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의 고공비행] “윤석열 총장도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

이상호 전문기자 입력 : 2020.08.06 11:27 |   수정 : 2020.08.0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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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과 서울지검의 출입구가 마주한 길에서는 오늘, 이 시각에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지지 및 사퇴시위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한쪽(보수)에서는 윤석열 총장이 ‘영웅’이자 ‘대통령감’으로 불리고 반대편(진보)에서는 ‘천하의 협잡꾼’으로 비난한다.

 

윤석열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하자 그의 집압에서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구속된 우파 행동가가 이제는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 정권,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핍박이 윤 총장을 본의 아니게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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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청와대나 여권, 추미애 법무부장관 쪽에서는 윤석열 총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이 대거 검찰을 떠나면서 고위직에 빈자리가 넘쳐나지만 검찰 인사가 늦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임기 2년을 보장받은 윤 총장은 꿈쩍도 않는다. 퇴진압박에 대해 “누구 좋으라고”라고 대꾸했다. 윤 총장이 내놓은 메시지의 압권은 지난 3일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 발언이다.
 
윤 총장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메시지가 본인의 의도와 달리 왜곡 과장되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윤 총장과 대화하는 사람들이 전하는 바로는 그의 입장은 훨씬 더 강경하고 정치적인 것 같다. 지금 윤 총장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 검찰총장 임기제의 ‘함정’
 
검찰총장 2년 임기제는 1987년 민주화의 산물이다. 노태우 대통령의 6공화국 때인 1988년, 김대중 총재의 평화민주당과 김영삼 총재가 이끄는 통일민주당 주도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해 임기제가 도입됐다.
 
그전에는 검찰이 권력 핵심부에 대한 수사를 벌인 다음에는 검찰총장이 사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임기를 보장함으로써 외풍(外風)을 차단해주고 정치적 사건도 소신있게 수사하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야당은 곧바로 후회하게 된다. 1989년 가을, 당시 평화민주당 박상천 의원은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초대 임기제 검찰총장인 김기춘 총장을 앞에 두고 탄식했다.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해줬더니 이제는 대놓고 야당 탄압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김기춘 검찰총장은 서경원 의원 밀입북사건과 관련, 김대중 총재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는 등 공안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김기춘 총장은 임기를 채웠지만, 이후 임명된 검찰총장 18명 중 6명만 임기를 채웠을 뿐 2/3이 중도에 하차하는 등 임기제는 유명무실해졌다. 특히 채동욱 검찰총장 때는 전임자 3명을 포함, 4명이 연속 중도에 퇴진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 대통령과 검사는 ‘특별권력관계’...검찰도 대통령에게 복종해야
 
김대중 정부 때, 어느 검찰총장은 대통령을 독대하는 자리에서 “검찰총장직도 겸무(兼務,같이 일함)해 주십시오!”라고 부탁했다고 ‘자랑같은 고백’을 한 적이 있다.
 
이런 처신의 부적절함에 대한 논란이 일자, 본인은 “군 통수권자에게 군의 수장이 충성맹세를 하고, 늘 통수권자임을 생각해 달라는 말과 뭐가 다르느냐”고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제 하에서 검찰권의 최정점이 대통령이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었다.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검찰청이 법무부 산하에 있다. 검찰조직이 사법부 즉, 법원 조직에 편입돼 있는 나라도 있지만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대부분 법무부 산하에 있다. 결국 대통령과 검사는 다른 행정부 공무원과 마찬가지로 ‘특별권력관계’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지시에 따르고 복종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은 검사의 개별사건 수사에는 관여할 방법은 없다.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검찰청법에 명시돼 있다. 검찰이 준(準)사법기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또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일방적으로 파면할 수 없다. 검사인 검찰총장은 검찰청법 제 37조에 따라 “탄핵이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하며, 징계처분이나 적격심사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또는 퇴직의 처분을 받지 아니한다.”고 신분보장을 받기 때문이다.
 
■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윤 총장 스스로 매듭 풀어야
 
검찰총장 임기제 이전 상당수 검찰총장들이 정권에는 부담을 주지만 국민의 이익에는 부합하고 검찰의 존재이유를 보여주는 사건 때문에 스스로 물러났다. 전두환 정권 초기 벌어진 권력형 비리사건인 이철희 장영자 사건 수사가 끝난 뒤 정치근 당시 검찰총장이 사퇴한 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검찰총장이 조직에 부담을 주지않기 위해 속죄양을 자처했다.
 
자신과 ‘지역적 코드’가 맞지않는 정부 때문에 갈등이 벌어지자 취임 6개월만에 아무 말 없이 총장직을 내려놓은 사람(25대 박종철 총장)도 있었고, 조사받던 피의자가 고문으로 숨지자 그만둔 총장(31대 이명재)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지금과 유사한 상황으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받게된 김종빈 검찰총장은 수사지휘를 수용하고 자신은 총장 취임 6개월만에 검찰을 떠남으로써 검찰권의 독립과 조직, 후배들을 지켰다는 명예를 얻었다.
 
이 정권과 윤 총장의 충돌로 지금 검찰조직은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 검찰권을 축소하고, 검사의 권한을 경찰과 같은 수준으로 만들기 위한 정부 여당의 각종 법제화시도의 최종적 피해자는 국민이 될 것이다.
 
윤석열 총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본인은 피해자일 뿐이라고 하겠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조국 전 장관 수사, 그리고 지금에 사태에 이르기까지 정황을 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그는 정권으로 하여금 검찰을 ‘충견(忠犬)’으로 여기게 만든 주요 책임자다.
 
지금의 검찰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과정, 옳고 그름을 따질 때가 아니다. 한 전직 검찰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전두환 정권 때 사표를 던진 총장들은 뭘 잘못해서 그만 둔 것이 아니다. 총장이 목을 내놓아 조직을 지킨 것이다. 윤석열 총장도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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