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그 배우] ‘드랙퀸’ 노현 “여자 아니에요. 깨끗한 배우일 뿐!”
강이슬 기자 | 기사작성 : 2013-05-15 08:30   (기사수정: 2014-02-0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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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현 배우가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강지연 기자]
(뉴스투데이=강이슬 기자) “아직은 깨끗한 배우라고 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어떤 배역이 와도 순수하게 그 배역을 받아들일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도록 순수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뮤지컬 ‘드랙퀸’은 하리수의 첫 뮤지컬 도전으로 관객과 언론에게 많은 주목을 받았다. 더군다나 ‘트랜스젠더’도 아닌 ‘드랙퀸’이라는 다소 생소한 주제를 다뤄 더욱 이목을 끌었다. ‘드랙퀸’ 공연을 보러가서 하리수가 아닌 다른 한 배우에게 꽂혔다.
 
여장남자들을 지칭하는 ‘드랙퀸’, 그래서일까? 무대 위에서 여장을 하고 있는 노현 배우를 보고 ‘진짜 여자 아니야?’라는 착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옆에 앉은 관객들도 똑같은 의문을 입에 담고 있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아님 정말 드랙퀸인지! 노현 배우를 만나 속 시원하게 듣고 왔다!
 
▲ 노현 배우가 뮤지컬 ‘드랙퀸’에서 ‘김소희’로 분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강지연 기자]
▲ ‘드랙퀸’ 공연 중인 노현과 박재우 배우 [사진=강지연 기자]

■ “저 여자 아니에요. 남자입니다!!”
 
- 공연을 보면서 다들 여장남자로 보이는데, 노현 배우는 정말 드랙퀸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여성스러웠어요. 여자로 오해 많이 받으시죠?
 
“네. 오해를 많이 받는데요, 전 솔직히 이해가 안돼요. 드랙퀸 공연 동영상을 보면 딱 봐도 남자고, 목소리도 남잔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안보이나…. 이해가 안 돼요. 다른 배우들보다 남성스런 선이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더 여자로 보는 것 같아요.”
 
“속상은 한데, 보시다시피 어렸을 때부터 그런 오해를 많이 받아 왔고, 그런 말들을 많이 들어와서 이제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요.”
 
- 그래서 대중목욕탕을 못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저는 괜찮은데 보시는 분들이 다들 놀라더라고요. 괜히 나 편하자고 다른 분들 놀라게 하는 것 같아서 그냥 집에서 혼자 씻습니다.(웃음)”
 
- 머리는 드랙퀸을 위해 길렀나요.
 
“원래는 단발정도였어요. 그 전 작품들에서도 머리를 기르라고 해서 단발까지 길렀는데, 계속 기르고 기르다가, '드랙퀸'오니깐 또 기르라는 거예요! 그래서 긴 머리가 된거죠.”
 
- 여장남자를 연기하면서 가장 힘든 점을 꼽자면.
 
“제가 성격도 그렇고 원래 다소곳하고 그래서 여성스런 행동에 대해서는 어려운 점이 크게 없었어요. 그런데 소희 역할이 반은 (성전환)수술을 한 상태라서 가슴이 있어야 해요. 그래서 제가 가짜 가슴을 차야 하는데, 그걸 하고 춤까지 춰야하니 너무 힘들어요. 노출이 안 된 옷은 편한데, 노출된 옷을 입고하기에는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더군다나 힐을 신고 춤도 격동적으로 추다보니 신경이 더 많이 쓰이죠.”
 
- 남자와의 애정씬.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초반에는 연출님께 ‘키스씬이 굳이 필요하냐’며 빼달라고 떼쓰기도 했어요. 그런데 극중에 꼭 필요한 장면이라고 하셔서 했죠.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하다보니깐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됐어요. 연인 역할을 맡은 박재우 배우가 저보다 형이에요, 그래도 연인 연기를해야하니깐 친해질 겸 이야기도 많이 하고, 점심을 먹고 나서는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데이트도 하고 다니고(웃음) 그렇게 붙어 다니면서 연인관계 표현을 더 잘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 노현 [사진=강지연 기자]

■ 당찬 ‘드랙퀸’의 소희, 무대 밖 노현은?
 
