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뉴딜펀드의 함정, 2조원 혈세로 자산가 손실보전?

변혜진 기자 입력 : 2020.09.22 16:44 |   수정 : 2020.09.23 09:09

정책형 뉴딜펀드 20조원 중 2조원은 손실 보전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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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변혜진 기자] N번째 관제펀드가 출범했다. 디지털·그린(친환경) 산업 관련 기업과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이른바 ‘한국형 뉴딜펀드’다.


정부는 뉴딜펀드가 그간의 관제펀드와 다르다며 자신하고 있다. 특히 정부재정과 정책금융이 위험부담을 맡아 투자 안정성을 높였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일부 펀드 투자자들의 손실을 국민 혈세로 메꾼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 정부, “과거 관제펀드와 다르다” / 정책형 뉴딜펀드에 재정·정책금융 7조원 출자…펀드 손실도 10%까지 부담


정부는 지난 3일 ‘국민참여형 뉴딜펀드 조성 및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면서 뉴딜펀드의 출범을 알렸다. 이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K-뉴딜정책)’의 일환으로써, 부동산·주식 등 자산 시장으로 집중되고 있는 시중 유동성을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민간투자 장려책이다.


통일펀드, 녹색성장펀드 등 그간 정부 주도 하에 조성됐던 관제펀드는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권 기간에만 반짝 흥행하고 이후 관심이 시들어진다는 것이다. 심지어 뉴딜펀드는 문재인 정권 말기에 나와 펀드의 성장 주기가 더 짧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엔 다르다고 자신한다. 디지털‧그린은 전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신산업 분야이며, 관련 예산사업이 선정돼 사업의 구체성이 상당수준 갖춰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과거와 달리 국가 재정이 펀드 손실의 위험부담을 맡고 있기 때문에 국민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모펀드 시장에서 잇따라 발생한 불완전판매 사태 등을 의식해 정부 펀드는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정책형 뉴딜펀드 등의 조성과 손실부담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이 펀드는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5년간 각각 3조원, 4조원을 출자해 모(母)펀드를 만든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모펀드에 대한 정부출자분 6000억원이 이미 반영돼있다. 이후 국민·금융기관 등 민간에서 조달할 13조원으로 자(子)펀드를 조성한다. 투자자는 뉴딜 프로젝트·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자펀드에 투자하게 된다.

 

투자위험이 높은 자펀드에는 정책자금이 더 들어간다. 예를 들어 그린에너지 펀드는 투자위험이 높다고 보고 정책자금 비중을 40%로 높이는 반면, 투자위험이 낮은 2차전지 펀드는 투자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해 정책자금을 15%만 댄다.


이에 더해 자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하면 재정과 정책금융이 가장 먼저 최소 10%까지 부담한다. 즉 정책형 뉴딜펀드 총 20조원 중 10%인 2조원이 후순위로 들어가 원금을 일부 보장해준다는 것이다.


또 다른 뉴딜펀드인 뉴딜 인프라펀드에도 정부 돈이 들어간다. 민간 자금과 함께 정책형 뉴딜펀드에서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 ‘뉴딜펀드 투자자=국민 전체’?…내 세금으로 남의 펀드 투자 손실 부담 / 뉴딜펀드 수익률↓&세제혜택도 자산가 중심


정부는 모든 국민들이 뉴딜펀드에 투자할 것이라는 너무 자신만만한 전제를 깔고 있다. 즉 펀드 투자자들을 국민 전체로 동일시하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부 투자자들의 손실을 국민 혈세로 부담하겠다는 발상이 쉽게 나올 수 없다.


결국 뉴딜펀드는 ‘투자해야만 하는 펀드’가 돼버렸다. 내가 투자하지도 않을 펀드 자금에 내돈이 들어가고, 심지어 그 펀드에서 나는 손실을 메꾸는 데도 내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상당한 세금 부담으로 국민에게 제공되는 재난지원금은 ‘생계의 영역’이지만,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다. 여기에 공동의 부담을 지우는 것이 과연 합당하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모든 국민을 끌어들일 수 있을만큼 수익률이 높은가. 그렇지도 않다. 예상 수익률은 국고채 이자에 플러스 알파로, 최대 연 3~5% 수준이다. 재정·정책금융이 위험부담을 더 가져가기 때문에 수익이 나더라도 정부에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간다.


세제혜택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자산가만 누릴 수 있다. 뉴딜 인프라펀드의 경우 2억원 투자까지 배당소득에 9% 분리과세를 적용키로 했지만, 이는 이자·배당 등의 금융소득인 연간 2000만원을 넘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납부자에게만 해당한다. 금융소득 종과세 납부자는 연간 12만~13만명 밖에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세금이 낭비되지 않으려면 뉴딜펀드는 적어도 ‘성공해야만 하는 펀드’가 돼야 한다. 관제펀드의 성장주기가 짧은 것은 시장의 논리로는 돈이 유입되지 않는 분야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산업 외에 그린 분야는 수익성이 크게 보장돼지 않기에 부실 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정부는 그린에너지 펀드에 정책자금 투입 비중을 높인다는 입장이지만 돈을 쏟아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뉴딜펀드가 그린 등 뉴딜 분야의 사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 유인하기 위해서는 자금조달 뿐 아니라 산업 자체를 성장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투자한 자본이 혁신 기업의 기술 개발과 성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전략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고액 자산가의 투자 손실을 메꿔주기 위해 혈세 2조원을 쓰는 비극을 막을 수 있으며 뉴딜 산업의 수혜를 한국 경제, 나아가 국민 전체가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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