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코로나19로 절실해진 의과대학 정원 증원론의 3가지 포인트

김태진 기자 입력 : 2020.07.11 06:33 ㅣ 수정 : 2020.07.11 10:01

드라마 ‘SKY 캐슬’로 상징되는 의대열풍 비판론보다 의대 증원론이 힘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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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태진 기자]  지난해 종영된 TV 드라마 ‘SKY 캐슬’은 한국 교육의 서글픈 현실을 비판적으로 그려내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소위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은 무조건 의과대에 진학시키고자 비도덕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이 드라마는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의과대 합격자 기준으로 고등학교 서열을 세운 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그러나 최근 최상위권 인재의 의과대 편중현상에 대한 비판보다 의과대 정원 증원론이 더 힘을 받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그 이유로는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로 의사들이 들어가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코로나19 계기로 국내 의사들의 헌신적인 모습 재조명 / 대규모 전염병 대비 위한 의료인력 확보론 대두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 의료의 우수성이 부각되면서 국내 의료진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또 다른 전염병이 대규모로 발생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늘어나면서 충분한 의료진 확보는 한 국가의 경제발전에도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는 추세이다.

 

더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내 의료진들의 근무시간 부담이 가장 많은 그룹에 속한다. 고령사회로 들어서는 것도 의료진 수요를 급격하게 늘리는 요인이다.

 

물론 이과 인재들의 ‘의대 쏠림 현상’은 심각하다. 서울대가 발표한 2016년도 대학 입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합격생 중 등록 포기를 한 학생이 공대가 12명, 자연대가 48명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의과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서울대 의대 수시 지원 경쟁률을 보면 2017년 34.91대 1로, 2016년(34.33대 1)보다 상승했다.

 

결국 인재들의 의대 쏠림 현상과 의대 입학이 곧 성공이라는 가치 획일화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 의료진들의 헌신적 태도가 드러나면서 한국사회의 인식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국내 의료진들의 모습, 세계 최초 ‘드라이브 스루(승차)’ 진료소, 신속한 코로나19 검사 속도 등은 수차례 해외 언론에 보도되었다. 한국의 경쟁력으로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를 책임지고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또한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것도 의대진학 열풍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오는 2054년 의사 5만5260명 부족 / OECD 회원국 중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 가장 적어

 

한국의 미래 의료를 책임질 의과대생 정원 부족론도 새로운 변수이다.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홍윤철 교수는 지난 달 19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의대 정원 확대 필요한가’를 주제로 진행된 청년의사 창간 28주년 특집 좌담회에 참석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오는 2021년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1500명까지 증원해도 오는 2067년까지는 의사 인력 수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현재 의사 인력 공급과 수요가 적정한 수준이라는 가정하에 진행된 연구 결과다.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한국이 2.3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적다. OECD 평균은 3.4명이다. 한국 의사의 상대적 노동량은 OECD 평균 대비 3.37배 높다는 게 홍 교수의 주장이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은퇴 시기를 만 70세로 가정하고 의대 정원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면 오는 2054년에는 부족한 의사 수가 5만5260명에 달한다. 의대 입학 정원을 1500명까지 증원해도 2048년에 최대 2만 7755명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 인간 생명 구하는 외과 의사 부족 현상 심각 / 피부과 중도포기율 0%, 흉부외과 중도포기율은 12.4%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외과의사 부족 현상도 의대정원 증원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 수련 과정은 의대생 6년(의예과 2년, 본과 4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을 거쳐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다. 이처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기까지 혹독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외과 분야가 그렇다.

 

지난 2017년 10월 보건복지부가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3년간 전문레지던트 및 중도포기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인턴의 경우 중도포기율이 2015년 3%, 2016년 4%, 2017년 1.7% 수준이다. 레지던트는 2015년 8.1%, 2016년 4.8%, 2017년 4.9%로 더 높다. 매년 200명가량의 레지던트가 수련을 포기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3년 간 중도포기율이 가장 높은 전문과는 핵의학과(19.5%), 흉부외과(12.4%), 병리과(11.7%), 신경과(10.2%) 순었다. 주로 갑상선암, 폐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을 치료하는 외과들이 꼽혔다.

 

반면, 피부과는 2015년부터 2017년 7월까지 전원이 100% 수련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과는 의사가 되기도 쉽고 경제적 보상도 충분한 반면에 외과의사는 수련과정이 힘들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보상도 적다. 거의 모든 의대에서 피부과는 경쟁률이 치열하고, 외과는 지원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과의사 확보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 2018년 9월 보건복지부는 내년부터 외과 레지던트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개정안을 추진했다.

 

외과 레지던트는 4년 차에 외상외과, 대장항문외과, 혈관외과, 소아외과 등 세부 전문수술 분야를 수련한다. 하지만 실제 배출된 외과 전문의 대부분이 세부 분과 수련 필요성이 낮은 의료기관에서 활동해 단축했다는 설명이다. 난이도를 낮춤으로써 부족한 외과의사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인 것이다.

 

나아가 정부는 의사들의 처우개선 및 경제적 보상정책 등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시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이 국가적 사태를 맞아 의료진들이 자발적으로 진료봉사를 지원하는 데 적절한 경제적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