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야기 (114)] 라임사태를 처리하는 금융사들의 ‘손실회피 심리'는 브랜드 관리용

이채원 기자 입력 : 2020.10.26 05:45 ㅣ 수정 : 2020.10.23 16:02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리스크 회복 회의 참석여부, 가교운용사 주관사 선정 등에 민감한 반응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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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업에는 은밀한 애환이 있다. 그 내용은 다양하지만 업무의 특성에서 오는 불가피함에서 비롯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때문에 그 애환을 안다면, 그 직업을 이해할 수 있다. <편집자 주>

 

금융사들은 부실사태가 벌어졌을 때 타사와 책임을 공유할 상황이 생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 옵티머스, 라임 등 사모펀드 사기 사건이 연일 뜨거운 이슈를 낳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검찰관련 의혹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 손실을 본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손실 보전이 더  큰 관심사이다. 이와 관련해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들은 투자금을 일정 부분 선지급하고 가교운용사(베드뱅크)를 설립하는 등 펀드의 손실을 메꾸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라임사태의 경우 20여개의 판매사들이 협의체를 만들어서 가교운용사인 ‘웰브릿지자산운용’을 출범시켰다. 이는 라임펀드의 부실자산을 웰브릿지자산운용으로 이관해 라임으로 만들어진 부실을 회복하는데 주력을 다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A금융사, B금융사의 6개사 회의 불참에 의문제기 vs. B금융사, 6개사 리스크 회의 참석 멤버 아냐

 

그런데 20여개 판매사 중 6개 회사들만이 우선적으로 리스크 회복을 목적으로 한 회의를 매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매주 회의에 참여한 6개 금융사 중 한 곳인 A금융사는 나머지 14개 회사의 회의 불참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14개 회사 중 라임 손실이 큰 편에 속하는 B금융사가 회의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데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A금융사 관계자는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사실 우리는 타 판매사보다 라임사태 판매 비중도 적지만 매주 회의에 참석해 손실을 어떻게 보강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그런데 라임판매 비중이 높은 B금융사가 왜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A사 관계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손실에 대한 타당한 책임 공유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셈이다.

 

이에 B금융사의 입장도 들어봤다. B금융사 관계자는 “처음에 라임펀드의 문제가 제기될 때 ‘플루토 FI’, ‘플루토TF’와 같은 무역금융 채권이 먼저 문제가 생겼다”며 “먼저 문제가 제기된 채권을 판매한 6개 회사가 모여 간담회를 진행했고 그게 지금까지 유지되었기 때문에 자사가 6개 회사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즉 B금융사가 포함된 14개의 금융사들이 판 라임펀드는(라임CI펀드 등) 뒤늦게 도마에 올랐고 일찍이 진행되었던 6개 금융사들의 회의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이다. B금융사는 라임관련 20개사 리스크 회의에는 당연히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라임사태 수습을 위한 금융사들의 노력과정에서 민감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사 간 신경전, 가교운용사가 주관사 없이 설립된 까닭과 일맥상통

 

사실 20개 라임펀드 판매사들은 가교운용사인 ‘웰브릿지자산운용’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주관사 선정에 애를 먹었다. 주관사로 선정이 되면 라임펀드 사태에 가장 많은 손실을 입혔다는 것이 증명되기 때문이다.

 

C금융사 관계자는 “지금 웰브릿지자산운용은 하나의 회사지만 가교운용사를 처음에 설립하는 과정에서 주관사 선정은 아주 예민한 사안이었다”며 “주관사로 선정이 되면 라임펀드 사태에 책임 비중이 많은 것으로 비치기 때문에 누구도 주관사가 되려고 하지 않았고 결국 주관사 없이 가교운용사가 설립이 되었다”고 말했다.

 

금융사는 타사와 이익을 공유할 필요는 없지만 자사의 부실사태가 벌어졌을 때 그 책임 문제에 대해서 타사와 책임을 공유할 상황이 생긴다. 이 경우 가급적 책임을 덜 지려고 한다. 이러한 ‘손실회피 심리’는 각사의 이미지나 브랜드 관리를 위한 목적이다. 경제적 부담 자체를 회피하려는 현상이 아니다. 때문에 비난받을만한 일은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