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택배기사 '과로사' 직면한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의 4가지 딜레마

강소슬 기자 입력 : 2020.10.21 08:37 ㅣ 수정 : 2020.10.22 07:06

과도한 택배 물량 할당의 불가피성, 노동강도 높이는 경제논리, 분류노동 책임소재의 모호성, 산재보험 제외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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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코로나19의 여파로 올해 택배 물량은 폭증했고, 택배기사는 높은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만 특별한 지병이 없던 택배기사 1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망 원인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과도한 노동에 허덕여왔다는 점은 이들 모두의 공통점이다. 택배기사 사망사건의 책임소재를 가리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4가지 쟁점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과도한 택배물량 할당의 불가피성, 노동강도 높이는 경제논리, 분류 노동 책임소재의 모호성 , 산재보험 제외의 이중성 등이 그것이다.  

 
서울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한 택배기사가 분류 작업을 마친 뒤 배송 준비를 위해 차에 택배 상자를 싣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CJ대한통운은 '물량 축소 요청서', 한진택배는 '1일 기준 물량' 제도 운용/ 택배수요 몰리면 배송 물량제한은 유명무실

 

올해 상반기 국내 주요 택배사의 영업이익은 일제히 상승했다. CJ대한통운은 14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1.3% 증가했으며, 한진택배는 53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4.7% 증가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올해 2월에서 7월까지 택배 물량은 약 16억5314만 건으로, 전년 동기대비 13억4289만 건보다 23%가량 늘어났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며 택배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과도하게 늘어난 택배 물량은 법적으로 노동시간의 제한이 없는 특수고용직인 택배기사가 장시간 노동을 하게 되는 환경을 조성했다.

 

택배기사는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는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노동시간 규제에 대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 배달 라이더처럼 택배기사도 개인 사업자지만 배달의 물량을 스스로 정할 수는 없다. 택배기사는 택배사로부터 구역을 배당받고 당일배송 등 정해진 규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물량 축소 요청서’를 택배기사들이 희망하면 협의해 조절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한진택배는 택배기사들이 과도한 물량을 담당하지 않도록 개인당 1일 기준물량을 정해두고 있었다. 수도권의 경우 1일 기준물량이 200~250개, 지방은 150~180개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물량 축소 요청서를 사용하는 택배 기사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지 않다”며 “대리점과 택배기사가 협의해 희망하는 기사들이 작성하는 상황이라 직접 사용자(CJ대한통운)가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진택배 관계자는 “1일 기준물량을 정하고 있지만 완벽하게 지켜지고 있지는 않았던 상황”이라며 “철저하게 준수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근무환경 개선작업은 준비 중이다”고 답했다.

 

여기서 문제점이 발생한다. 택배기사가 당일 처리해야 하는 배송 물량의 기준이 있어도 현실적으로는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택배사와 계약을 체결한 택배기사의 수는 고정되 있는 데 비해 택배 물량은 수시로 변동하기 때문이다. 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날 경우, 택배기사가 자발적으로 물량을 축소해달라고 요청을 해야 하지만 불가능하다.

 

택배사에서는 물량 축소를 요구한다고 불이익을 주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택배 대리점과 재계약을 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택배기사가 수익이 줄어도 좋으니 일감을 줄여달라고 할 수 없는 구조이다.

 

대한통운과 한진택배 입장에서도 고객과의 배달기한 약속을 지켜야 하므로 당일 배송물량을 순차적으로 지연시키라는 지시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 경제논리도 노동 강도 낮추는 데 걸림돌로 작용

 

경제논리도 택배기사의 노동강도를 낮추는 데 딜레마를 발생시킨다. 택배기사들은 택배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는다. 배송지역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지는데, 아파트 단지와 같은 인구밀집도가 높은 지역은 택배 배송 건당 단가는 700원 수준이며, 인구밀집도가 낮은 지방일 경우 단가는 1000원대로 올라간다.