‘드랙퀸’에서 최고의 킹카 드랙퀸인 소희는 자신들을 괄시하는 ‘홍사장’에게 버럭버럭 자신의 주장을 얘기하며 당찬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자꾸만 돈을 요구하는 남자친구에게는 한없이 다 퍼주는 순정파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대체로 ‘똑 소리’나는 소희와는 반면 무대 아래서 만난 노현 배우는 조신하고 얌전한 모습이다.
 
- 원래 성격이 얌전한 편인가요.
 
“네. 제가 지금 맡고 있는 김소희 역할이랑 많이 달라요. 그래서 연출님께 많이 혼도 났고, 팀내에 같이 연기하는 형들한테도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들어요. '너의 성격을 계속 고집하면 안 된다. 너를 깨고 나와서 보여라'라고. 아직도 저는 김소희 역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굉장히 많아요.”
 
- 가장 어려운 점은 뭔가요.
 
“일단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고, 일반적이지 않은 성소수자를 다루다 보니 아무리 제가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감정씬에서도 '나라면 이렇게 안 할 텐데, 김소희니깐 이렇게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래도 김소희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이해가 가장 안 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극 중 남자친구인 광준이에게 굉장히 심한 말을 들어요. '너는 애도 못 낳는 무늬만 여자이지 않느냐'라고, 소희는 광준이를 계속 사랑하고 있지만 광준이는 계속 저에게서 돈을 얻어가고 그래서 ‘광준이가 진정 나를 사랑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저 같았으면 그렇게 돈을 뺏기고 모진 말을 듣는다면 못 붙잡을 것 같아요. 눈물도 안나고 '나도 너 싫다. 갈라면 가라' 이렇게 얘기할 것 같아요. 그런데 소희는 끝까지 광준이를 잡고 싶어하고 광준이에게 매달리는 점들이 이해되지 않아 너무 힘들었어요.”
 
- 극 중 지화자가 감초역할이라면, 소희는 매력적인 역할이라 생각된다.
 
“네. 캐릭터 자체가 너무 좋잖아요. 저는 캐릭터에 업혀가는 것 같아요. 캐릭터 자체가 너무 좋아서 저까지 좋게 봐주신다고 생각해요. 제가 노력을 조금만 해도 칭찬을 많이 해주셔요.”
 
▲ 노현 [사진=강지연 기자]

■ 놓을 수 없는 ‘배우’라는 이름
 
고백하자면, 뮤지컬&연극 공연에서 ‘노현’이란 이름을 본 기억은 없다. 단지 ‘드랙퀸’ 공연을 보다가 배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인터뷰까지 진행하게 된 것. 이 배우, 언제부터 무대에 올랐을까?
 
- 어릴 때부터 배우를 꿈꾸셨는지.
 
“어릴 때는 꿈이 많이 바뀌었죠. 피아노 배우면 피아니스트도 되고 싶고, 작곡가도 되고 싶다가, 그림을 그리면서는 미술 작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렇게 그림을 계속해서 배웠는데, 학교에서 그리라는 것만 그리다 보니 재미도 없고 답답했어요. 그러다가 초등학생 때 아역배우 활동을 했었는데, 그 때 기억이 나서 '연기를 한 번 해볼까' 생각이 불현듯 났어요. 그 후로 광주외고에서 미술 배우다가 ‘안그려!’하고 때려졌어요.(웃음) 연기학원에 다니게 되었고, 연극과 뮤지컬을 접하게 된 거죠. 춤추면서 노래부면서 연기를 하는 ‘뮤지컬’이 재미있다고 느껴서 하게 되었어요.”
 
- 데뷔작이 뭔가요.
 
“진정한 데뷔작은 드랙퀸입니다.”
 
“이 전에도 공연은 많이 했지만, 대학로에서 한 건 아니고, 아동 뮤지컬을 쭉 하다가 대학로에서는 처음으로 무대에 섰어요.“
 
- 드랙퀸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된 건가요.
 
