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 이야기 (29)] 방포사 생활③ 오산공군기지에서 습득한 '미국식 합리주의'와 '미국 조종사 자격'

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20.08.03 10:00 |   수정 : 2020.08.03 10:00

작전통제부서장이 컴퓨터 시스템 문제점을 이해못해?/비행원칙에 대한 한미 문화적 차이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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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왜 컴퓨터 시스템이 중지되는가에 대한 원인분석’ 임무를 부여받고, 필자는 그날 오후 내내 한.미 관련부서를 찾아다니면서 내용을 파악했다. 정확한 원인은 미군 측에서도 대답을 안하고 개념적인 얘기만 했다.

 

필자는 전체적인 개념을 파악한 후에 필자가 알고 있는 ‘컴퓨터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경우’를 추가하고, 컴퓨터와 data link에 관련된 전문용어를 보충 설명하며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필자는 워게임에 투입되어야 하므로, 작전통제부서장에게 비대면 보고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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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기지 비행클럽에서 비행교관인 미 공군 장교와 함께 [사진=최환종]

 

그날 오후에 작전통제부서장(대령)에게 전화가 왔다. 대략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무슨 얘기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러면 제가 가서 보충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아냐, 워게임에 계속 집중하게!”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필자의 보고서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분의 컴퓨터에 대한 기본지식이 모자라거나(만일 그렇다면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아니면 필자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얼마나 충실히, 빨리 보고서를 작성하는가 등등) 일부러 이런 임무를 부여한 것일 수도 있겠구나. 아무튼 그때 이후로 이런 식의 보고서 지시는 없었는데, 1년 전에 정비 준사관이 필자에게 작전통제장비를 설명하려다가 오히려 필자에게 교육받은 상황이 생각났다. 서로 연관은 없겠지만...

 

한편 비행 얘기로 돌아가겠다. 비행클럽에 가입하고 난 후(대략 초여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상 학술 과정부터 시작했다. 물론 비행 관련 활동은 일과 이후 또는 휴식 기간 중에 이루어졌고, 남들이 일과 후에 술 마시거나 운동을 할 때, 필자는 그 시간을 비행에 할애했다. 근무시간과 비행연습은 철저히 구분하여 실시했다.

 

비용은 1시간 비행에 14달러 정도여서 크게 부담되는 것도 아니었다. 지상 학술 과정은 과거 초등훈련 때 배웠던 내용이었기에 복습하는 기분으로 공부를 했다. 그리고 미 공군 장교(비행교관)와 비행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조종간을 잡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비행클럽에서 운용하는 항공기는 세스나 152 기종(2인승)과 세스나 172 기종(4인승)으로서, 초등 훈련때 접했던 T-41(세스나 172의 미 공군 훈련용 버전)과 유사해서 금방 적응했다.

 

오랜만에 비행을 하니 역시 착륙과 무선 교신이 가장 어려웠다. 오산기지 관제탑은 미 공군 요원이 근무하며, 당연히 영어로 교신한다. 관제 용어는 일반적인 회화와는 다르기 때문에 별도로 공부를 해야 하며, 영어로 하는 관제용어가 처음에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교육 방식이 한국 공군과는 약간 상이했는데, 조종학생에게 보다 많은 융통성과 유연성을 가질 것을 요구했다.

 

예를 들어, 한국 공군에서 비행 훈련을 받을 때는 항공기 외부점검부터 시동 걸 때까지 모든 절차를 외워서 해야 했고, 활주로에 접근할 때는 어느 지점에서는 어떤 참조점을 보고, 어느 지점에 도달해서는 어떤 참조점을 참조해서 활주로에 접근하는 방식이었다. 즉, 어떤 틀에 박힌 형태를 요구했다.

 

이런 방식에 익숙해 있던 필자는 오산에서도 이런 식으로 참조점을 정해 놓고 비행을 했는데, 어느 날 비행교관이 필자의 방식을 눈치채고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활주로에서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에 따라서 비행기가 활주로 밖으로(또는 안쪽으로) 벗어날 수 있는데, 그렇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에 따라서 융통성 있게 활주로와의 간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요구라기보다는 조언에 가까웠다.

 

그리고 필자가 항공기 외부 점검이나 시동을 걸 때까지 세부 점검목록을 외워서 하는 것을 보더니 “한국 공군 장교들은 절차를 모두 외워서 하는 것을 보았다. 외워서 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으니 ‘비상 절차’를 제외한 점검 절차는 외우지 말고 ‘점검목록’을 보면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두 가지 조언의 의도를 필자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그렇게 하려고 했다. 단지, 점검목록은 습관적으로 외워서 할 때가 많았는데, 미국에서 실기 시험을 볼 때 그렇게 외워서 하다가 미국인 시험관에게서 큰 지적을 받았다. 시험관도 똑같이 얘기했다. “비상절차 이외에는 절대 외워서 하지 말고 점검목록을 보면서 하기 바랍니다.” 단지 이것 때문에 시험에서 탈락할 뻔 했다.

 

위의 두 가지 사례는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가의 문제라기보다는 문화적인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두 가지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기에, 선택은 본인이 해야 할 사항이다.

 

비행을 다시 시작한 지 2~3개월이 지난 어느 날 비행교관이 야간비행을 하자고 한다. 그동안 실제 비행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한 달에 2~3시간 정도 비행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날까지 비행은 착륙을 제외한 공중조작은 초등비행훈련 때의 감각을 완전히 회복하고 있었는데, 야간비행은 중등훈련 때까지 해본 경험이 없기에 은근히 부담이 갔다. 그런데 오히려 집중이 더 잘 되었다. 그리고 그날 착륙 감각이 되돌아왔다. 처음에는 우연히 착륙이 잘 되었는가 생각했지만, 이후 몇 번을 더 이착륙을 해보니 필자의 착륙 감각이 회복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희열이었다.

 

착륙 감각을 회복하고 난 후, 자신감을 얻은 필자는 몇 시간 더 비행을 하고 제 2의 단독 비행을 나갔다. 그리고 이 단독 비행 이후에 필자는 미국 연방 항공국(FAA, Federal Aviation Administration)에서 발행하는 자가용 조종사 (Private pilot) 자격증 취득에 도전하고자 마음먹었다. 중등 훈련 때 다 하지 못한, 필자 본인의 오래된 숙제를 하기 위한 도전이었다. 당시 오산기지에서 비행 관련 여건은 좋았다.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오산기지에서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비행시간을 채울 수 있었고, 비용 또한 저렴했으며, 필기시험도 오산 기지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조종사 시험은 한국과 미국 동일하게 필기시험, 구두시험, 실제 비행시험의 3가지이다). 그리고 그 당시는 한국에서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보다 미국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필자에게는 더 쉬운 방법이었다.

 

이후, 가끔은 장거리 비행으로 군산기지까지 다녀오기도 하고, 세스나 172 항공기의 뒷좌석에 아내와 큰 아이를 태우고 비행하기도 했다. 공군인(空軍人)이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고, 행할 수 있는 ‘가족과의 특별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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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공군 준장,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현재)

 

최환종 칼럼니스트기자 3227chj@naver.com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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