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54)]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 논쟁’에서 직원들의 ‘애사심’이 던진 메시지

이태희 편집인 입력 : 2020.08.14 07:29 |   수정 : 2020.08.14 07:29

'분식회계' 주장과 '실적폭등' 현상 중 후자에 주목한 자기애(自己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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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인] 최근 직장인들의 익명 앱인 블라인드에서 고공상승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대표 김태한 사장) 주가를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이 벌어졌다. 타기업 직원들은 삼성바이오의 의약품 위탁생산(CMO) 수주량을 둘러싸고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했다. 소위 글로벌 제약사들이 삼성바이오에게 보낸 ‘발주 의향서’가 실제로 본계약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삼성바이오의 실적이 공시된 의향서 규모와는 다를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삼성바이오 직원들이 일제히 반격에 나섰다. 회사를 옹호하려는 ‘애사심’이 뚜렷하게 감지됐다. 한 명의 이탈자도 없는 단일대오였다. 블라인드라는 앱이 재직자들의 회사에 대한 비난이 난무하는 ‘대나무 숲’과 같은 곳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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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사장이 1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제4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단초는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A씨가 “삼바 다니시는 분들... 삼바 의향서 이때가지 나온거 진짭니까”라며 “물론 영업비밀이지만 땅콩항공에서도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있었듯... 법적 구속력도 없는 의향서 그렇게 많이 쏴대면 나중에 수주 못하면 그냥 나몰라라?”라고 비꼬았다. 삼성바이오측이 발표한 의향서가 실제로 집행될 가능성이 낮지 않는냐는 질문이었다. 나아가 대한항공에서 ‘땅콩회항’에 대한 양심선언이 나왔듯이, 삼성바이오에서도 의향서 내용의 실체에 대한 고발이 있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떠본 것이다.
 
그는 “내가 주주라서 그래”라고 덧붙여 자신이 삼성바이오의 주가 상승에 배가 아파하는 안티세력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대신증권 직원 B씨는 “최근 공급계약 체결된 거 보면 의향서 연계된 것 있드만”이라고  은근한 반론을 제기했다. 이에 기다렸다듯이 삼성바이오 직원 C씨가 “재무제표 봐”라고 단호하게 반박했다. 
 
또 다른 삼성바이오직원 D씨는 “씽크풀 음모론 믿지마, 아는 게 없어 거긴 맞는 게 없어 ㅋㅋ”라며 “참고로 나도 셀트주주임”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가 공개한 수주의향서가 ‘분식의혹’이 있다는 이야기가 씽크풀에서 흘러 나오고 있지만, 사실무근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이 대목에서 ‘애사심’에 불이 붙었다. 삼성바이오직원 E씨는 “사우님들 힘냅시다”, 삼성바이오 F씨는 “못믿으면 안사면 되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순식간에 전세는 삼성바이오 쪽으로 유리하게 기울었다. 팅크웨어 직원 G씨는 “의향서고 뭐고 걍 돈 많이 벌거 같음, 근데 실수로 팔아버림 ㅎㅎㅎ”라고 삼성바이오 직원들의 반격을 거들었다.
 
넷마블 직원 H씨는 “삼바는 이재용 승계주식이라 계속 오를 거야”라면서 “2년 안에 2백 이상간다”고 민감한 문제까지 건드렸다. 이에 또 다른 삼성바이오 직원 I씨가 “ㅋㅋㅋ 영업이익이 찍히자나요 ”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농담조였지만, 삼바의 주가 상승이 이재용 승계관련 주식이기 때문이 아니라 ‘실적 개선’에 의한 것이라는 논리를 제기한 것이다.
 
그러자 GS건설 직원 J씨가 시비를 걸었다. J씨는 “나중에 한미약품 꼴 난다”면서 “카타르 LNG선 100척 수주도 의향서다”고 꼬집었다, 그는 “나중에 도망갈 구멍을 만들기 위해 제대로 된 계약공시가 아닌 의향서만 남발하는 거, 그 기대로 오르긴 하겠지만 빠져 나갈 타이밍은 개인이 알아서 정해야지”라고 매도를 부추겼다. 어차피 현재의 주가 상승이 부풀린 의향서에 의한 결과라는 논리인 셈이다.
 
J씨는 “ㅇㅇ야 너같이 그냥 모자란 얘들은 가만 있었음 좋겠어... 그냥 가만 있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ㅋㅋㅋ ㅂ ㅅ들 총출동하네 ”라고 비속어를 섞어가며 질낮은 비난을 거듭했다.
 
이에 재무제표를 보라고 했던 삼성바이오 직원 C씨가 다시 등장했다. C씨는 “공시 다시 봐보세요, 법적 구속력있는 의향서입니다”면서 “4월부터 뜬 의향서 공시 5건 중 2건은 본계약 공시 떴습니다”라고 실증적으로 반박했다.
 
그러자 최초에 문제를 제기했던 한국수력원자력 직원 A씨가 “삼바 주가 올린 다음 팔아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전자 주식 사서 승계 완성하겠지 ㅋㅋ”라고 힐난했다. “승계를 위해 개미를 호구 총알받이로 쓰는 거지”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GS건설 J씨도 다시 나섰다. J씨는 “삼바 애들 앞에서 그런 얘기 하지마, 우린 그냥 주식 팔면 되는데 재들은 평생 월급 받아 먹고 살아야 해서 재용이형 발꼬락 햞아야 해”라고 수위를 넘는 인신공격까지 감행했다.
 
“사우님들 힘냅시다”라며 애사심에 호소했던 삼성바이오 직원 E씨가 “ㅋㅋㅋㅋㅋㅋ ”라고 반응했다. 이에 SK브로드밴드 직원 K씨가 “말꼬라지 봐 ㅋㅋㅋㅋ이러는데 지 욕한다고 뭐라한거야”라고 힐난했다.
 
이처럼 타사 직원들의 맹포격에 삼성바이오 직원들이 ‘애사심’으로 똘똘 뭉친 것은 감성이 아닌 이성의 논리라고 볼 수 있다. 맹목적적인 충성심보다는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인 판단에 가깝다.
 
우선 삼성바이오의 지난 7월 말 현재 수주액은 1조 7800억여원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 전체 수주액 3739억원의 4.4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실적폭등' 수준이다. 
 
이런 류의 실적폭등에 자본주의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삼성바이오는 코스피 대장주 ‘빅3’의 반열에 올랐다. 13일 현재 시가 총액 51조이다. 삼성전자(350조), SK하이닉스(58조)의 뒤를 잇는 시총 3위 기업이다. 모회사인 삼성물산(23조)은 시총 12위이다. 삼성바이오의 시장 가치가 삼성물산보다 2.2배에 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주주인 삼성물산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삼성바이오에 대해 조직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금감원 증권선물위원회와 검찰의 주장이 무색해지는 현상들이다.
 
삼성바이오 직원들이 블라인드에서 드러낸 ‘애사심’은 ‘분식회계’주장과 ‘실적폭등’ 현상 중 후자에 주목한 ‘자기애(自己愛)’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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