 

현재 택배기사의 노동강도는 과로사가 연이어 나오는 만큼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로 갑작스럽게 1일 할당 물량을 줄인다면 일부 택배기사들은 본인의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반대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택배회사가 택배기사의 수입을 극대화하면서 과도한 노동을 방지하기 위해 순발력 있게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방법이이다. 하지만 택배 물량을 완벽하게 예측하기 힘들다는 문제점도 발생한다.

 

또한 대체인력을 투입하려 해도 택배기사의 경우 1톤 트럭을 본인이 소유해야 할 수 있으므로 다른 직업과 다르게 진입 시 투자비용의 발생으로 쉽게 대체인력이 투입되기 어렵다.

 
CJ대한통운 휠소터(자동분류기) [사진제공=연합뉴스]
 

'열정페이' 분류작업도 과로사 요인,업계 1위 CJ대한통운만이 물류작업 자동화 시스템으로 해결

 

택배기사는 당일 주어진 물량을 배달하는 배송 작업 외에도 분류작업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도 상당히 높은 노동력이 필요하다. 물량이 많은 날은 그만큼 분류작업도 많아져 밥 먹는 시간은 물론 잠을 잘 시간도 부족하다고 택배기사들은 호소한다.

 

지난 12일 한진택배 택배기사 김동휘(36살) 씨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씨는 사망 4일 전 새벽 4시 28분 동료에게 ‘오늘 택배 물량 420개를 들고나와 이제 집으로 가고 있다. 5시에 출근하면 곧바로 분류작업을 해야 하는데 너무 힘들다’며 일을 줄여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택배기사들은 지난달 17일 물류 작업으로 인해 파업을 선언했다. 택배기사들은 정부에 추석 연휴 기간 ‘분류작업’에 추가 인원을 투입해 달라고 요구했고, 정부와 택배사는 다음날인 18일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택배기사들이 투입을 확인받고서 파업 선언을 철회했다.

 

당시 분류작업에 투입된 인력에 대한 비용은 택배기사가 부담하는 것이 아닌 택배사가 부담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택배 분류작업에 자동분류기인 휠소터라는 기계를 도입해 택배 기사님 앞까지 자동으로 택배를 분류해 밀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에서 택배기사로 근무하고 있는 유튜버는 휠소터에 대한 영상을 올리며, 휠소터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기계처럼 레일 앞에 택배기사들이 다닥다닥 붙어 직접 송장을 보며 물건을 내렸지만, 도입 후 작업이 편해져 노동강도가 내려갔다는 후기를 남겼다.

 

CJ대한통운은 1227억을 투자해 휠소터 2016년부터 도입했고, 전 SUB터미널에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다른 택배사에서는 이러한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아 직접 송장을 보며 물건을 분류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할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작업에 대해 택배노동자들은 ‘공짜노동’이라는 입장이고, 택배사 입장에서는 상품 배송을 하는 일련의 작업으로 보고 있다”며 “택배 물량이 많아질수록 분류 노동도 증가하기 마련이다"고 지적했다.

 

이미 택배기사의 추가 노동을 덜어준 CJ대한통운을 제외한 다른 택배사들이 분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해결책인 셈이다.

 

[표=뉴스투데이]
 

■ 특수고용직 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는 누구 탓?

 

택배기사들은 사실상 택배 회사에 고용된 노동자지만, 개인 사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법적인 보호를 받는 데 어려움이 많다. 산업재해보험 적용 제한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택배기사는 입사 14일 이내에 직업 시작 신고를 해야 노동자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실제 신고가 제대로 기한 내에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고, 신고됐더라도 노동자 쪽에서 원하면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산재보험비는 택배사가 50%, 택배기사가 50% 부담하는 방식이다. 택배사와 계약된 대리점에서 매달 50% 지급해야 하는 보험료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업체에서 이를 유도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의무적으로 보험료를 내도록 법규가 만들어져 있지만, 특수고용직의 경우 현장에서 보호 조항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택배기사가 보험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산재보험 가입을 회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택배 대리점과 택배기사의 경제논리가 과로사 발생시 적절한 보상을 받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