셨죠? 저희도 굉장히 많이 놀랐어요’라고 얘기하기도 해요.(웃음). 또 식은 땀을 너무 많이 흘리셔서 쓰러지려는 관객도 있었어요. 여성분과 함께 온 남자 관객이 무게 잡고 있다가 너무 놀라서 소리지르고 체면 구기는 분들도 계시고요.(웃음)”
 
- 그런 관객들 때문에 극의 흐름을 놓친 적도 있나요.
 
“극의 흐름을 놓친 적은 없어요. 요즘에도 공연 중에 ‘카카오톡~’ 등 휴대폰 메시지 오는 알림 소리가 끊이지 않고 울려요. 전화벨도 울리고. 심지어 전화를 받기도 하시고요. 그런데 그런 경우가 워낙 많이 있어서 극의 흐름을 놓치는 경우는 없죠. 아쉬운 부분입니다.”
 
- ‘아서 킵스’ 역할이 다른 배우들에게도 욕심나는 역할일 것 같아요.
 
“처음에 준비할 때는 ‘연극 배우’역할이 멋있는 역할이라 생각하는데, 젊은 배우 역을 맡은 배우들이 ‘내가 나이든 아서 킵스를 했어야 하는데’라고 아쉬워해요.(웃음) 극중에서 젊은 킵스를 연기하는 ‘연극 배우’가 극 중에서 열연을 하며 열심히 하는데, 결국에는 나이든 ‘아서 킵스’가 전부 다 포용을 해서 혼자 마무리 짓는 그런 느낌이 있거든요.”
 
- ‘우먼인블랙’ 공연을 하면서 뿌듯했던 적이 있다면.
 
“연극 생활을 계속 해오면서 다른 아르바이트들도 종종 해왔어요. ‘우먼인블랙’ 공연을 하면서도 연기학원에서 입시 준비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그 학생들이 ‘우먼인블랙’의 앞 대사를 시험 보러 갈 때 쓰고 싶다고 대본을 구해다 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어요. 그래서 또 기분이 좋은 공연이기도 합니다.”
 

▲ 배우 홍성덕 [사진=양문숙 기자]
▲ 배우 홍성덕 [사진=양문숙 기자]
■ 홍성덕, 그의 시작이 궁금하다
 
- 데뷔는 언제 하셨나요.
 
“1991년도 두산아트홀 개관할 때 ‘겨울사자들’이라는 공연으로 정식 데뷔를 했습니다.”
 
“정말 날아가는 것 같았어요. 주변에 친구들이 막 부러워하고 그랬거든요.”
 
- 언제부터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고등학생 때 교회에서 성극을 계속 해왔어요. 연기를 하니까 주변에서 저보고 ‘잘한다’, ‘잘한다’ 해주는 거예요. 공부를 썩 잘하는 편도 아니었고, 잘한다고 해주시니깐 스스로 ‘연기에 재능이 있나?’라고 생각하게 됐고, 그 때부터 연기가 하고 싶어 졌어요.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연기와 관련된 활동이 없었어요. 연기는 하고 싶은데 뭘 어떻게 어디서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틈틈이 연극을 보러 다녔죠. 고등학교 졸업하고 군대 가기 전까지는 계속 연극 보러 다니고, 군대 갔다 와서는 바로 극단에 들어 간거죠.”
 
- 오디션을 보고 극단에 들어가게 된 건가요?
 
“그 당시만해도 특별하게 오디션이란 개념이 없었어요. 연기 하고 싶다고 하면 극단에서 바로 들어오라고 하던 시기였어요.”
 
 - 그렇다면 정식으로 연기를 배우진 않은 건가요.
 
“극단에서부터 연기를 시작한거죠. 처음에 들어갔던 극단에는 연극계에서 유명하던 선배님들도 많이 있었어요. 극단에서 포스터 붙이고, 교통비 정도만 받으며 바닥부터 시작을 했어요. 20년 전만해도 연기를 배우려면 학교가 아닌 극단에 들어왔어요. 선배들에게 무대 위에서 욕도 먹어가면서, 혼나기도 하면서 연기를 배운 거죠. 작품 할 때마다 만나는 선배들에게 이렇게도 배우고 저렇게도 배우고, 다양하게 배웠어요. 학교 졸업하고 나온 친구들도 극단 들어와서 무대 연기를 새로 다시 배웠죠.”
 
