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택배기사 과로사 절반 차지하는 CJ대한통운의 4가지 대책, 누가 비용부담?

강소슬 기자 입력 : 2020.10.23 19:01 ㅣ 수정 : 2020.10.23 19:17

올해 13명 과로사중 46%가 CJ대한통운 소속/분류지원인력 4000명 투입하겠다지만 예산 부담은 미확정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올해만 13명의 택배운송업계 종사자들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다 목숨을 잃었다. 과로로 숨진 택배 노동자는 2017년 4명, 2018년 3명, 2019년 2명에 비해 올해 더 많은 택배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까닭으로는 코로나19 여파로 택배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며 노동강도가 혹독하게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해 목숨을 잃은 택배기사 13명 중 6명은 업계 1위 CJ대한통운(대표 박근희)에서 근무했다. 전체 과로사의 46%에 달한다. 박근희 대표는 22일 오후 공식 사과하며 분류 지원 인력을 4000명으로 늘리는 등 택배기사 및 분류인력의 근로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4가지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들 이 같은 대책의 실행을 위한 비용부담 문제 등이 남아 있어 그 해결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택배기사 사망 관련 고개 숙여 사과하는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 [사진제공=연합뉴스]
 

■ 분류지원인력 4000명으로 늘려 / 비용 분담 문제는 협의 중
 
CJ대한통운은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11월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해 택배기사의 작업시간을 대폭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CJ대한통운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분류인원은 1000여명이며, 택배기사는 약 2만명이다. 분류 지원 인력이 4000명으로 늘어난다면 다섯 명에 한 명꼴로 일손이 늘어나게 된다.
 
CJ대한통운은 “분류지원인력의 충원으로 매년 50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추가 인력 채용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집배점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인력 투입 비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는 점이다. 택배 기사에게 전가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비용 분담 문제는 협의 중인 사안”이라고 답했다.
 
■ 자동분류 설비 ‘휠소터’에 이어 ‘소형상품 전용분류장치’ 추가 구축
 
CJ대한통운은 작업강도 완화를 위해 구조 개선도 가속화 하겠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2016년 업계 최초로 서브터미널에 택배 자동분류장치인 ‘휠소터’를 도입했는데, 휠소터에 이어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인 ‘MP’도 2022년까지 추가로 구축해 현장 자동화 수준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휠소터 도입 전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들은 하차가 끝날 때까지 컨베이어 벨트에 다닥다닥 모여 빠르게 지나가는 택배상자의 운송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주소를 구분해 골라내야 했지만, 휠소터 도입 후 택배기사 앞으로 물건이 자동 분류되어 택배기사는 차에 물건을 싣기만 하면 됐다.
 
휠소터에서 오분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는 기술개발을 통해 오분류 문제를 최소화하고 택배기사들에게 작업 부담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휠소터는 전국 181곳의 터미널에 구축되어 있으며, 현재 전체 물량의 95%를 자동분류하고 있다. 2019년 하반기부터는 휠소터와 별도로 소형상품 전용분류장비인 MP도 추가로 구축해 현재 35개의 서브터미널에 설치가 되어 있다. CJ대한통운은 MP를 2022년까지 100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현재 회사가 처리하는 물량 중 소형택배화물의 비율이 전체의 90%에 이른다”며 “MP를 추가로 설치할 경우 전체 작업시간을 감소시키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 [사진제공=연합뉴스]
 

■ ‘시간선택 근무제도’ 활용과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
 
CJ대한통운은 지원인력을 투입하면 오전 업무개시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시간선택 근무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택배기사들이 지원인력 투입으로 분류업무를 하지 않게 되면, 지역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오전 7시부터 정오인 12시까지 업무개시 시간 조정이 가능해져 전체 근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거란 뜻이다.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은 전문기관에 의뢰해 건강한 성인이 하루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한 뒤, 택배기사들이 적정 배송량을 초과해 일하지 않도록 바꿔 나간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초과물량이 나오는 경우 택배기사 3~4명이 팀을 이뤄 물량을 분담해 개별 택배기사에게 부담이 쏠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 말했다.
 
■ ‘산재보험’ 100% 가입 권고, ‘상생협력기금’ 마련 등의 복지확대
 
CJ대한통운은 산재보험 100% 가입을 권고하는 정책을 강화하고 상생협력기금을 2022년까지 100억원 규모로 조성해 택배기사들의 복지 확대에 나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CJ대한통운은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여부 실태를 진행해, 2021년 상반기 안에는 모든 택배기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상반기 이후에는 산재보험 적용 예외신청 현황도 주기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신규 집배점은 계약시, 기존 집배점은 재계약시 산재보험 100% 가입을 권고하는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체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2년에 1번 지원하는 건강검진 주기를 2021년부터는 1년으로 줄이고, 뇌심혈관계 검사 항목도 추가하기로 했다. 매년 소요되는 모든 비용은 CJ대한통운이 전액 부담한다.
 
만약 건강검진시 이상소견이 있는 택배기사들은 집중관리체계를 도입해 근로자 건강관리센터와 협력해 연 3회 방문상담을 진행하며, 고위험군으로 판정될 경우 건강이 회복될 때까지 집배송 업무 배제 또는 물량축소 등을 요청할 계획이라 밝혔다.
 
마지막으로 CJ대한통운은 2022년까지 100억원 규모의 상생협력기금을 조성해 기존에 시행 중인 택배기사 자녀 학자금 및 경조금 지원과는 별개로 긴급생계 지원, 업무 만족도 제고 등 복지 증진을 위한 활동에 사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