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전쟁(10)] 램데시비르 믿고 '인체 실험'나선 영국 정부, 속도 위해 윤리 버려?

한유진 기자 입력 : 2020.10.24 06:40 ㅣ 수정 : 2020.10.23 17:38

코로나 빠른 타개 위해 필요한 과정 vs 실험 참여자 안전 담보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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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한유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하루빨리 타개하고자 전세계의 바이오의약기업들이 치료제·백신 개발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영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건강한 실험자에게 의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실험을 추진한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해당 실험에 약 5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실험은 ‘인체 유발반응 시험’(HCT, Human Challenge Trial)으로 백신 개발 속도를 높이는 취지에서 시행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의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인체 실험'을 진행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건강한 실험자에게 의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주입하는 실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pixabay]
 

■ 영국 정부 코로나19 백신 개발 ‘휴먼 챌린지 시험’ 약 500억원 지원키로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은 당뇨병 등 기저 질환이 없는 18세~30세 사이의 건강한 지원자에 코로나19를 감염시켜 백신의 효능을 검증하는 ‘인체 유발반응 시험(HCT)’을 내년 1월부터 실시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영국 공공 의료 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3360만 파운드(약 497억원)를 지원한다. 시험은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시작되며 5월 정도에 시험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최대 90명이 참가하는 이번 실험 참가자들은 2~3주간 격리된다. 참가자들은 그 대가로 시간당 9파운드(약 1만3000원)를 받게 된다. 3주 간 시험에 참여할 경우 최대 4536파운드(약 670만원)를 받는다. 이미 참여자를 모집하는 사이트에서는 4만여명의 지원자가 몰린 상황이다.


■  ‘HCT’ 통해 의도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시켜 백신개발 속도전


‘인체 유발반응 시험’(HCT, Human Challenge Trial)’이란 과학적인 연구를 위해 연구 참여자에게 바이러스를 의도적으로 감염시키고 백신의 효과를 검증하는 시험이다.


기존 백신 개발의 임상 3상 시험에서는 수만명에게 개발 단계인 백신을 주입한 뒤 일상생활로 돌려보내 바이러스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도록 기다린다. 이때문에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참여자가 필요하며 기간도 오래 걸린다.


하지만 인체 유발반응 시험은 참여자에게 병원체를 직접 주입함으로써 긴 과정을 단축시킬 뿐만 아니라 더 적은 수의 참여자로 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인해 말라리아, 황열, 독감 등 여러 질환의 백신 개발에서도 이용하고 있다.

 

이번 영국의 코로나19 백신 ‘인체 유발반응 시험’은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참여자들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투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되는 데 필요한 바이러스의 최저 용량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후 다른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백신 후보 물질들을 접종한 뒤 의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시켜 백신의 효과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 코로나19 통제 못하는 상황에 코로나19 감염시키는 건 비윤리적 / 렘데시비르도 효능 확실하지 않아


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인체 유발반응 시험’ 방침을 밝히자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가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코로나19에 감염시키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의 경우에는 치료제, 위험도, 휴유증 등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아 참여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반대론자들은 주장한다. 현재까지 이루어졌던 말라리아, 황열, 독감 등에 대한 백신을 대상으로 한 ‘인체 유발반응 시험’의 경우에는 바이러스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와 그 질환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제가 존재했기 때문에 참여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실험을 진행하는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은 참여자들에게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사용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약품도 효능이 확실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연구 결과에서 렘데시비르가 환자의 입원 기간을 줄이거나 사망률을 낮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치료 효과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 상황이다. 또한 경증 환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효과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험 자체의 효과 논란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는 “건강한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가 노인이나 기저질환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