“나이 서른이 지나고 나니 고등학교만 졸업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뒤늦게 전문대가서 졸업을 하긴 했어요. 나이 들어서 공부하는 게 쉽지는 않더라고요. 교수님들도 저랑 나이차이가 많이 안 나니깐 ‘성덕씨’라고 부르기도 하고요.(웃음) 사실 학교를 열심히 다닐 수가 없었어요. 학교에서도 제가 공연하는걸 아니까 공연시간에는 수업에 빠지기도 하고, 나머지 수업을 받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졸업하고 나니깐 이왕 시작한거 4년제 학사를 따고 싶어졌어요. 편입을 알아보고 있는 그 즈음에 제가 결혼을 하는 바람에 생활비가 빠듯해져서 결국 편입하지는 못했죠.”
 
- 지금이라도 다시 편입하고 싶은 생각이 있나요.
 
“배울 수 있다면 배우는 건데 그럴 생각은 별로 없어요. 이 일을 하면서 학벌이나 공부가 그리 중요하다 생각하지 않거든요. 머리가 좋은 것 보단 가슴이 와 닿는 게 중요하죠. 그런데 학연이나 지연이 부럽긴 하더라고요. 연이 있는 선배들이 있으면 드라마나 영화 등 대학로 외에 다른 일로 가기가 조금은 더 수월한 것 같아요.”
 
- 그렇게 들어간 극단에 나오게 된 계기가 있다면.
 
“그 당시 만해도 자기네 극단 작품만 해야 했어요. 그런데 저는 계속 극단에 있다 보니 외부 작품들까지 다양하게 해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극단을 나오게 된거죠.”
 
“그 뒤로 무소속으로 계속 지내다가 파파프로덕션와는 2002년도에 처음 같이 작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 뒤로 ‘라이어’를 10년 넘게 해오고 있어요. 요즘 들어 ‘라이어’를 그만 해야 되나 고민이 되고 있어요. 지인들이 저에게 ‘요즘 뭐하니’라며 안부를 물을 때 마다 ‘라이어 합니다’라고 대답을 했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안부를 물을 때 ‘너 라이어 하지?’라고 묻더라고요. 홍성덕 배우는 파파프로덕션 작품만 하나보구나 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한 작품이 끝나면 차기작을 놓고 고민을 했어야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제가 그 고민을 안 하고 있던 거죠.”
 
- 영화나 드라마에 진출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신가요.
 
“하고 싶죠.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연극배우들도 마찬가지라 생각이 들어요. 하고 싶은데 하기가 쉽지 않죠.”
 
-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작이 있으신지.
 
“간혹 했어요. 그런데 눈에 들어오는 역할들이 아니라서…영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몇 작품에 출연했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대사가 있는 역할들이었어요. 그런데 영화계도 세대가 바뀌더라고요. 그 당시 영화감독님들에서 이제는 젊은 감독들로 세대가 교체되다 보니 대사 없이 한 장면 한 장면씩만 출연하게 된 거죠. 그런 상황이 계속 됐어요. 그거라도 꾸준히 했어야 됐는데, 저는 꾸준히 연극만 한거죠.”
 
▲ 배우 홍성덕 [사진=양문숙 기자]
▲ 배우 홍성덕 [사진=양문숙 기자]
■ 너무 빨리 지나간 연극 인생 20년
 
- ‘우먼인블랙’에서는 연기하는데 있어서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홍성덕 배우가 생각하기에 연기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사실은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일텐데, ‘연기가 이렇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배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정말 오랫동안 연기하시는 선배님들도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얘기하시니까요. 연기에 대해서는 항상 겸손해야 되는 것 같아요. 늘 내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부분을 꾸준히 채워나가려고 노력하는게 중요하죠.”
 
- 대학로에서 공연하면서, 다른 공연들도 많이 관람하시는지.
 