“다른 공연 오디션을 계속 보다가 잘 안 됐어요. ‘이제 그만 보고 고향에 내려갔다 올까’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드랙퀸 오디션’ 공고를 보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자’라는 생각에 오디션을 보고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 고향(전라남도 광주)에서 서울 올라올 때 어떤 포부나 각오를 가지고 오셨는지.
 
“대학교 졸업하고 나서, 계속 광주 집에 있으면서 서울로 오디션을 보러 다녔거든요. 그런데도 잘 안되니까 부모님들이 화가 나셔서 '아예 서울 올라가버려!'해서 거의 쫓겨나다 시피 서울로 올라왔어요(웃음).”
 
- 오디션은 몇 번 정도 보셨나요.
 
“셀 수도 없이 봤죠. 거의 한 2년 동안 계속 봤어요.”
 
- 대학로에서 관객으로서 무대를 보는 기분은 어떠했나요. 무척 속상했을 것 같은데.
 
“그렇죠. '내가 저들보다 못 한게 뭐가 있을까', '왜 나는 안 돼는 걸까'라는 건방진 생각도 했죠. 제가 부족한 것은 당연이 알고는 있지만, 많이 속상했거든요. 오디션을 떨어졌으면 내가 왜 떨어졌는데 알고 싶잖아요. 그거라도 알고 있으면 제가 뭘 더 보완해야하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어요.”
 
- 2년 넘게 오디션 보다가 ‘드랙퀸’ 공연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들의 반응은.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제가 오디션 볼 때마다 '1차 붙었다', '2차 붙었다' 이렇게 통보를 할 때 마다 '그래 이번엔 제발 끝까지 가라'하셨는데, 항상 3차에서 떨어졌어요. 저는 잘 몰랐는데 부모님들을 남몰래 속상하셨나봐요.”
 
“그러다 ‘드랙퀸’ 붙었다고 하니까 제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아해주셨어요. 공연도 보러 오셔서는 '공연하는 건 너무 좋은데 너 왜 이러고 있느냐'라고 하셨죠(웃음). 완벽하게 여장을 하고 있었으니, 우리 아들 맞냐고.(웃음) 공연을 보시는데 남몰래 한숨을 쉬시는게 보이더라고요.”
 
▲ 노현 [사진=강지연 기자]

■ 여리여리 노현? 독보적인 개성 가진 배우
 
외소한 몸에 가녀린 다리, 긴 머리를 늘어트린 남자배우 노현. 그는 스스로 캐릭터에 대한 한계를 많이 느낀다며, ‘드랙퀸’ 이후에 행보에 대해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해보였다. 하지만 ‘드랙퀸’에 김소희처럼 노현에게 꼭 맞는 개성강한 역할이 있을 것이다. 그가 가진 단점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의 그런 모습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에 강한 장점임에 분명하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스스로 소개한 ‘깨끗한 배우’라는 타이틀이 딱 맞았다. 하얀 도화지 같은 그가 앞으로 다양한 색을 입혀나가길 바란다.
 
-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하고 싶은 역할도 많고, 하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아요. ‘드랙퀸’ 공연을 끝내고 계속해서 오디션 보러 다니면서 저에게 맞는 캐릭터를 만나서 열심히 연기하고 싶습니다.”
 
▲ 노현 [사진=강지연 기자]

■ 노현 프로필
 
생년월일 : 1986년 9월 5일
데뷔 : ‘첫째, 사랑할 것’ 해설 역 (2005)
출연작 : 마로윗츠 햄릿 - 광대, 폴로니우스(2005), 위대한 유산 - 해설, 안무감독(2005), 모빌 - H(2006), 알 수 없는 이야기 - 수리(2007), 외출 - 결벽남(2007), 사랑여행 - 현(2008), 영어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 안무감독(2010), 극단 21 마술상자 속 이솝이야기 - 마술사(2011), 악어컴퍼니 돈키호테와 터키 원정대 - 오키(2012) / 가수 한영애 ‘외로운 가로등’ 뮤직비디오 출연(봉준호 감독작), 가수 한성민 ‘사랑하면 할수록’ 뮤직비디오 주연(영화 클래식 OST 연기자버전) 外
현재 작품 : 뮤지컬 ‘드랙퀸’ (6월 2일까지 대학로 SH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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