“공연이 많이 보고 싶을 때가 있고, 반면에 안 땡기는 시기도 있어요. 근래에는 많이 보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은 ‘우먼인블랙’ 공연 때문에 보러 갈 시간이 안나고, 공연이 끝나면 많이 보려고 합니다.”
 
- 체력적 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잘 먹는게 최고죠.(웃음) 술 담배 안하려고 하고, 틈틈이 뒷산에 올라가서 운동도 하고요. 그렇게 관리하지 않으면 힘들어요. 금,토,일요일은 하루에 공연이 두 번 있어서 더 힘들어요. 그런데 아까도 얘기 했듯이 아서 킵스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체력적으로도 덜 힘들게 됐어요.”
 
- 술은 자주 드시나요.
 
“제가 2004년도에 결혼을 했어요. 그 전까지는 뭐 술집에서 살았죠.(웃음) 공연 끝나고 근처 술집 갔다가 밤새 마시고 친구네 집에서 자기도 하고. 그런데 가정을 꾸리고 나니깐 가정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했어요. 그래서 공연 끝나고 술 마실 생각도 안 해봤어요. 바로 집으로 뛰어 갔죠.”
 
- 목표가 있다면.
 
“9살 초등학교 2학년인 큰 딸이 오늘 아침에도 그런 얘길 하더라고요. ‘우리 아빠가 제일 잘하는 건 연극, 우리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건 등산’ 이런 얘길 해요. 우리 딸이 얘기 하듯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연극을 열심히 계속 했으면 좋겠어요. 더 나아가 우리 아이들에게 제 연기를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서도 보여주고 싶어요. 그렇기 위해선 인지도도 쌓고 싶고요.”
 
- 자녀들이 아빠의 연극을 본 적이 있나요.
 
“많이 봤어요. ‘우먼인블랙’은 아직 초등학생이라 못 봤지만, 우리 아이들은 제 공연 많이 봤어요. 평소에 제가 우리 아이들에게 해 줄수 있는 게 마음껏 공연보여주는 거라 주변에 아동극 하는 지인들 통해서 공연을 많이 보여주려고 하죠. 그랬더니 애들도 보는 눈이 높아졌어요. 웬만한건 재미 없어 하기도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이제는 수준을 고려해서 보여주니라 공연 보여주기 전에 고민하기도 해요.”
 
- 롤모델로 삼고 있는 배우가 있으신지.
 
“이호재 선생님이요. 고등학생때 연극 보면서부터 너무 좋아했고, 같이 작품한 적도 있는데 정말 연기를 너무 잘하세요. 뭐라고 그럴까..‘언어의 마술사’라고 할까요? 뒷심이 너무 좋으시고, 대사도 너무 잘하시고요.”
 
- 스스로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시는지.
 
“제가 하는 일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그냥 생활이에요. 주변에서 ‘배우’라고 하면 너무 거창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저는 그냥 해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른 분들도 직장이 있잖아요. 저는 다만 무대 위에서 이 일을 하는 것 뿐이죠. 저는 편하게 연기를 하고 싶어요. 가끔 기회가 생겨서 영화나 드라마에 오디션을 보러 가는데, 자꾸 연기를 하라고 하세요. 저는 어색해서 연기 못 하겠어요. 연기를 한다는 자체가 어색해요. ‘우먼인블랙’에서도 연기를 안 하려고 하고 있어요. ‘아서 킵스’는 연기를 해야 하는 역할인데도 불구하고, 되도록 연기를 안 하려고 하고 있어요. 그냥 제가 가서 하는 거예요. 연기한다고 변신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럴 자신도 없어요. 어떤 인물을 맡으면, 그 인물에 따라서 생각하려고 하고 있어요. 아직도 연기에 대해선 모르겠어요. 편하게 하고 싶어요.”
 
- 연극배우로 산다는 것은 어떤가요.
 
“제가 20년 넘게 하고 있는데, 연극배우로 산 20년이 너무 빨리 갔어요. 돌이켜 보면 정말 깜짝 깜짝 놀라요.”
 
-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대단하진 않더라도, 쉬지 않고 꾸준히 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되도록 욕 안 먹으면 좋겠고, 칭찬받았으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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